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폐허 속 한 줄기 빛, 혹은 그림자

**[에피소드 제목]** 폐허 속 한 줄기 빛, 혹은 그림자

**[장면 1: 잿빛 도시의 침묵]**

**[패널 묘사]**
광활하게 펼쳐진 도시의 폐허. 잿빛 하늘 아래, 앙상한 철근 구조물들이 뼈대처럼 솟아 있고, 그 사이로 녹슨 차량들이 뒤집혀 있거나 기형적으로 엉겨 붙어 있다. 건물 외벽에는 거대한 곰팡이나 담쟁이덩굴이 뒤덮여 있어 마치 거대한 괴물의 피부 같다. 먼지가 자욱한 공기 속에 한낮인데도 음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멀리서 바람 소리만이 길게 울린다.

**[내레이션]**
세상은 숨을 멈춘 지 오래였다.
고요한 침묵은 모든 소음을 집어삼켰고, 시간의 흐름만이 더디게, 모든 것을 부식시켜 나갈 뿐이었다.

**[패널 묘사]**
녹슨 버스 잔해 뒤에 몸을 숨긴 두 사람.
한 명은 서른 즈음으로 보이는 남자, ‘강현’. 그의 얼굴은 며칠 동안 면도도 못 한 채 지저분하고, 땀과 먼지로 얼룩져 있지만, 날카로운 눈빛만은 살아남은 야수처럼 예민하다. 그는 손에 거친 천으로 감싼 낡은 쇠 파이프를 쥐고 있다. 다른 한 명은 열일곱 정도의 소녀, ‘유진’.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강현의 등 뒤에 바싹 붙어 주위를 살핀다. 그녀의 한쪽 다리는 얇은 천으로 대충 감싸져 있지만, 피가 스며 나와 축축하다.

**[대화]**
**강현 (나지막이, 경고하듯):** 숨어. 소리 내지 말고.
**유진 (속삭이듯):** …응.

**[내레이션]**
오늘은,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이었다.

**[장면 2: 희망을 품은 목적지]**

**[패널 묘사]**
강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멀리 보이는 건물 잔해들 사이로,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글씨가 희미하게 보인다. ‘드림 약국’. 건물은 유리창이 대부분 깨져 있고, 외벽은 금이 가 있다. 주변은 비교적 조용해 보이지만, 방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대화]**
**강현:** 저기다. 약국.
**유진:** 거기… 괜찮을까요? 저번에 갔던 마트보다 더 멀리 있잖아요. 게다가… 저번에 갔던 약국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강현:** 괜찮을 리가 있겠냐. 그래도, 필요한 건 저 안에 있어. 특히… 네 다리 치료할 약.
**유진:** …!

**[패널 묘사]**
유진의 다리에 클로즈업. 무릎 아래 종아리에 깊게 긁힌 상처가 덧나 붉게 부어오르고, 고름이 살짝 비치는 모습이 섬뜩하다. 강현의 시선이 유진의 상처에 머문다.

**[내레이션]**
유진의 다리 상처는 점점 덧나고 있었다. 사소한 긁힘이었지만, 이 세계에선 작은 상처도 죽음의 문턱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된다. 변변한 치료제도 없이, 감염은 곧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장면 3: 그림자 속의 위협]**

**[패널 묘사]**
강현과 유진이 좁은 골목길을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강현은 쇠 파이프를 비스듬히 들고 전방을 경계하며 걷고, 유진은 강현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른다. 고장 난 차량들이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는 좁은 길이다.

**[효과음]**
끼이이익… (낡은 철문이 느리게 열리는 소리)

**[패널 묘사]**
강현이 동작을 멈추고 손을 들어 유진에게 정지 신호를 보낸다. 그의 눈이 번뜩인다. 유진은 숨을 죽인 채 강현의 등 뒤에 바싹 달라붙는다.

**[대화]**
**강현 (아주 작은 속삭임):** 쉿.

**[패널 묘사]**
한쪽이 부서진 건물 옆문에서 ‘그것’ 하나가 비틀거리며 나온다. 눈동자 없는 멍한 시선으로 주위를 맴돌다 느릿하게 거리를 배회한다. 피부는 창백하고 군데군데 썩어 문드러져 있으며, 찢어진 옷은 너덜거린다.

