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나 학술원의 시계탑은 멈추는 법이 없었다. 정교한 톱니바퀴와 증기 피스톤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는 마치 거대한 살아있는 심장처럼 도시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곳은 대륙 최고의 마법 공학자들이 모여 에테르 동력 장치와 시계태엽 자동인형, 그리고 하늘을 나는 비공정을 연구하는 지식의 전당이었다.
루시안은 그 심장 박동에 매료된 학생 중 하나였다. 여느 학생들처럼 고대 마법 주문을 외우기보다는,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렌치와 나사 드라이버를 든 채 복잡한 마법 공학 장치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일에 더 익숙했다. 그의 방은 언제나 증기압 조절기의 삐걱거리는 소리, 에테르 코어의 낮은 윙윙거림, 그리고 닳아버린 톱니바퀴의 냄새로 가득했다.
어느 날, 루시안은 자신의 졸업 프로젝트인 ‘자율 탐색형 에테르 감지 드론’을 시험하던 중이었다. 드론은 평소와 다르게 학술원 지하 깊은 곳에서 비정상적인 에테르 파동을 감지했다. 처음엔 기계 오작동이라 생각했지만, 파동은 규칙적이면서도 묘하게 불쾌한 진동을 담고 있었다. 마치 심장이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듯한, 그런 기이한 주파수였다.
“음… 이럴 리가 없는데.”
루시안은 눈썹을 찌푸리며 드론의 분석 모듈을 다시 확인했다. 학술원 지하에는 보관창고나 오래된 기록실 외에는 특별한 시설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드론이 가리키는 파동의 근원은 그 모든 알려진 구역보다 훨씬 더 깊은 곳이었다. 마치 금지된 심연이라도 되는 양, 학술원 중앙 통제실의 지도에는 아예 표시조차 되어 있지 않은 미지의 공간.
그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고고학 마법 전공자인 엘라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 엘라는 언제나 낡은 책과 고대 유물을 탐구하는 데 열정적이었다.
“미지의 에테르 파동? 학술원 지하에? 루시안, 네 드론이 드디어 고장 난 거 아니니?” 엘라가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안경 너머로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 번뜩였다. “하지만… 만약 정말이라면, 그건 흥미로운데.”
“고장 아냐. 파동은 너무나 선명했어. 주기적이고, 강렬하고,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학술원의 모든 에테르 동력 시스템의 미세한 흐름과 공명하고 있었어. 마치 그것이 모든 에너지의 근원인 것처럼.”
엘라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오래된 양피지 두루마리를 뒤적였다. “학술원이 세워진 지 거의 오백 년이 되었어. 그 긴 세월 동안 지하에 숨겨진 게 없을 리 없지. 하지만 공식 기록에는 없어.”
“바로 그거야. 공식 기록에는 없지만, 내 드론은 분명히 감지했어.” 루시안은 의자에 기대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뭔가 기분 나쁜 파동이었어.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에서 추출되는 듯한 느낌.”
그날 밤, 루시안과 엘라는 교수들의 통제가 느슨해지는 자정 무렵을 틈타 학술원 지하로 잠입했다. 루시안의 에테르 감지 드론은 좁고 컴컴한 복도를 따라 빛나는 궤적을 그리며 그들을 안내했다. 증기 파이프가 거미줄처럼 얽히고, 낡은 시계태엽 장치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들을 위협하는 듯했다.
그들은 오래된 보관실 벽 뒤에 숨겨진 비밀 통로를 발견했다. 통로는 닳아버린 기어로 잠겨 있었는데, 루시안이 순식간에 해제했다.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철문이 열리자, 안에서는 차가운 금속과 습한 흙먼지, 그리고 알 수 없는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흘러나왔다.
“이봐, 루시안. 여기가 아닌 것 같아.” 엘라가 불안하게 속삭였다. “여긴… 너무 깊어. 그리고 이 에테르 흐름은 너무 강해. 거의 물리적인 압박감마저 느껴져.”
“여기야. 드론이 가리키는 곳은.” 루시안은 손에 든 렌턴을 앞으로 비추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계단은 마치 땅속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뱀의 굴 같았다. 계단 옆에는 부식된 증기 파이프들이 보였는데, 그 안에서 희미하게 에테르 빛이 깜빡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몇 시간 동안을 걸었을까, 그들은 마침내 거대한 동굴 같은 공간에 도착했다. 동굴의 중앙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기계 장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증기 엔진이 아니었다. 거대한 황동 파이프와 정교하게 깎인 흑철 기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그 사이사이를 흐르는 에테르 에너지 코어들이 끊임없이 빛을 뿜어냈다.
