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제목: 그림자 속 룬 (제37화)**

지훈은 손목시계의 흐릿한 액정 화면을 확인했다. 자정. 지상에서는 모든 것이 죽은 듯 고요했지만, 지하 깊숙한 이곳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마저 불경하게 느껴질 만큼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그의 땀에 젖은 손이 낡은 라이터의 철제 몸통을 꽉 쥐었다. 기름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번 탐색에 실패하면, 다음 끼니조차 장담할 수 없으리라.

“젠장, 대체 얼마나 더 내려가야 하는 거야.”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습기를 머금은 공기 속으로 가라앉았다. 오래전에 폐쇄된 지하철역의 깊은 터널. 붕괴된 잔해들이 아슬아슬하게 천장을 지탱하고 있었고,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를 위협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지훈은 지난 몇 주간 이곳에 대한 소문을 쫓았다. ‘무너진 도시 아래에 숨겨진 빛’,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 따위의 허황된 이야기들. 하지만 절박한 생존자에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유혹이었다.

발밑에는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과 썩은 금속 파편들이 널려 있었다.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날카로운 소음이 주위를 찢었고, 그때마다 지훈은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어둠 속에서 어떤 괴물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다. 이 폐허는 밤의 지배자들에게 속해 있었다.

한참을 더 전진했을까, 터널의 끝에 희미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주황빛과 보랏빛이 뒤섞인 기묘한 색깔의 빛.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미지의 공포가 그를 덮쳤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빛의 원천에 다다르자,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기괴했다. 터널 한가운데, 붕괴되지 않은 돔형 공간이 나타난 것이다. 그 안에는 고대의 제단처럼 보이는 육각형의 거대한 돌덩이가 솟아 있었다. 돌덩이의 표면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복잡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 문양들 사이에서 기이한 빛이 맥박 치듯 뿜어져 나왔다.

“이게… 뭐야.”

지훈은 숨을 멈췄다. 문양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그가 더 가까이 다가가자, 제단 위 가장자리에 움푹 패인 곳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손목시계와 비슷한 크기의 홈. 그리고 그 홈 옆에는, 피가 말라붙은 듯한 붉은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누군가… 먼저 왔었다는 건가?’

등골이 오싹했다. 이 힘이 너무도 쉽게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주변을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허리춤에서 낡은 칼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제단 위로 손을 뻗었다. 손끝이 빛나는 문양에 닿는 순간, 섬뜩한 정전기가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갑자기, 제단 전체가 눈부신 빛을 내뿜으며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육각형 돌덩이의 모든 문양들이 일제히 빛을 발했고, 주황색과 보라색 빛이 섞여 거대한 나선형을 그리며 돔형 공간의 천장을 향해 솟구쳤다. 터널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부서진 잔해들이 천장에서 후드득 떨어져 내렸고, 지훈은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콰아앙!

천장의 한 부분이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고, 지훈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진동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렬해지는 것 같았다. 빛의 나선이 천장에 닿는 순간, 돔형 공간의 중앙에서 마치 거울이 깨지는 듯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쉬이이이잉…

빛이 잠시 잦아들자, 지훈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제단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지만, 아까와는 다른, 더욱 깊고 묵직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돔형 공간의 천장, 빛이 닿았던 바로 그 지점에, 기묘한 균열이 생겨 있었다. 검은색 균열. 마치 우주의 심연을 직접 들여다보는 듯한 칠흑 같은 어둠이 그 틈새를 통해 스며 나오고 있었다.

“이런… 내가 뭘 건드린 거지?”

지훈의 심장은 갈비뼈를 뚫고 나올 듯 격렬하게 뛰었다. 균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고 비릿했다. 썩은 피 냄새와 오래된 흙먼지 냄새가 뒤섞인 듯한 역겨운 냄새. 그리고 그 안에서,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의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투둑… 투둑…*

작은 돌멩이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 아니, 더 묵직한 무언가가 균열의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소리였다. 지훈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칼을 쥔 손에 땀이 흥건했다. 그의 눈은 균열에 고정된 채 한순간도 움직이지 않았다.

점점 더 커지는 소음. 그리고 그와 함께, 균열의 틈새에서 두 개의 붉은 눈이 번쩍하고 나타났다. 짐승의 눈. 인간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맹렬하고 탐욕스러운 빛을 내뿜는 눈이었다.

지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귀에 날카로운 고막을 찢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균열에서 튀어나온 것은 다름 아닌, 기괴하게 뒤틀린 팔이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돋아난 검은 피부의 팔. 그것은 균열의 가장자리를 붙잡고, 거대한 몸체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젠장, 도망쳐야 해…!”

그가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붉은 눈동자가 정확히 지훈을 향했다. 사냥꾼이 먹잇감을 발견했을 때의 섬뜩한 시선.

*크르르르…*

균열에서 기어 나오는 괴물의 목에서 낮고 굵은 ры르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더 이상 소문 속의 힘이 아니었다. 지훈은 스스로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고작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다가, 상상조차 못 했던 지옥의 문을 열어버린 것이다.

괴물의 거대한 몸체가 균열을 완전히 빠져나왔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붉은 눈, 뼈가 튀어나온 듯한 기형적인 몸체. 그리고 그 몸체에는, 그 제단의 문양과 똑같은, 빛나는 룬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지훈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이 괴물은… 이 힘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게… 이게 네가 말한 ‘세상을 바꿀 힘’이냐…!”

그는 절규하듯 외쳤다. 괴물은 대답 대신, 굶주린 하악질 소리를 내며 그를 향해 육중한 몸을 던졌다. 돔형 공간은 괴물의 거친 숨소리와 지훈의 절박한 비명으로 가득 찼다.

탈출구는 없었다.

이 룬이 지닌 힘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 괴물은 이 세계에 어떤 재앙을 가져올 것인가?
지훈은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