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독립적인 단편 소설

어둠이 짙게 깔린 지하 벙커, 숨 막히는 침묵을 찢고 비명소리가 울렸다. 그 비명은 익숙한 좀비의 것이 아니었다. 살아남은 인간의, 공포에 질린 외침이었다.

강태인은 눈을 감고 있었다. 귓가에 맴도는 것은 한밤중의 침묵, 그리고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그들’의 으르렁거림뿐이었다. 며칠 전부터 그는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 고요는 언제나 불안을 품고 찾아왔으니까. 하지만 오늘 밤은 달랐다. 사람의 비명은 그 고요를 산산조각 냈다.

“강태인 씨!”

박상사의 거친 목소리가 닫힌 방문 너머에서 울렸다. 태인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는 흐릿한 랜턴 불빛 아래서도 예리하게 빛났다. 그는 묵묵히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었다.

“김부장이 죽었습니다. 창고 안에서.” 박상사의 얼굴은 땀과 분노로 얼룩져 있었다.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밀실 살인입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태인은 아무 말 없이 복도를 따라 걸었다. 좁은 통로의 공기는 사람들의 불안과 절망으로 끈적거렸다. 김부장은 이 벙커의 식량과 보급품을 관리하는 책임자였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었다. 살아남은 이들의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이었다.

창고 문 앞에 다다르자, 몇몇 생존자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문은 낡았지만 두꺼운 철문이었다. 태인은 문을 훑어봤다. 바깥쪽에는 육중한 강철 빗장이 걸쇠에 채워져 있었고, 그 위에 굵은 쇠사슬이 얽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안쪽에서는 빗장이 단단히 걸려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문은 우리가 도착했을 때, 밖에서 자물쇠로 잠겨 있었고, 안에서는 빗장이 걸려 있었습니다.” 박상사가 설명했다. “최영아 씨가 순찰 중 발견하고 소리친 겁니다. 우리가 자물쇠를 따고 빗장을 풀고 들어갔을 땐… 이미 늦었습니다.”

최영아 씨는 벽에 기대 서서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그녀는 창고 안에서 김부장의 시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었다.

태인은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퀴퀴하고 습한 공기, 곰팡이 냄새, 그리고 선명한 피비린내가 뒤섞여 역겨운 냄새를 풍겼다. 랜턴 불빛이 겨우 닿는 곳에 김부장이 쓰러져 있었다. 등에는 칼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칼은 벙커 내에서 흔히 사용하는 식칼이었다.

“시체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박상사가 말했다. “영아 씨가 발견했을 때와 똑같은 모습입니다.”

태인은 무릎을 굽혀 시체를 살폈다. 피는 이미 굳어 있었지만, 상처 부위는 선명했다. 치명상이었다. 저항의 흔적은 없었다. 아마도 기습당했거나, 죽음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주변의 선반들을 둘러봤다. 낡은 상자들, 비상식량 캔들, 그리고 먼지.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도난당한 물품도 없어 보였다.

“완벽한 밀실이군.” 태인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의 귀에 꽂혔다. “밖에서 자물쇠로 잠겨 있고, 안에서는 빗장이 걸려 있었다. 문 외에는 출입할 만한 곳도 없다. 통풍구는 너무 작아서 사람은커녕 고양이도 지나가지 못할 정도다.”

“그렇습니다.” 박상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모두가 혼란스러운 겁니다. 범인이 대체 어디로 빠져나간 거랍니까?”

태인은 시체에서 시선을 떼고 다시 문으로 향했다. 그는 문 안쪽의 빗장을 자세히 살폈다. 빗장은 두껍고 튼튼한 철제였다. 빗장을 지탱하는 쇠붙이에는 녹이 슬어 있었지만, 뻑뻑하지는 않았다. 손잡이를 잡고 옆으로 밀면 부드럽게 움직일 터였다.