하지만 장치의 가장 기이한 부분은 바로 그 중심에 있었다.
“이게… 뭐야?” 엘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장치의 가장 깊은 곳, 거대한 원형 격납고의 중심에는 거대한 생체 조직이 박동하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심장 같았지만, 그 주위로는 수많은 금속 관과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었다. 관들은 맥동하는 생체 조직의 표면에 깊이 박혀 있었고, 그 관을 통해 밝은 에테르 에너지가 흡수되고 있었다. 그 모습은 흡사 거대한 생명체에게서 피를 뽑아내는 듯했다.
생체 조직은 고동칠 때마다 희미한 빛을 뿜어냈는데, 그 빛은 마치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맥동 하나하나에서 루시안의 드론이 감지했던 그 기이하고 불쾌한 에테르 파동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에너지의 흐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
“말도 안 돼…” 루시안은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이건… 추출 장치야. 이 거대한 생명체에게서 에테르를 뽑아내는…”
그때,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미숙한 학생들이 들어올 곳이 아니다.”
돌아서자, 어둠 속에서 한 인물이 걸어 나왔다. 학술원의 최고 마법 공학 교수이자 학술원의 모든 에테르 동력 시스템을 설계한 크로노스 교수였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침착했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어딘가 어둡고 지쳐 보이는 기색이 스며 있었다.
“교수님… 이게 뭡니까?” 엘라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이… 이 생명체는 뭐죠? 학술원의 에너지원은 설마 이걸…?”
크로노스 교수는 한숨을 쉬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여기까지 찾아냈군. 이 사실은 영원히 묻혀 있어야 할 학술원의 가장 깊은 비밀이다.”
그는 맥동하는 거대한 심장을 천천히 응시했다. “이것은 ‘프리마 노멘’, 태초의 심장이다. 세상의 모든 에테르 흐름이 시작된 곳이라고 알려진 존재지. 학술원의 지하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었던 고대 존재.”
“잠들어 있었다고요? 그럼 지금 이건… 잠들어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루시안이 소리쳤다. “이건 고통받고 있어요! 이 기계가 이걸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잖습니까!”
“그렇다.” 크로노스 교수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 고통이 바로 우리가 누리는 모든 기술 문명의 원천이다. 이 학술원의 비행선이 하늘을 가르고, 자동인형이 복도를 누비며, 우리의 모든 마법 공학이 작동하는 것은 바로 이 심장이 내뿜는 에테르 덕분이다. 그 에테르는 ‘프리마 노멘’의 고통 속에서 가장 순수하고 강력하게 증폭된다.”
엘라는 경악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럼… 학술원의 모든 영광과 발전은… 이 생명체를 고문해서 얻은 것이란 말입니까?”
“고문이라는 표현은 너무 과격하다. 필요한 대가일 뿐.” 크로노스 교수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만약 이 추출 장치를 멈춘다면, 학술원의 모든 에테르 동력 시스템은 마비될 것이다. 도시는 어둠에 잠기고, 비행선은 추락하며, 우리는 모든 기술적 우위를 잃게 되겠지. 그리고 태초의 심장은 다시 깊은 잠에 빠질 테고, 우리는 다시는 이런 에테르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루시안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다, 살아있는 생명체다. 그리고 그 생명체가 우리의 문명을 지탱하고 있다.” 크로노스 교수는 루시안을 똑바로 응시했다. “너희는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릴 텐가? 그리고 이 모든 문명을 파괴할 텐가? 아니면, 침묵하고 우리가 쌓아 올린 이 위대한 문명의 수혜자가 될 텐가?”
거대한 심장은 끊임없이 고동쳤다. 그 맥동은 이제 루시안의 심장과 공명하며, 죄책감과 분노, 그리고 무력감으로 그의 폐부를 짓눌렀다. 학술원의 아름다운 시계탑은 멈추지 않는 증기 피스톤의 소리로 계속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이제 루시안에게 고통받는 고대 존재의 비명처럼 들렸다.
그의 눈앞에는 거대한 기계 장치와 그 속에 갇혀 고통받는 생명체, 그리고 그 고통 위에 세워진 찬란한 문명의 그림자가 거대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루시안은 렌치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의 선택은, 이제 막 시작될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될 터였다. 침묵하거나, 아니면 이 끔찍한 진실을 폭로하고 모든 것을 바꿀 것인가. 지하 동굴의 습한 공기는 알 수 없는 미래의 비릿한 피 냄새를 머금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