**[대화]**
**유진 (심장이 쿵 내려앉는 소리):** 하… (속삭임) 하나 더… 있어요.

**[패널 묘사]**
첫 번째 ‘그것’의 뒤편에서 또 다른 ‘그것’이 삐걱거리는 관절 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낸다. 두 ‘그것’이 골목 어귀에 서서 비틀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내레이션]**
식어버린 도시의 그림자 속, 그것들은 느리고 둔했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공포였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늘 존재를 위협했다.

**[장면 4: 생존의 본능]**

**[패널 묘사]**
강현이 유진을 녹슨 승용차 뒤로 강하게 밀어 넣는다. 유진은 비명을 삼킨 채 차체에 몸을 숨긴다. 강현은 쇠 파이프를 고쳐 잡고 깊게 숨을 들이쉰다. 그의 얼굴에는 결연한 의지와 함께 한순간 스치는 피로감이 엿보인다.

**[대화]**
**강현 (낮고 단호하게):** 꼼짝 말고 있어. 절대 나오지 마.
**유진 (겁먹은 눈빛):** 오빠…

**[패널 묘사]**
강현이 어둠 속에 몸을 감춘 채 첫 번째 ‘그것’에게 빠르게 접근한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민첩하다. ‘그것’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쇠 파이프를 휘둘러 머리를 강타한다.

**[효과음]**
퍽! (둔탁한 타격음)
흐으읍… (쓰러지는 ‘그것’의 쉰 목소리)

**[패널 묘사]**
강현의 움직임에 두 번째 ‘그것’이 반응한다. 썩은 살이 붙은 손을 허공에 휘두르며 강현에게 달려든다. 그 모습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기괴하다.

**[패널 묘사]**
강현이 아슬아슬하게 ‘그것’의 공격을 피한다. 부패한 손톱이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끔찍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강현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쇠 파이프를 다시 한번 휘둘러 ‘그것’을 완전히 제압한다.

**[효과음]**
철퍽! (무언가 터지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

**[패널 묘사]**
강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그것들’을 내려다본다. 그의 손은 파이프를 쥔 채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유진이 차 뒤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민다. 그녀의 눈은 두려움과 안도감으로 가득하다.

**[대화]**
**유진 (작게 흐느끼며):** 오빠…
**강현 (애써 침착하게):** 괜찮아. 다 끝났어.

**[내레이션]**
매번 익숙해질 법도 한 광경이었지만,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이 지옥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지켜냈다는 안도감의 증거이기도 했다.

**[장면 5: 폐허 속 약국]**

**[패널 묘사]**
‘드림 약국’ 내부. 유리창은 깨져 있고, 선반들은 뒤집혀 있다. 약병들은 바닥에 나뒹굴거나 깨져 있고, 끈적한 약액이 말라붙어 얼룩져 있다. 먼지와 잔해가 가득하지만, 희미한 햇빛이 깨진 창문 틈으로 들어와 춤추듯 부유한다.

**[대화]**
**유진:** 우와… 정말 엉망이네요.
**강현:** 기대할 것도 없었잖아. 일단, 진통제랑 항생제, 소독약 위주로 찾아. 나는 여기 좀 둘러볼게.

**[패널 묘사]**
유진이 조심스럽게 뒤집힌 선반들을 뒤지기 시작한다. 흙먼지 낀 손으로 잔해들을 헤쳐 나간다. 강현은 약국 안쪽, 처방전 카운터 쪽으로 향한다.

**[효과음]**
타닥타닥… (유진이 물건을 뒤적이는 소리)

**[패널 묘사]**
강현이 카운터 뒤편의 굳게 잠긴 금속 캐비닛을 발견한다. 그는 캐비닛 문을 힘껏 당겨보고, 이음새를 확인한다. 오래된 자물쇠는 녹슬어 있다.

**[대화]**
**강현 (혼잣말):** 이런 건 꼭 잠겨있지.

**[내레이션]**
이런 세상에서 ‘잠금’이란, 그 안에 귀한 것이 있다는 무언의 증명과도 같았다.
동시에, 그 귀한 것을 노리는 자들을 유혹하는 표식이기도 했다.

**[장면 6: 뜻밖의 발견과 새로운 위협]**

**[패널 묘사]**
유진이 흥분한 목소리로 강현을 부른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쁨과 놀라움이 교차한다. 손에는 몇 개의 약병과 소독약 병이 들려 있다.

