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1화: 달그림자의 서재

고요한 밤의 수정 궁전은 언제나 영원한 달빛 아래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날 새벽, 평화를 깨트린 것은 비명이었다. 날카롭고 절규하는 듯한 비명이 궁전의 첨탑을 울리고, 잠들어 있던 모든 이들을 흔들어 깨웠다.

“대현자님! 대현자님!”

수석 마법사 엘리사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대현자 아스테르의 서재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공포와 경악으로 가득했다. 이윽고 달려온 궁정 연금술사 카인과 수호 마법사 렌 역시 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무슨 일이야, 엘리사? 새벽부터 이 무슨 소란이지?” 렌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그의 주먹에는 이미 마력이 서려 있었다.

엘리사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서재 문을 가리켰다.
“안… 안에, 대현자님이… 쓰러져 계셔요. 문은 잠겨있고요!”

셋은 동시에 서재 문을 응시했다. 밤의 수정 궁전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으로 봉인된 서재 문. 대현자 아스테르 본인이 안에서 걸어 잠근 문은 외부에서는 그 누구도 열 수 없었다. 침입의 흔적도, 파괴의 흔적도 전혀 없었다.

카인이 마른침을 삼켰다. “말도 안 돼… 대현자님의 봉인 마법은 오직 그분만이 해제할 수 있어. 혹시… 안에서 직접 문을 닫으신 건가?”

그때, 저 멀리 복도 끝에서 차분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발의 소녀, 세린이었다. 그녀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별빛 같은 눈동자는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선배님들?” 세린의 목소리는 새벽 공기처럼 차가웠다.

엘리사가 세린에게 대답할 겨를도 없이 절박하게 외쳤다. “세린! 큰일이야! 대현자님이 서재 안에 쓰러져 계시는데, 문이 잠겨 있어! 안에서 걸어 잠근 것 같아!”

세린은 아무 말 없이 서재 문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천천히 문고리를 잡았다. 당연히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루나리아의 힘이 그녀의 감각을 예리하게 벼려냈다. 마법적인 잔향, 공기의 미세한 흐름, 미약한 마력의 파동까지도 그녀의 의식에 생생하게 각인되었다.

“대현자님은 언제 마지막으로 보셨습니까?” 세린이 눈을 뜨며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엘리사는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어제 저녁… 평소처럼 서재에서 밤늦게까지 연구하신다고 하셨어. 나는 새벽에 궁전 순찰 중 복도에 핏방울을 발견했고, 그 흔적을 따라 여기까지 온 거야.”

“핏방울?” 세린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어떤 핏방울입니까? 양은요?”

“많지는 않았지만… 선명했어. 이 서재 문 앞까지 이어지다가, 이 앞에서 딱 끊겼지.” 엘리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럼 대현자님께서는 그 핏자국을 남긴 채 서재 안으로 들어가셨고, 문을 잠그신 거로군요. 스스로를 가두듯이요.” 세린이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사실을 정리하는 어조였다.

렌이 주먹으로 벽을 쳤다. “말도 안 돼! 대현자님께서 왜 그런 짓을 하시겠어? 그리고 누가 감히 대현자님께 상처를 입힐 수 있단 말인가?”

카인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중얼거렸다. “혹시… 자해라도…?”

세린은 그들의 혼란스러운 추측을 무시한 채 서재 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오직 루나리아의 감각으로만 포착되는 미세한 마력의 흔적들을 더듬었다. 대현자 아스테르의 봉인 마법은 완벽했다. 외부에선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도록 견고하게 걸려 있었다. 문틈 하나도 없었고, 창문 역시 안팎으로 굳건히 봉쇄되어 있었다.

이것은 완벽한 밀실이었다.

세린은 문고리에서 손을 떼고 바닥의 핏자국을 응시했다. 엘리사의 말처럼, 핏자국은 서재 문턱에서 끊겨 있었다.

“안에서 문을 잠그셨다는 말씀이시군요.” 세린이 다시 한번 나지막이 읊조렸다.

엘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어. 대현자님의 봉인 마법은 안에서만 걸 수 있으니.”

세린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재 문 상단을 바라보았다. 다른 이들은 이미 포기한 듯 문을 부술 방법을 궁리하거나, 대현자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세린의 시선은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별빛 같은 눈동자가 미세한 균열을 쫓는 듯했다.

“저 문고리, 평소에도 대현자님 손때가 저렇게 진하게 묻어 있었나요?” 세린이 불쑥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문고리보다 약간 위에 있는 문틀 가장자리에 닿아 있었다. 아주 미세하고 희미하게, 마치 누군가 손톱으로 긁고 지나간 듯한 자국이 있었다. 너무 작아서 달빛 아래서도 거의 보이지 않는 흔적이었다.

엘리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대현자님은 깔끔하신 분이셔서… 문고리도 항상 빛이 났지.”

“그렇다면 말이죠.” 세린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이 밀실은… 안에서 잠긴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모두의 시선이 세린에게로 향했다. 불가능한 발언이었다.

세린은 다시 한번 문틀의 그 희미한 흔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대현자님께서는… 안에서 문을 닫으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도 필사적으로 밖으로 나오려 하셨을 겁니다.”

주변의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밀실에는 살인자가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완벽한 밀실을 만들어낸 살인자가.

“하지만… 어떻게?” 카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세린은 냉철한 눈빛으로 문을 응시했다. “그건 이제부터 밝혀야 할 사실이죠.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그녀는 서서히 시선을 돌려 세 명의 마법사를 차례로 훑었다. 그녀의 눈빛은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이곳에 있는 우리 중 누군가는, 대현자 아스테르의 마지막을 목격한 자이거나, 혹은…”

그녀의 시선이 다시 엘리사에게로 향했다.

“혹은, 대현자님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입니다.”

달빛이 비추는 서재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은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