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73화: 흔들리는 옥좌, 비정한 섬광
천룡성 무도 투기장의 거대한 원형 홀은 오색찬란한 홀로그램 빛으로 가득했다. 수백만 명이 운집한 관중석은 흡사 은하계를 축소해 놓은 듯 반짝였고, 그들의 웅성거림은 거대한 파도처럼 투기장을 뒤덮었다. 중앙의 반중력 경기장은 묘하게도 고풍스러운 팔각정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그 위로는 수천 년 전의 고성에서나 볼 법한 묵직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단 한 번의 승패가 성계 연합의 미래를 결정하고, 우주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 했다.
고요하게 호흡을 가다듬던 강휘는 눈꺼풀 아래로 일렁이는 백색 섬광을 느꼈다. 그의 맞은편, 거대한 황금 갑옷을 걸친 아슈르가 불길한 살기를 뿜어내며 서 있었다. 아슈르의 뒤편에는 불타는 해골 문양이 새겨진 검은 깃발이 홀로그램으로 펄럭이고 있었다. 그것은 성계 변방의 잔혹한 약탈자 집단, ‘흑염단’의 상징이었다.
“명심해라, 강휘. 네 어깨에는 스러져간 강호의 혼이 얹혀 있다. 그 기개를 꺾어서는 안 된다.”
스승의 마지막 목소리가 귓전을 스쳤다. 강휘는 땀으로 축축한 손바닥을 꽉 쥐었다. 그는 이 자리에 서기 위해 수많은 밤을 밤샘 수련으로 지새웠고, 죽음의 문턱을 수십 번 넘나들었다. 그의 온몸에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의 흔적과, 굳은살 박힌 무림의 세월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
“후후… 애송이. 그 눈빛은 가상하나, 겨우 검 한 자루와 너덜거리는 내공으로 내 앞을 막을 순 없을 거다.”
아슈르의 목소리는 금속성 잡음이 섞인 채 투기장에 울려 퍼졌다. 그의 오른손에서 푸른색 섬광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에너지 대검이 형체를 갖추며 나타났다. 검신에서는 징그러운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강휘는 무표정하게 응시했다. 그의 손에는 낡고 투박한 검, ‘벽운검(碧雲劍)’이 쥐어져 있었다. 수백 년 전 그의 선조들이 휘둘렀던 그 검은, 어떤 첨단 무기보다도 무겁고 강렬한 생명의 기운을 담고 있었다.
결전의 순간이었다.
“성계 무도 대제전 결승! 강휘 대 아슈르! 대결을 시작한다!”
사회자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경기장 전체를 감싸던 에너지 보호막이 서서히 걷혔다.
“크하하하! 죽어라, 고대의 망령!”
아슈르가 괴성을 지르며 먼저 돌진했다. 그의 황금 갑옷에서 수십 개의 미세한 추진체가 동시에 분사되며, 거대한 몸체가 마치 유성처럼 강휘에게 쇄도했다. 에너지 대검이 허공을 가르며 푸른 궤적을 그렸다. 그 일격은 마치 거대한 파쇄기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듯했다.
강휘는 발밑의 대리석 바닥을 가볍게 차 올렸다. 발끝에서 시작된 회전력이 전신을 타고 올라, 그의 몸은 흡사 한 떨기 연꽃처럼 우아하게 춤을 추듯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쉬이이익! 콰앙!*
아슈르의 에너지 대검이 강휘가 서 있던 자리를 강타했다. 대리석 바닥이 폭발하며 거대한 분화구가 생겨났다. 강력한 충격파가 관중석까지 전해져 웅성거림을 자아냈다.
“간발의 차로 피했어!”
“저게 강휘의 ‘회룡비공(回龍飛空)’이군! 강호 무림의 진수라더니, 정말 허황된 소리가 아니었어!”
관중석에서는 탄성과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강휘는 미처 착지하기도 전에 아슈르의 다음 공격에 직면했다. 황금 갑옷의 어깨에서 번개 같은 속도로 붉은 에너지탄이 쏘아져 나왔다.
*파파파팡!*
강휘는 몸을 비틀어 에너지탄을 피했지만, 폭발의 여파가 그의 등짝을 강타했다. 억 소리와 함께 그는 허공에서 잠시 휘청였다.
“꼴랑 저 정도인가! 실망이로군!”