**[대화]**
**유진:** 오빠! 여기요! 항생제랑 소독약 찾았어요!

**[패널 묘사]**
강현이 유진을 돌아보며 아주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눈빛이 갑자기 커진다.

**[효과음]**
끼이이이이익— 콰아아앙! (약국 뒷편의 창문이 깨지는 끔찍한 소리)

**[패널 묘사]**
약국 뒷편의 깨진 창문 밖으로 수많은 ‘그것들’의 팔이 뻗어 들어온다. 창문 너머로 끔찍하게 일그러진 얼굴들이 보이며, 그들의 쉰 목소리가 약국 안을 가득 채운다. 유진의 목소리와 깨진 유리창 소리에 더 많은 ‘그것들’이 몰려온 듯하다. 그들의 숫자는 예상보다 훨씬 많다.

**[대화]**
**강현 (패닉에 찬 목소리로):** 젠장! 유진아, 빨리! 반대쪽으로!

**[패널 묘사]**
강현이 황급히 유진에게 달려가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긴다. 그의 손은 벽에 걸려 있는 낡은 소화기를 향한다. 얼굴에는 공포와 분노, 그리고 결단이 뒤섞인다.

**[내레이션]**
예상치 못한 습격이었다.
약을 찾은 기쁨도 잠시, 이대로라면 둘 모두 이 폐허에 갇히게 될 터였다.
탈출구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어쩌면, 유일한 희망을 지킬 마지막 기회이자, 마지막 도피처.

**[장면 7: 절망 속의 탈출구]**

**[패널 묘사]**
강현이 약국 뒤편 구석에 있는 널빤지로 막힌 작은 뒷문을 가리킨다. 문은 낡았지만, 아직 단단히 닫혀 있다. 깨진 창문 너머의 ‘그것들’은 계속해서 안으로 밀고 들어오려 한다.

**[대화]**
**강현:** 저 문이야! 네가 먼저 나가면, 내가 막을게!
**유진 (경악한 표정으로):** 오빠! 혼자 어떻게 해요!

**[패널 묘사]**
‘그것들’이 창문을 부수고 몸을 밀어 넣기 시작한다. 썩은 팔들이 안으로 뻗어 들어오고, 역겨운 신음소리가 약국 안을 가득 채운다. 유진의 얼굴에는 공포와 절망이 드리워진다.

**[대화]**
**강현 (단호하고 강력하게):** 잔말 말고! 살고 싶으면, 나가! 빨리!

**[패널 묘사]**
유진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린다. 그녀는 강현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인다. 들고 있던 약병들을 품에 꼭 안고 뒷문으로 달려가 널빤지를 제거하기 시작한다. 강현은 소화기를 단단히 움켜쥐고 몰려들어 오는 ‘그것들’을 향해 몸을 돌린다. 그의 얼굴에는 생사를 건 싸움을 앞둔 결연함이 드리워져 있지만, 흔들리는 눈빛은 숨길 수 없다.

**[효과음]**
콰아아아앙! (창문이 완전히 부서지며 ‘그것들’ 몇 마리가 약국 안으로 굴러떨어지는 소리)

**[내레이션]**
그 순간, 강현은 그저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자신보다는, 유진을.
이 참혹한 세상에서, 한 줄기 희망을 지켜내야 한다는, 어쩌면 무모한 사명감만이 그를 움직였다.
지금 이곳은, 생존과 죽음의 경계였다.

**[패널 묘사]**
강현의 얼굴에 극단적인 클로즈업. 땀과 먼지로 얼룩진 얼굴,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인 눈빛. 바로 그 순간, ‘그것’ 하나가 끔찍한 신음과 함께 강현에게 달려든다.

**[검은색 페이드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