크툴루 신화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발라리아 제국의 수도, 테레시온의 심장은 거대하고, 차갑고, 끊임없이 쿵쾅거렸다. 그러나 그 심장이 품은 피는 언제나 아래로,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고였다. 나는 그 피웅덩이 속에서 숨 쉬는 수많은 벌레 중 하나였다. 류진. 그게 내 이름이었다.

오늘은 장이 서는 날이었다. 왁자지껄한 소리가 났어야 할 시장 골목은 잿빛 먼지만 자욱했다. 제국군 병사들의 우악스러운 발소리만이 그 정적을 깨뜨렸다. 그들의 갑옷은 태양 아래서 번쩍였지만, 그 빛은 우리에게 희망이 아닌, 날카로운 칼날처럼 다가왔다.

“저기 좀 봐, 류진.”

어깨를 툭 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낡은 짚모자를 눌러쓴 에밀리였다. 그녀의 손에는 겨우 손바닥만 한 빵 조각이 들려 있었다. 그마저도 반쯤은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낯선 이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발라리아 제국의 문장이 새겨진 깃발 아래, 헐벗은 이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징수관들이었다.

“또 세금을 올린대.” 에밀리의 목소리가 한숨처럼 새어 나왔다. “이제 남은 건 내 낡은 영혼밖에 없을 텐데, 그것마저 가져가려나.”

나는 아무 말 없이 에밀리의 빵을 보았다. 한 끼를 버티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양. 저들의 탐욕은 끝이 없었다. 그 거대한 제국은 끊임없이 우리의 피와 땀을 요구했다. 성벽 너머 저 멀리, 황제의 궁전이 아득히 보였다. 그곳은 인간의 손으로 지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의 대가가 우리의 고통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어이, 거기! 잡담할 시간 있으면 일해서 세금이나 내라!”

날카로운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제국군 병사 한 명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거만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철로 된 장갑이 그의 허리춤에 찬 긴 칼집을 툭툭 쳤다.

“이봐, 늙은이. 뭘 꾸물거려? 오늘까지 몫을 내지 않으면, 네 자식이라도 끌려갈 거다.”

징수관이 비쩍 마른 노파를 향해 윽박질렀다. 노파는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보다도 더 마른 절박함이 뚝뚝 떨어졌다.

“제발… 제발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제겐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들 녀석은 이미 징집되어 갔고, 남은 건 병든 딸아이뿐인데…”

“시끄러워! 규율은 규율이다!”

징수관은 노파의 애원을 무시하고 옆에 서 있던 병사에게 고갯짓했다. 병사들은 망설임 없이 노파를 끌고 갔다. 노파의 비명 소리가 잿빛 골목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애써 외면했다. 저항은 곧 죽음이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슴속에서 차가운 불꽃이 타오르는 듯했다. 분노, 그리고 무력감. 이 두 가지 감정이 나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노파가 끌려가던 도중, 병사 한 명의 갑옷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나갔다. 챙그랑, 하고 바닥에 부딪히는 작은 금속음. 나는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것은 은으로 된 작은 펜던트였다. 발라리아 제국의 상징인 태양 문양은 아니었다. 기이하고 복잡한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직선과 곡선이 어딘가 비틀린 채 얽혀 있었다.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불쾌한 위화감을 주는 문양이었다. 그것을 잠시 바라보았을 뿐인데, 뇌리 깊숙한 곳에서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아났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속삭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중얼거리는 듯한 기묘한 감각.

병사는 펜던트가 떨어진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노파를 계속 끌고 갔다. 다른 이들도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나만이, 그 펜던트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나는 주저하다가 발을 떼었다. 잿빛 먼지 속을 조심스럽게 걸어가 펜던트 앞에 섰다. 무릎을 굽혀 그것을 집어 들려는 순간, 에밀리가 내 팔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류진! 뭐 하는 거야? 쓸데없는 짓 하지 마!” 그녀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저런 건 제국군 물건이야. 주우려다 걸리면…!”

나는 에밀리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그 펜던트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손끝이 닿을락 말락 하는 순간, 섬뜩한 한기가 손목을 타고 올라오는 듯했다. 동시에 귓가에 속삭임이 더욱 또렷해졌다.

*“—어리석은 자들아. 너희는 알지 못한다. 저들의 힘이 어디서 오는지. 저들의 지배가 얼마나 깊은 심연에서 비롯되었는지…”*

명확한 언어는 아니었다. 마치 꿈속에서 듣는 목소리처럼, 의미는 파악되지만 내용은 잡히지 않는 기묘한 울림.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것은 공포였을까, 아니면… 새로운 종류의 깨달음이었을까.

나는 펜던트를 집어 들지 않았다. 에밀리의 손이 나를 더 세게 끌어당겼다. 나는 간신히 펜던트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발소리가 멀어지는 노파의 비명 소리와 함께, 잿빛 골목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하지만 내 안의 침묵은 깨져버린 뒤였다.

“그들이 우리를 이렇게 짓밟는 건 당연한 게 아니야.” 내가 나직이 말했다. 에밀리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건 잘못된 거야. 처음부터… 전부.”

내 입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마치 다른 누군가가 속삭인 것처럼 생경하게 들렸다. 하지만 그 말들은 내 안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불꽃을 지폈다. 저 거대한 제국, 그들의 힘이 어디에서 오든 상관없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었다. 나는 무너진 시장의 잔해 속에서, 불타는 눈으로 저 멀리 웅장하게 서 있는 황궁을 올려다보았다. 저 아름다운 거짓의 심장을, 언젠가 부술 날이 올 것이라고. 내 안의 목소리가, 이제는 더 이상 꿈속의 울림이 아닌, 뚜렷한 외침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잿빛 숨결 아래서, 작은 저항의 불씨가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씨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무언가를 잠에서 깨울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을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