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회색빛 하늘 아래, 금속성 광택을 뿜어내는 저택은 거대한 기계 괴물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저택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서재, 그 육중한 강철 문은 굳게 닫힌 채 비극적인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톱니바퀴와 증기 파이프가 복잡하게 얽힌 벽면, 놋쇠로 장식된 선반 위에는 이름 모를 기계 부품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늘어서 있었다. 공기 중에는 미세한 기름 냄새와 함께 차갑고 묵직한 죽음의 기운이 감돌았다.

“강혁 탐정님, 드디어 오셨군요.”

김 경감의 목소리는 평소의 쾌활함을 잃고 낮게 깔려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거듭된 실패와 피로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이미 수많은 경찰관들이 저택을 들락날락하며 발자국을 남겼지만, 이 밀실의 수수께끼만큼은 누구도 풀지 못했다.

강혁은 묵묵히 서재 문을 응시했다. 은색 머리카락이 그의 앙상한 뺨에 그림자를 드리웠고, 금색 모노클 너머의 눈은 이미 문고리부터 벽면의 미세한 흠집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훑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언제나처럼 낡고 기름때 묻은 가죽 가방이 들려 있었다.

“피해자는 박선우 경입니다. 아시다시피, 그는 이 도시 최고의 발명가이자 거대 증기 엔진 기업의 수장이었죠.” 김 경감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어젯밤, 서재에서 홀로 작업 중이었고, 아침에 비서가 발견했습니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은 특수 합금 쇠창살로 막혀 있었죠.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완벽한 밀실입니다.”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시신은요?”

“안에 있습니다. 아직 손대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들어가기 전에 확인했습니다만… 아무리 봐도 외부 침입이 불가능합니다. 문, 창문, 심지어 증기 배관까지 전부 막혀있었고, 그 어느 곳도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틈은 없었습니다.”

강혁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문에 다가섰다. 그는 육중한 강철 문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금속의 울림이 그의 귀를 통해 뇌로 전달되는 듯했다. 이어서 그는 모노클을 들어 올리고 문틈과 잠금장치, 심지어 문을 지탱하는 경첩까지 세밀하게 관찰했다. 복잡한 기계식 잠금장치에는 미세한 먼지조차 끼어 있지 않았다. 완벽했다.

김 경감은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 서재는 발명가의 작업실답게 온갖 기계와 도구들로 가득했다. 천장에는 거대한 놋쇠 시계가 복잡한 톱니바퀴를 드러낸 채 째깍거리고 있었고, 벽면에는 증기압을 측정하는 게이지들이 섬세한 바늘을 흔들고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작업대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 박선우 경이 머리를 기댄 채 쓰러져 있었다.

박선우의 얼굴은 평화로웠지만, 그의 등에는 섬뜩한 상처가 나 있었다. 피는 거의 흐르지 않았고, 등 중앙에 아주 작고 정교한 원형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마치 아주 가는 송곳으로 정확하게 심장을 관통한 것 같았다.

강혁은 시신에 가까이 다가섰다. 그는 모노클을 조정하며 상처 부위를 면밀히 살폈다. 그의 눈이 움직일 때마다 빛이 모노클 렌즈 위를 미끄러졌다.
“흠… 특이한 상처로군요.”

“네. 육안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처입니다. 보통의 칼이나 총상과는 다릅니다. 주변에는 혈흔도 거의 없습니다. 외부 출혈은 거의 없지만, 내부 장기는 완전히 손상된 것으로 보입니다. 부검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고열과 고압이 동반된 관통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강혁은 시신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소리 없이 부드러웠다. 그는 바닥의 먼지, 공기의 흐름, 미묘한 온도 변화까지 온 감각으로 포착하는 듯했다. 그는 작업대 위에 놓인 온갖 발명품들을 유심히 살폈다. 미완성된 증기 엔진 부품들, 정교하게 가공된 놋쇠 기어들, 그리고 한쪽에 놓인, 사람 팔뚝만 한 크기의 기묘한 자동 인형(오토마톤)이 눈에 들어왔다.

자동 인형은 금속과 나무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섬세한 톱니바퀴들이 밖으로 드러나 있었고, 팔 부분에는 아주 가늘고 뾰족한 은색 바늘이 장착되어 있었다. 마치 정밀한 조각이나 각인 작업을 위한 도구 같았다. 그 옆에는 작은 증기 게이지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바늘은 ‘0’을 가리키고 있었다.

강혁은 그 자동 인형 앞에서 멈춰 섰다. 그는 가방에서 작은 돋보기와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는 장치를 꺼냈다. 그는 자동 인형의 팔을 살피고, 바늘 끝을 돋보기로 들여다봤다. 바늘 끝에는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미세한 응고된 액체 흔적이 남아 있었다.