그는 조용히 손가락으로 빗장 주변을 훑었다. 먼지가 두껍게 앉아 있는 틈새, 문과 문틀의 이음매. 그의 손가락이 빗장이 들어가는 문틀의 홈을 스쳤다. 그리고 아주 미세한 감각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태인은 주머니에서 낡은 안경을 꺼내 썼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꺼낸 작은 돋보기로 그 홈을 들여다봤다. 뻑뻑한 녹과 먼지 사이로,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희미한 긁힌 자국이 있었다. 아주 가는 무언가가 쓸고 지나간 듯한 흔적. 그리고 그 긁힌 자국 주변에, 문틀의 녹색 페인트와는 다른, 아주 미세한 붉은 철분 가루가 붙어 있었다.

태인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여기서 나가시죠.” 태인이 말했다. “범인은 분명히 이 방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방을 나갔습니다.”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웅성거렸다. 박상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나가라고요? 그럼 범인이 누군지 안다는 말입니까?”

“아니요, 아직은.” 태인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어떻게 범인이 사라졌는지는 알았습니다.”

태인은 모두를 데리고 벙커의 공동 생활 공간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굶주림과 피로, 그리고 살인에 대한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밀실 살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태인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것은 언제나 착시입니다. 완벽하게 보이는 공간에도, 반드시 틈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는 방금 본 문틀의 흔적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문 안쪽 빗장 구멍에, 아주 미세한 긁힌 자국과 이물질이 있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모든 사람들의 귀에 똑똑히 박혔다. “아주 가늘고 단단한 쇠붙이가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그 구멍 안으로 밀려 들어간 흔적입니다. 이 방의 녹과는 다른 성분의 붉은 철분 가루도 함께 발견되었죠.”

사람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박상사가 물었다.

“의미는 간단합니다.” 태인의 시선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스쳤다. “범인은 김부장을 살해한 후, 이 방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았죠. 문은 겉으로는 닫혀 있었지만, 아직 안쪽 빗장이 잠겨 있지 않았을 겁니다. 범인은 문 아래의 틈새, 혹은 문과 문틀 사이의 아주 미세한 틈을 이용했습니다. 가늘고 긴 쇠붙이를 그 틈으로 밀어 넣어, 문 안쪽에 있는 빗장의 손잡이를 밀어 잠근 겁니다.”

모두의 입에서 낮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게… 가능합니까?” 최영아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가능합니다. 연습만 한다면요.” 태인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그 후, 범인은 밖에서 이 자물쇠를 채웠을 겁니다. 이 자물쇠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을 테니까요.”

태인의 시선은 여전히 최영아 씨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최영아 씨.” 태인이 나지막이 불렀다. “당신은 이 창고를 수시로 드나들며 김부장님을 보좌했죠. 자물쇠 열쇠도 늘 지니고 있었을 테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김부장의 시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었습니다.”

최영아 씨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그녀는 손을 들어 입을 가리려 했지만, 태인의 시선은 이미 그녀의 손에 꽂혀 있었다.

“당신의 손톱 밑에 묻은 이 붉은 흔적은 뭡니까?” 태인이 묻자, 그녀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이 방의 녹슨 철분과는 다른 종류의 금속 가루입니다. 당신이 빗장을 밀어 넣을 때 사용했던, 아마도 직접 만든 얇은 쇠붙이 조각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겠죠.”

최영아 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그것은 슬픔보다는 뒤섞인 분노와 절망에 가까웠다.

“부장님은… 아이들을 죽게 내버려둘 작정이었어요!” 그녀가 울부짖었다. “몰래 식량을 빼돌리고, 약도 숨기고 있었어요! 우리 모두 굶주리고 있는데, 병든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그는 자기 몫만 챙기려 했어요! 저는… 저는 그럴 수 없었어요!”

그녀의 울부짖음은 벙커의 어둠 속으로 퍼져 나갔다. 밀실 살인의 트릭은 깨졌고, 범인의 얼굴은 드러났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은, 좀비의 세상보다 더 잔혹한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살아남은 이들의 눈에는 공포와 함께 알 수 없는 슬픔이 맴돌았다. 강태인은 그저 말없이 그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