아슈르가 조롱하듯 외치며 허공에 뜬 강휘에게 맹렬히 달려들었다. 에너지 대검이 일직선으로 뻗어나왔다. 피할 공간도, 반격할 틈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강휘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깊은 곳에서 형언할 수 없는 차가운 광채가 번뜩였다. 그의 몸에서 마치 거대한 고요가 폭풍우처럼 휘몰아쳤다.
“이것이… 스승님의 가르침… ‘무영신검(無影神劍)’!”
강휘의 입에서 나지막한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그의 벽운검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칼끝에서 희미한 푸른 섬광이 일더니, 아슈르의 대검을 겨우 0.1초 앞두고 허공에 얇은 선을 그었다.
*치이이익!*
강철과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라, 무언가 거대한 에너지가 마찰하며 녹아내리는 듯한 기묘한 소리가 투기장을 채웠다. 아슈르의 에너지 대검이 강휘의 벽운검에 닿는 순간, 마치 모래로 만든 성처럼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뭐… 뭐라고?! 내 ‘염화신검(焰火神劍)’이?!”
아슈르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의 대검은 순식간에 칼집에서 뽑힌 날처럼 닳아 없어지더니, 이내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강휘의 벽운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하게 빛나고 있었다.
관중석은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흑염단의 깃발 아래 서 있던 아슈르의 부하들조차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쩍 벌렸다.
강휘는 착지하며 여전히 고요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의 검에서 푸른 기운이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단지… 물질의 근원적 결속력을 무너뜨리는 것일 뿐입니다. 당신의 무기는 너무나도 단순한 에너지의 집합체였고, 제 검은… 시공을 초월한 마음의 결정체입니다.”
강휘의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그 울림은 아슈르의 심장을 직접 강타하는 듯했다.
“건방진 애송이…! 내게 감히 이런 모욕을! 좋다, 네놈의 얄팍한 무림 기술로는 결코 막을 수 없는 진정한 힘을 보여주마!”
아슈르는 광기에 찬 눈빛으로 포효했다. 그의 황금 갑옷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갑옷의 이음새마다 붉은 전류가 번쩍였고, 그의 온몸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며 경기장 바닥이 흔들렸다.
*웅———-!*
투기장 전체를 감싸던 홀로그램 보호막이 불안하게 일렁였다. 아슈르의 에너지가 너무도 거대하여, 경기장의 안전장치조차 위협받는 듯했다.
“저것은… 흑염단의 궁극 기술, ‘재앙의 심장(Calamity Core)’!”
VIP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던 성계 연합의 고위 관계자가 경악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아슈르의 갑옷은 이제 거대한 붉은 에너지 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검붉은 구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구체는 주변의 빛과 공간마저 집어삼키는 듯, 불길하게 일렁였다.
강휘는 아슈르를 바라봤다. 아슈르의 눈빛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파괴만을 갈망하는, 냉혹한 기계의 눈빛이었다.
“애송이… 이제 네놈의 죽음으로, 이 우주의 미래를 결정할 자는 누구인지 분명해질 거다!”
아슈르가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검붉은 구체를 강휘에게 던졌다. 구체는 느리게, 그러나 압도적인 중력처럼 강휘에게 다가왔다. 그 순간, 강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것은 단순한 에너지 공격이 아니었다. 저 안에 담긴 것은, 존재 자체를 소멸시키는 힘이었다.
피할 수 없다. 막을 수도 없다.
강휘는 벽운검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의 몸 안에서 잠자고 있던 모든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아올랐다. 그의 눈빛은 아슈르의 광기보다도 깊고 서늘한 결의로 타올랐다. 스승의 가르침, 스러져간 강호의 혼, 그리고 이 우주의 운명이 그의 작은 어깨에 달려 있었다.
그의 벽운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기운은 이제 홀로그램 빛마저 압도하며, 투기장 전체를 신비로운 푸른색으로 물들였다. 마치 거대한 용이 잠에서 깨어나 포효하는 듯한 기운이 투기장을 가득 채웠다.
아슈르의 검붉은 재앙의 구체가 강휘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강휘는 모든 것을 걸고, 벽운검을 힘껏 휘둘렀다.
*크아아아악!*
그의 절규와 함께, 푸른 섬광이 검붉은 재앙을 향해 맹렬히 쇄도했다.
그리고….
투기장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섬광과 폭음이 터져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