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검은 심장의 그림자

**제 14화: 덫은 이미 놓여졌다**

“크윽…!”

핏물이 고인 시야는 과거의 악몽처럼 일렁였다. 무릎을 꿇은 채 숨을 헐떡이던 나는, 눈앞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진 그의 마지막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절규조차 허락되지 않던 그 순간, 내 손은 이미 피로 얼룩져 있었다. 하지만 그 피는 내 것이 아니었다. 나의 전부였던 것을 빼앗아 간, 그 잔혹한 배신의 대가였다.

시간은 돌고 돌아, 나는 다시 이곳에 서 있었다. 그 지옥 같은 미래가 펼쳐지기 직전의, 온전한 과거. 하지만 내 심장은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지 오래였다. 복수. 오직 그 단어만이 나의 모든 세포를 지배하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 아래에서 이정우가 샴페인 잔을 들고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재벌 3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유쾌한 농담을 던지는 그의 모습은, 한 치의 죄책감도 없이 그저 성공가도를 달리는 젊은 사업가로 보였다. 그래, 그게 과거의 나를 기만했던 이정우의 완벽한 가면이었다.

“강서준, 너는 내 최고의 친구잖아!”

귓가에 맴도는 그 위선적인 목소리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친구? 그 더러운 입으로 감히 그 단어를 다시 입에 담을 수 있을까. 나의 모든 것을 빼앗고, 나를 파멸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은 주제에.

손목시계의 초침이 느리게 움직였다. 7시 30분. 계획된 시간이었다.
나는 와인 잔을 기울여 붉은 액체를 한 모금 마셨다. 혀끝에 맴도는 쌉쌀한 맛이, 내 마음속에 똬리를 튼 증오와 묘하게 어울렸다.

그때, 저 멀리서 한 남자가 이정우에게 다가갔다. 키는 작지만 눈빛이 날카로운,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투자 전문가, 박선우 이사였다. 내가 며칠 밤낮으로 그의 동선을 파악하고, 그가 이정우에게 접촉하도록 교묘하게 판을 짠 인물이었다. 박선우는 마치 오랜 숙제를 끝내듯이 이정우에게 작은 서류철 하나를 건넸다.

“이정우 대표님, 말씀하신 자료입니다.”

이정우는 무심하게 서류철을 받아 들었다. 그 안에는 내가 조작한, 완벽하게 그럴싸한 투자 제안서가 들어 있었다. 앞으로 6개월 안에 급부상할 것처럼 포장된, 실상은 백지수표나 다름없는 허상뿐인 ‘신기술 개발 투자’ 건이었다. 과거의 나는 이정우의 감언이설에 속아 이 프로젝트에 모든 것을 걸었다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에는 이정우가 그 함정에 빠질 차례였다.

이정우의 눈빛이 탐욕스럽게 번뜩였다. 그는 서류철을 펼쳐 대충 훑어보더니, 씨익 웃으며 박선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하, 박 이사님은 역시 뭘 좀 아시는 분이야. 이거, 물건이 되겠어!”

박선우는 빙긋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이정우가 아닌, 복잡한 인파 속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바로 이곳,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나를. 그는 나의 의도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나를 따르는 자들이 과거에는 나를 파멸로 이끌었지만, 이제 그들은 나의 충실한 도구가 되었다. 내가 시간 여행자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지만, 내가 보여주는 ‘미래 정보’의 압도적인 정확성 앞에 그들은 자연스럽게 나를 따랐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박선우의 눈빛이 순간 미묘하게 흔들렸지만, 이정우는 그들의 짧은 교감 따위는 알아차릴 리 없었다. 그는 이미 장밋빛 미래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 그럼 저희 새로운 투자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한 잔 더 해야지!”

이정우는 의기양양하게 잔을 높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도 박수갈채를 보내며 그의 열정에 동조했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지금 이정우가 들고 있는 잔이, 사실은 그의 파멸을 위한 독배라는 것을.

나는 주머니에서 작은 기기를 꺼냈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터치하자, 박선우가 이정우에게 건넸던 서류철의 내용이 내 스마트폰 화면에 깨끗하게 나타났다. 완벽하게 위조된 수치와 데이터, 그리고 이정우의 서명란까지. 모든 것이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이정우를 다시 한번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성공에 대한 기대감과 자만이 가득했다. 아직도 그는 자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태양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이미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내가 드리운 그림자.

나는 천천히 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네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단숨에 모든 것을 빼앗지 않을 것이다. 서서히, 아주 천천히, 네가 가진 모든 것을 갉아먹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절망 속에서 몸부림치게 만들고, 네가 나에게 느꼈던 그 좌절감과 무력감을 뼛속 깊이 새겨주겠어.

창밖으로 어둠이 깊어지고 있었다. 건물들 사이로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이 내 뺨을 스쳤다. 하지만 내 안은 이미 불길 같은 복수심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정우, 네가 나를 배신했던 그날부터, 너의 심장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이제 너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이다.

나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차갑고 섬뜩한 미소였다.

네가 나에게서 빼앗아 간 것들을, 이제 너의 심장으로 되돌려줄 시간이다.

***

“젠장, 이게 무슨…!”

며칠 뒤, 이정우의 사무실에서는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의 얼굴은 불같이 붉어져 있었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손에 든 뉴스 기사는 그의 지분을 무려 30%나 날려버릴 재앙을 예고하고 있었다.

“신기술 개발 프로젝트, 치명적 결함 발견! 관련 투자 기업 줄도산 위기!”

박선우가 건넸던 바로 그 ‘신기술’에 대한 기사였다. 기사 속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명확하게 기술되어 있었고, 그 결함은 내가 과거에 겪었던 그 프로젝트의 실패 원인과 정확히 일치했다.

“거짓말이야! 말도 안 돼!”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기사를 구겼다. 그의 눈동자는 공포와 분노로 흔들렸다. 그가 투자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대표님, 주주총회 소집 요청서가 도착했습니다.”

비서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지만, 이정우에게는 사형 선고처럼 들렸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소집 요청서를 받아 들었다. 그 안에는 그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문구들이 가득했다.

그는 문득 며칠 전 파티에서 만났던 박선우의 눈빛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 느껴졌던 묘한 시선을. 그때는 단순한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의도된 그림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직 그는 진실을 알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최고의 친구’라 믿었던 강서준의 설계라는 것을.

창밖은 여전히 어두웠다. 하지만 이정우의 세상은 이미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허공을 응시했다. 그의 심장 속에서, 이제 막 차가운 절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절망의 씨앗을 심은 이는, 지금쯤 어디에선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을 터였다.

나는 조용히 내 차의 시동을 걸었다. 내비게이션에는 다음 목적지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정우의 몰락을 위한 다음 단계.

복수는 차갑게 식혀 먹어야 제맛이라 했던가.
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악셀을 밟았다. 밤의 장막이 나를 감쌌다. 복수의 밤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