“김 경감.” 강혁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그의 눈은 번뜩였다. “이 자동 인형에 연결된 증기압 시스템은 어디입니까?”

김 경감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동 인형 말입니까? 글쎄요, 박 경이 취미 삼아 만들던 것이라… 특별한 증기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자체 동력으로 움직였을 겁니다.”

“자체 동력이라….” 강혁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는 자동 인형 옆에 놓인 작은 압력 게이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0’. 하지만 그의 손에 들린 진동 감지 장치는 미세한 진동을 포착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발생했지만, 강력했던 충격의 여파 같은 것이었다.

그는 작업대 주변을 둘러봤다. 박선우의 마지막 작업 흔적들을 찾아 나섰다. 작업대 한구석, 먼지 쌓인 놋쇠 부품들 사이에 아주 작고 빛나는 것이 놓여 있었다. 강혁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정교한 톱니바퀴였다. 다른 톱니바퀴들과는 달리, 한쪽 이빨이 아주 미세하게 손상되어 있었다.

“이 방은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가, 살인자가 이 방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혹은, 이미 안에 있었을 수도 있죠.” 강혁은 톱니바퀴를 김 경감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떨림이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살인자가 *직접* 이 방에 들어올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김 경감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강혁은 자동 인형을 가리켰다. “김 경감, 이 자동 인형의 증기압 게이지는 지금 ‘0’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톱니바퀴를 보십시오. 이 이빨의 손상은 갑작스럽고 강력한 회전력, 혹은 압력에 의해 발생한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최근에 말이죠.”

그는 시신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박선우 경의 상처는 고열과 고압이 동반된 관통상입니다. 그리고 이 자동 인형의 팔에 달린 바늘은 충분히 그런 상처를 만들 수 있을 만큼 날카롭고 튼튼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 바늘이 박선우 경의 등을 찔렀느냐는 것입니다.”

강혁은 작업대 옆에 놓인 작은 제어반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복잡한 다이얼과 스위치들이 달려 있었다.
“박선우 경은 이 자동 인형을 제어하는 자신만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서재 밖에서 작동시킬 수 있는 일종의 무선 제어 장치였을 겁니다. 이 자동 인형의 동력은 자체 증기 엔진이 맞지만, 그 압력을 순간적으로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보조 장치가 작업대 아래에 숨겨져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제어 장치를 이용해 이 자동 인형을 조작한 겁니다.”

김 경감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벌렸다. “그럼… 살인자는 이 방에 들어오지 않고, 저 자동 인형을 원격으로 조작해서 박선우 경을 살해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정확합니다.”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동 인형은 박선우 경이 가장 아끼던 발명품 중 하나였을 겁니다. 그는 아마도 이 인형의 정밀한 움직임을 테스트하고 있었겠죠. 그리고 살인자는 그 틈을 노린 겁니다. 서재 밖에서, 이 자동 인형의 제어 신호를 가로채거나, 혹은 미리 해킹하여 살인 명령을 입력한 겁니다. 순간적인 과부하가 걸려 이 작은 톱니바퀴가 파손되었고, 그 힘으로 바늘은 박선우 경의 심장을 관통했습니다.”

강혁은 자동 인형의 게이지를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이 게이지는 지금 ‘0’을 가리키지만, 살해 직전에는 최고치를 넘어섰을 겁니다. 그리고, 범인은 이 자동 인형의 전원 자체를 꺼버린 거죠. 증기압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증거는 모두 은폐됐습니다. 완벽한 밀실 살인으로 위장하기 위해.”

김 경감은 경악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강혁의 눈은 이미 서재의 문 너머, 저택의 깊숙한 곳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강혁은 다시 가방에서 작은 공구 세트를 꺼내며 말했다. “과연 누가, 이 박선우 경의 정교한 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저택의 어디에, 그 무선 제어 장치와 해킹 흔적이 남아있을까요?”

강혁은 자동 인형의 복잡한 뚜껑을 열기 시작했다. 그의 손놀림은 거침없이 정교했다.
“이 살인자는, 박선우 경의 가장 소중한 것을 이용해 그를 죽였습니다. 그리고 그 범인은… 이 저택의 구조와 박선우 경의 발명품에 대해 저보다도 더 잘 아는 인물일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재의 거대한 놋쇠 시계가 ‘땡, 땡, 땡’ 하고 정각을 알리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마치, 범인이 누구인지 아는 듯, 차갑고 길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강혁의 손에는, 자동 인형의 내부에서 찾아낸, 정교하게 숨겨진 아주 작은 발신기가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