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은 언제나 잿빛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모래언덕 위로, 핏빛 태양이 간신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이안은 낡은 방진복 위로 덮인 얇은 막이 바람에 찢길세라 조심스럽게 몸을 숙였다. 그의 등에는 닳고 닳은 배낭이 무겁게 매달려 있었고, 한 손에는 투박한 스캐너가 불규칙한 신호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스크 너머로 텁텁한 공기가 폐부를 긁었다. 이곳, 망자의 행성에서 숨 쉬는 것은 그 자체로 고통이었다.
“젠장, 또 헛수고인가.”
혼잣말이 필터 너머로 튀어나왔다. 텅 빈 폐허만이 그의 메아리에 답할 뿐이었다. 한때 ‘새로운 희망’이라 불리던 거대 정착 기지의 잔해들. 지금은 그저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강철 구조물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을 뿐이었다. 인류는 지구를 버리고 별들로 향했지만, 그 별들조차 인간을 환영하지 않았다. 아니, 인류 스스로가 황폐함을 몰고 온 것일지도 몰랐다.
스캐너의 액정 화면에 희미한 초록색 점이 깜빡였다. ‘에너지 잔류량: 0.001%’. 이 정도면 스캐너가 고장 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미미한 신호라도 잡아낸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안은 그 미세한 점 하나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미라의 침대 옆에서 꺼지지 않는 푸른 불빛, 그녀의 생명을 지탱해 줄 단 하나의 장치에 필요한 부품이었다. ‘고압 전류 변환기’. 낡아 빠진 그 장치가 언제 작동을 멈출지 아무도 몰랐다.
이안은 삐걱이는 무릎을 억지로 일으켰다. 발밑의 모래는 미세한 금속 파편들과 섞여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듯했다. 과거의 영광은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오직 파괴만이 이곳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가 향하는 곳은 ‘아크 프로젝트 잔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한때 이 행성의 생태계를 완전히 뒤바꾸려 했던 거대한 프로젝트의 실패작. 온갖 첨단 기술이 투입되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그 잔해만이 위험천만한 전리품들을 숨긴 채 남아있었다.
거대한 강철 문은 이미 반쯤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용접된 강판이 흉물스럽게 벌어져 있었고, 그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귀신이 울부짖는 소리처럼 기괴한 음정을 만들어냈다. 이안은 허리춤에 매달린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이곳에는 인간보다 더 위험한 것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금속을 먹고 자라는 변형 생물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된 다른 생존자들.
내부는 예상대로 어두웠다. 낡은 비상등이 깜빡이며 길고 왜곡된 그림자를 드리웠다. 공기 중에는 먼지와 곰팡이 냄새, 그리고 희미하게 금속 타는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스캐너는 여전히 미미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분명했다. 희망은 한 줄기 빛처럼 그를 이끌었다.
복도를 따라 나아가자, 천장에서 떨어진 파편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이안은 조심스럽게 파편들을 밟고 지나갔다. 발밑에서 ‘그릭’ 하는 소리와 함께 금속 조각들이 부서졌다. 어디선가 ‘찌르르릉’ 하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단순한 노후화로 인한 소리인지, 아니면 움직이는 무언가의 소리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미라.’
이안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옅은 미소, 병색이 짙어진 얼굴 위로 떠오르던 그 작고 연약한 미소가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곳에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 어떤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그는 돌아가야 했다.
그는 한때 ‘제어실’이라고 불렸을 거대한 공간에 도착했다. 수많은 모니터와 패널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지만, 대부분은 부서지거나 먼지에 덮여 있었다. 스캐너의 신호가 강해졌다. “좌측, 5미터. 바로 아래.”
이안은 스캐너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거대한 제어 패널 아래, 케이블 더미와 뒤섞인 채로 놓인 낡은 철제 상자가 보였다. 상자는 반쯤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고압 전류 변환기. 그가 찾던 것이었다.
“찾았다…!”
안도감과 함께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안은 서둘러 상자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때였다.
**쾅-!**
등 뒤에서 거대한 금속음이 울렸다. 이안이 놀라 뒤를 돌아보자, 그가 들어왔던 입구가 거대한 강철 빔과 함께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모래먼지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며 시야를 가렸다. 미처 피할 틈도 없이, 발밑의 바닥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발을 구르는 듯한 진동이었다.
“뭐… 뭐야?!”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던 이안의 눈에, 부서진 제어 패널 너머에서 섬광이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녹슬고 닳아 빠진, 거미와 흡사한 형태의 기계 팔들이 느릿하게 움직이며 먼지를 털어냈다. 그것은 이 아크 프로젝트의 실패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잊힌 방어용 기계였다.
기계의 붉은 센서가 이안을 향해 번뜩였다. 섬뜩한 경고음이 낡은 제어실을 가득 채웠다.
*쉬이이잉-!*
기계 팔 끝에 달린 드릴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안은 손에 든 권총을 꽉 쥐었다. 무너져 내리는 천장과, 깨어나버린 옛 지킴이 사이에서, 그는 고압 전류 변환기를 움켜쥐었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