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먼지 속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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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패널 1]**
황량한 붉은 흙먼지 위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둘. 하늘은 늘 그랬듯 잿빛으로 탁하고, 멀리 보이는 앙상한 철근 구조물들이 과거의 영광을 비웃듯 삐죽이 솟아 있다. 작은 돌 하나가 굴러가며 ‘데구르르’ 소리를 낸다.
**나레이션 (시아):** 또 하루가 시작된다. 혹은 끝난다. 여기서 시간의 의미는 그저… 살아남기 위한 숫자일 뿐.
**[패널 2]**
선두에 선 시아의 얼굴 클로즈업. 찢어진 방진 마스크 아래로 언뜻 보이는 눈빛은 지치고 메말랐지만, 동시에 날카로운 경계심으로 가득하다. 등에는 낡았지만 잘 관리된 에너지 소총이 매달려 있다.
**시아 (독백):** (이 빌어먹을 먼지는 틈만 나면 기관지를 긁어대지. 마스크 없인 한 시간도 버티기 힘들 거야.)
**[패널 3]**
시아의 뒤를 따르는 지훈.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불안감이 서려 있다. 그의 손에는 낡은 PDA가 들려 있고, 화면에는 흐릿한 지도가 깜빡인다.
**지훈:** 누나, 여기 맞아요? 벌써 세 번째 폐허 도시인데… 우리가 찾는 ‘안전 저장고’는 대체 어디에 있다는 거예요? 이 지표가 맞긴 해요?
**시아:** 지표는 아직 유효해. 이 근방에서 가장 온전하게 보존된 시설일 거야. 대붕괴 이전의 자료는 너무 파편적이어서 확신할 수 없지만… 이곳 외엔 딱히 갈 곳도 없어.
**[패널 4]**
PDA 화면 클로즈업. 희미한 붉은 점이 ‘현재 위치’를 나타내고, 그 너머에 작은 초록색 네모가 ‘목표’ 지점을 표시한다. 주변은 온통 깨진 건물 잔해들로 표기되어 있다.
**지훈:** 하지만 ‘먼지 가오리’ 출몰 지역이라고… 경고가 뜨잖아요. 이곳은 너무 위험해요.
**시아:** ‘먼지 가오리’가 없는 곳이 어디 있겠어? 어차피 우린 계속 움직여야 해.
**[패널 5]**
두 사람의 발아래, 흙먼지 위에 깊게 파인 무언가의 흔적이 클로즈업된다. 길고 넓적하며, 마치 거대한 몸체가 지나간 듯한 자국이다.
**시아:** (발소리 낮춰. 이건… 어제 본 자국보다 훨씬 신선해.)
**지훈:** (속삭이며) 크기가… 엄청 큰데요? 누나, 저번에 봤던 것보다 더 커요.
**[장면 2]**
**[패널 6]**
두 사람이 잔해더미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가는 모습. 시아는 소총을 단단히 쥐고 사방을 경계하고, 지훈은 바싹 뒤따른다. 건물 잔해들은 마치 거대한 뼈대처럼 삭아 있다.
**나레이션 (시아):** ‘결정화 전력석’이 없으면, 휴대용 정화기는 하루도 못 버틸 거야. 이대로 가다간 이 지독한 먼지에 질식해 죽거나, 수분 부족으로 쓰러지겠지. 더 이상 선택지가 없어.
**[패널 7]**
시아가 낡은 건물 잔해 틈으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미는 모습. 그녀의 시선 끝에는 깊은 지하시설 입구가 보인다. 입구 주변은 무너진 콘크리트와 뒤엉킨 철근으로 막혀 있지만, 작은 틈이 열려 있다.
**시아:** 찾았어. 저기야.
**지훈:** (안도의 한숨) 드디어…!
**시아:** 아직 안심하긴 일러. 저 안에 뭐가 있을지 몰라.
**[패널 8]**
시설 입구 앞, 바닥의 흙먼지 클로즈업. 새로이 생긴 거대한 흡착 자국이 선명하다. 그리고 그 자국은 시설 내부를 향하고 있다.
**지훈:** 저 자국… 입구 안으로 들어가는데요? ‘먼지 가오리’가 먼저 들어갔을까요?
**시아:** (미간을 찌푸리며) 아마도. 녀석들은 진동과 미약한 에너지 흐름에 민감해. 이곳 지하에 남아있는 미세한 동력을 감지하고 들어갔을 수도 있어.
**[패널 9]**
시아가 에너지 소총을 조준하며 좁은 틈새로 먼저 들어가는 모습. 지훈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따라 들어간다. 어두운 입구 안에서 ‘스으으’ 하는 건조한 바람 소리가 새어 나온다.
**나레이션 (지훈):** 언제나 누나가 앞장섰다. 나는 그저 누나의 그림자를 쫓아가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장면 3]**
**[패널 10]**
어둡고 좁은 통로. 휴대용 라이트 불빛이 벽에 가득한 곰팡이와 이끼를 비춘다. 간헐적으로 ‘삐빅’ 하는 기계음이 들려온다.
**지훈:** (속삭이며) 으, 냄새… 축축하고 쿰쿰해요.
**시아:** (낮은 목소리로) 방심하지 마. 녀석들은 어두운 곳에 숨는 걸 좋아해.
**[패널 11]**
통로가 넓은 홀로 이어지는 지점.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홀 안으로 발을 내딛는다. 홀 중앙에는 거대한 발전기가 뼈대만 남긴 채 멈춰 서 있고, 그 주변에 녹슨 장비들이 널려 있다. 공기 중에 희미한 전력 냄새가 맴돈다.
