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붉은 장미의 밀실

장엄한 고딕 양식의 저택, 그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서재는 언제나처럼 고요했다. 두터운 이중 방음 처리된 문은 육중한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밖으로 뻗은 발코니에는 붉은 장미 덩굴이 밤이슬에 젖어 희미한 향기를 풍길 뿐이었다. 하지만 그 고요와 아름다움은, 문을 열고 들어선 이에게는 차가운 칼날이 되어 심장을 꿰뚫었다.

“세상에… 이건 대체…”

서 경위의 목소리는 끓어오르는 토사물처럼 거칠게 터져 나왔다. 그의 시선은 방 한가운데, 호화로운 마호가니 책상에 상체 절반을 기댄 채 싸늘하게 식어 있는 강태훈 회장의 시신에 박혀 있었다. 흰색 린넨 셔츠는 이미 붉은 핏물로 질척였고, 관자놀이에는 선명한 총상이 마치 붉은 점처럼 박혀 있었다. 회장의 손가락은 힘없이 늘어져 있었지만, 그의 오른손 곁에는 고풍스러운 은장 권총 한 자루가 툭, 하고 놓여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강력반 형사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당혹감과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감식반 요원들이 조심스럽게 방 안을 살피고 있었지만, 그들의 표정 또한 무엇인가를 발견하기는커녕 더욱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서 경위님, 모든 잠금장치 확인했습니다. 문은 안에서 완벽하게 걸쇠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지문 인식 시스템과 홍채 인식 시스템도 작동 중이었고, 회장님 외에 누구도 잠금을 해제한 흔적이 없습니다.”
감식반 팀장의 보고에 서 경위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창문은? 발코니로 통하는 문은?”
“창문은 이중 잠금에 강화 유리입니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은 전혀 없고, 발코니 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밀실입니다, 경위님. 완벽한 밀실입니다.”

완벽한 밀실. 그 말은 모든 경찰의 사고를 한 방향으로 몰아넣었다. 자살.
강태훈 회장은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유서도 발견되진 않았지만, 상황은 자살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서 경위의 직감은 끊임없이 경고음을 울렸다. 회장의 표정은 자살한 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죽음의 공포, 혹은… 배신감.

그때였다.
“밀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개념일 뿐이죠.”

차분하면서도 나른한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 강력반 형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쪽으로 향했다. 마치 연극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처럼, 어둠을 등지고 선 한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스물 중반을 갓 넘긴 듯한 앳된 얼굴, 흐트러진 갈색 머리카락, 그리고 날카로운 지성미가 번뜩이는 눈빛.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낡은 트렌치코트는 언제나처럼 그의 왜소한 체구를 감싸고 있었다.

“류 탐정님…!”
서 경위의 얼굴에 희미한 안도감이 스쳤다. 그는 이 기괴한 사건의 유일한 해답이 이 남자에게 있을 것이라 본능적으로 확신했다.

류진하 탐정은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주변의 모든 사람을 무시하듯, 오직 눈앞의 ‘무대’에만 집중했다. 날카로운 시선은 벽과 천장, 바닥을 훑고 지나가며, 강회장의 시신과 책상 위를 정밀하게 스캔했다. 마치 살아있는 스캐너 같았다. 그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지만, 그 어떤 감식반 요원보다도 정확하게 움직였다. 그는 어떤 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강태훈 회장이 자살이라 판단하셨습니까?”
류진하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서 경위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합니다. 모든 정황이 밀실 살인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외부 침입은 불가능합니다.”

류진하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시선은 강회장의 시신이 아닌, 그 옆에 놓인 은장 권총에 머물렀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군요. 이건 자살이 아닙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류진하에게 꽂혔다. 그 중에는 그의 발언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이 담긴 눈빛도 있었다.
“하지만… 류 탐정님. 방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다른 출입 흔적은…”
서 경위가 말끝을 흐렸다.