**시아:** 이 정도면… ‘결정화 전력석’이 있을 만한 곳이야. 저기, 발전기 제어반 쪽을 살펴봐.
**지훈:** 네!
**[패널 12]**
지훈이 조심스럽게 낡은 제어반 쪽으로 다가가는 모습. 패널 곳곳에 거미줄처럼 얽힌 먼지와 녹이 슬어 있다. 그는 손에 든 PDA로 제어반을 스캔한다.
**지훈:** (PDA에서 ‘삐비빅’ 소리) 여기요, 누나! 반응이 와요! ‘고밀도 에너지 잔류’. 이 안에 분명 있을 거예요!
**[패널 13]**
지훈이 제어반의 덮개를 열려고 손을 뻗는 순간, 홀 안을 가득 채우던 먼지가 크게 휘몰아치며 ‘쉬이이익’ 소리를 낸다.
**시아:** (급박하게) 지훈! 물러서!
**[패널 14]**
먼지 폭풍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솟아오른다. 흡사 거대한 가오리 모양을 한 그것은, 등에는 거친 갑피가 덮여 있고, 아래쪽에는 수많은 흡착판이 달린 촉수들이 꿈틀거린다. 눈은 퇴화했는지 보이지 않고, 대신 머리 양쪽에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는 감각 기관이 돋아나 있다.
**효과음:** 콰아아앙!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
**나레이션 (시아):** 젠장, 크기가 상상 이상이야!
**[장면 4]**
**[패널 15]**
먼지 가오리가 촉수를 휘두르며 지훈을 공격한다. 지훈은 간발의 차이로 몸을 피하고, 촉수가 박힌 자리에 콘크리트가 ‘파지직’ 소리를 내며 부서진다.
**지훈:** 으악!
**[패널 16]**
시아가 소총을 겨누고 먼지 가오리의 약점인 감각 기관을 노려 쏜다. ‘치이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에너지탄이 발사되고, 먼지 가오리의 몸에 맞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빛이 터진다.
**시아:** 거기 서, 이 괴물아!
**[패널 17]**
먼지 가오리는 큰 고통을 받은 듯 ‘크어어어어!’ 하고 울부짖으며 몸을 비튼다. 거대한 꼬리가 휘둘러지며 발전기 잔해가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무너진다.
**나레이션 (지훈):** 누나의 에너지탄은 녀석에게 유효했지만, 저 정도로는 녀석을 멈출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패널 18]**
시아가 빠르게 움직이며 지훈에게 외친다.
**시아:** 지훈! 녀석은 진동에 민감해! 저 제어반 아래, 비상 전력 라인 근처에 있을 거야! 녀석이 정신 못 차리는 사이에!
**지훈:** 네! 알겠어요!
**[패널 19]**
시아가 먼지 가오리의 시선을 끄는 동안, 지훈은 빠르게 제어반 아래쪽으로 기어들어간다. 먼지 가오리는 시아에게 전기를 방출하려는지 ‘지지직’ 소리를 내며 몸에서 푸른 스파크를 일으킨다.
**시아:** (소총을 난사하며) 이봐! 나한테 집중하라고!
**[패널 20]**
지훈이 제어반 아래쪽에서 낡은 패널을 뜯어내는 모습. 그의 손이 닿은 곳에서 작지만 강렬한 푸른 빛이 새어 나온다.
**지훈:** 찾았다! ‘결정화 전력석’이에요!
**[장면 5]**
**[패널 21]**
먼지 가오리가 온몸에서 강력한 정전기를 방출하며 시아에게 달려든다. ‘파지직! 콰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강력한 전격이 시아를 덮치려 한다. 시아는 간발의 차이로 몸을 굴려 피한다.
**시아:** 젠장, 피했다!
**[패널 22]**
지훈이 전력석을 뽑아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전력 질주한다.
**지훈:** 누나! 가요!
**[패널 23]**
시아가 뒤따라 달리며,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 먼지 가오리에게 조준 사격을 날린다. ‘치이이잉! 콰앙!’ 이번에는 녀석의 약점에 제대로 명중한 듯, 먼지 가오리는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홀 바닥으로 ‘쿵!’ 하고 쓰러진다.
**시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시… 기절했을 뿐이야! 어서!
**[패널 24]**
두 사람이 필사적으로 지하 통로를 빠져나와 햇빛이 드는 바깥으로 나오는 모습.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로를 바라본다. 지훈의 손에는 여전히 푸른 빛을 발하는 ‘결정화 전력석’이 들려 있다.
**지훈:** (헉헉대며) 하아… 하아… 살았다…
**시아:** (쓰러지듯 벽에 기대며) 대단해… 지훈. 해냈어.
**[패널 25]**
지훈이 시아를 바라본다. 그의 얼굴에는 이전의 불안감 대신 희미한 성취감과 안도감이 뒤섞여 있다. 그는 작은 전력석을 시아에게 내민다.
**지훈:** 누나… 여기요.
**시아:** (전력석을 받아들며 미소 짓는다) 잘했어. 이제… 정화기를 다시 돌릴 수 있겠네.
**[패널 26]**
두 사람이 지쳐 앉아 있는 모습. 노을이 지는지 붉은 먼지 하늘이 더욱 진하게 물들어 있다. 그들의 등 뒤로 폐허의 도시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나레이션 (시아):** 한 조각의 희망을 찾아 떠도는 유목민들. 우리는 여전히 폐허 속에서 헤매고 있지만, 오늘 밤만큼은… 작은 승리에 기대어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새벽이 다시 그림자를 드리울 때까지.
**[패널 27]**
푸른 빛을 내는 ‘결정화 전력석’과 함께 시아와 지훈의 실루엣이 마지막으로 크게 잡힌다. 그들의 앞에는 여전히 미지의 여정이 펼쳐져 있다.
**나레이션 (지훈):**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이 먼지투성이 세상에서 벗어나, 진짜 ‘안전한 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
**[에피소드 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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