류진하는 서 경위의 말을 자르며 나지막이 말했다.
“강회장의 손에 놓인 권총… 각도가 이상합니다. 자살이라면 일반적으로 총구를 관자놀이에 밀착시킨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깁니다. 그러면 권총은 힘없이 옆으로 떨어지거나, 반동으로 인해 조금 더 멀리 튕겨 나갈 수도 있죠.”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하지만 이 권총은… 너무나도 섬세하게 놓여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 ‘자살처럼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위치시킨 것처럼요. 그리고 회장의 손가락에도 미약하지만, 사망 전 이미 힘이 빠진 흔적이 보입니다. 총을 쥐고 방아쇠를 당겼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감식반 팀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말씀하신 대로… 총을 쥔 손가락에 화약 반응은 아주 미미하게 나왔습니다. 하지만 혈흔과 지문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정확한 판단은 어렵습니다. 미세한 각도의 차이도… 죽음의 충격 때문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류진하는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서재의 천장을 올려다봤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번쩍이며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그 주위로는 정교한 문양이 새겨진 몰딩이 천장을 감싸고 있었다.
“회장님은… 평소에 이런 향을 즐겨 피우셨습니까?”
그의 시선이 책상 한쪽에 놓인, 거의 다 타들어간 향초로 향했다. ‘블랙 로즈’라고 적힌 라벨이 선명했다.

서 경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향초 말씀이십니까? 특별히 들은 바는 없습니다만… 비서에게 확인해보겠습니다.”

“네, 확인해보시죠. 하지만 이건 단순한 향초가 아닐 겁니다.” 류진하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이 방을 완벽한 밀실로 만든 장치이자… 동시에 살인자가 이 방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죠.”

모두의 시선이 향초에 꽂혔다. 그저 흔한 고급 향초일 뿐이었다. 저것이 어떻게 밀실 살인의 증거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류진하 탐정은 천천히 향초 옆, 작은 은색 상자를 집어 들었다. 물론 장갑을 낀 손이었다.
“이 방의 문은 전자식 잠금장치 외에 견고한 수동 잠금쇠가 달려있다고 했죠?”
그는 상자를 가볍게 흔들었다. 안에서 무언가 ‘짤랑’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 방의 열쇠는 오직 회장님만 가지고 계셨다고요.”

서 경위의 얼굴이 굳어졌다. “네, 회장님의 집무실 열쇠는 오직 회장님 개인 금고 안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외부인이 접근할 수 없습니다.”

류진하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마치 퍼즐의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을 즐기듯이.
“그렇다면 범인은 이 방 안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을 살해한 후, 이 방을 잠그고 유유히 빠져나간 겁니다.”
그의 말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역설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어떻게 가능했냐고요? 범인은… 이 ‘향초’와 ‘이것’을 이용했습니다.”
류진하는 은색 상자를 서 경위에게 내밀었다. 상자 안에는… 아주 작고 섬세하게 가공된, 은색 실이 감겨 있었다. 그리고 그 실의 한쪽 끝에는… 서재 문을 잠그는 수동 잠금쇠의 작은 구멍에 딱 맞을 만한 고리가 달려 있었다.

“밀실… 그 유령 같은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군요.”
류진하의 눈빛은 마치 진실을 꿰뚫어 보는 칼날처럼 차갑게 빛났다.
“자, 이제 제가 범인을 이 방 밖으로 ‘안전하게’ 보내드리는 방법을 보여드리죠.”

그의 다음 말은 모두의 숨을 멎게 했다.
“범인은 이 방 안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방 밖으로 나갔죠. 정확히는… 이 방을 ‘잠그면서’ 나갔습니다.”
그의 눈은 은색 실에, 그리고 향초에 번갈아 머물렀다. 밤은 깊어지고 있었고, 붉은 장미 향은 진실을 감추려는 듯 더욱 짙게 풍겨왔다. 하지만 그 향기는 류진하의 예리한 후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