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천무대전(天武大戰) 제78화: 흑뢰의 천둥, 청풍의 검무

운해결전대(雲海決戰臺)는 침묵했다. 아니, 정확히는 침묵해야 할 순간에 도리어 끓어오르는 용광로처럼 들끓었다. 백만 군중의 눈동자가 오직 하나의 점, 흑뢰신군(黑雷神君)과 청풍검성(靑風劍聖)이 격돌하는 무대 중앙에 박혀 있었다. 결전대를 둘러싼 아홉 개의 거대한 영석 기둥은 이미 세 개가 파괴되어 굉음과 함께 빛을 잃었고, 나머지 기둥들마저 금이 가고 흔들렸다.

흑뢰신군은 푸른 번개와 검은 먹구름을 휘감은 채 우뚝 서 있었다. 그의 등 뒤로 용의 형상을 한 뇌전 기운이 꿈틀거렸고, 뿜어내는 기세만으로도 결전대 바닥의 견고한 영석들이 쩍쩍 갈라졌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뻗었다. 그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검은 뇌운이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더니, 이내 굵기 수십 길의 거대한 번개 기둥을 형성하며 청풍검성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콰아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번개가 강림했다. 그 파괴적인 힘은 마치 하늘이 노하여 대지를 심판하는 듯했다. 대기는 찢어지고 공간은 일그러졌다. 평범한 무림인이라면 그저 번개의 잔상만 보고도 혼비백산하여 쓰러질 위세였다.

하지만 청풍검성은 달랐다. 그의 푸른 도포는 이미 너덜너덜해지고 온몸에는 뇌전의 흔적인 검은 상처들이 가득했지만, 그의 두 눈은 여전히 청명했다. 그는 고요한 바람과 같았다. 거대한 번개가 덮치기 직전, 그는 마치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단 한 걸음,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번개의 궤적을 벗어났다. 그의 손에 들린 백청검(白靑劍)이 미미하게 떨렸다.

“하찮은 발버둥.” 흑뢰신군이 나직이 읊조렸다. 그의 목소리는 수만 리를 떨쳐 번지는 천둥소리처럼 낮고 위압적이었다. “피할 수 있겠으나, 막아낼 수는 없다. 네 검은 그저 바람일 뿐. 바람은 뇌운을 흩트릴 수는 있어도, 번개를 부수지는 못한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번개가 강림했던 자리에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운해결전대 바닥에 깊은 구덩이가 파였고, 섬광과 함께 뿜어져 나온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파편 하나하나가 사람의 머리만 한 크기였고, 강철을 종잇장처럼 뚫어버릴 위력을 지녔다.

청풍검성은 그 파편들을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수 없었다. 그의 백청검이 허공을 가르자, 투명한 바람의 결계가 그를 감쌌다. 콰르릉! 수많은 파편들이 결계에 부딪히며 섬광을 터뜨렸고, 결계는 마치 유리판처럼 금이 가기 시작했다. 청풍검성은 신음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입술에서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관중석에서는 비탄과 경악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청풍검성마저도… 흑뢰신군의 힘은 감당할 수 없단 말인가!”
“저것은 인간의 무예가 아니다! 신의 진노와도 같은 파괴력!”
각 문파의 장로들과 고수들 또한 안색이 창백해졌다. 특히 정파의 수장들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흑뢰신군이 이번 대전의 우승자가 된다면, 천하는 영원히 어둠의 장막 아래 놓이게 될 터였다.

그때였다.
청풍검성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은 멀리 떨어진 흑뢰신군에게 닿아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의 뇌리에는 스승의 가르침과, 백성들의 염원이 스쳐 지나갔다. 평화를 갈망하는 수많은 얼굴들, 그리고 자신에게 모든 희망을 걸었던 이들의 간절한 눈빛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는 이기지 못하면 안 되었다.
이 세상의 운명이, 그의 어깨에 달려 있었다.

그는 무릎을 딛고 서서히 일어섰다. 상처 입은 몸에서 푸른 기운이 은은하게 피어 올랐다. 그것은 단순히 기력을 회복하는 기운이 아니었다. 그의 몸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어떤 경이로운 힘이 깨어나는 듯했다.

흑뢰신군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무엇을 하려는가, 검성. 어리석은 짓은 그만두어라. 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보았자, 나에게는 털끝만큼의 상처도 입히지 못할 것이다.”

청풍검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백청검이 허공에서 낮게 울렸다. 칭─!
그 소리는 마치 청아한 바람이 숲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 같았으나, 동시에 모든 존재의 심장을 울리는 신성한 진동이었다.
그의 주변을 감싸던 푸른 기운이 점차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들이었다. 수천, 수만 개의 칼날들이 회오리치며 청풍검성을 중심으로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루었다. 결전대의 파괴된 영석 파편들이 그 기운에 휩쓸려 허공으로 솟구쳤다.

“이것은…!”
흑뢰신군의 눈에 드디어 미미한 동요가 스쳤다. 그는 청풍검성의 비기를 알고 있었다. 대대로 청풍문(靑風門)에서 전해 내려오는 비검(秘劍), ‘천풍검결(天風劍訣)’. 그중에서도 가장 비전(秘傳)으로 알려진 마지막 초식, ‘귀원신검(歸元神劍)’이었다. 모든 것을 바람으로 되돌리는, 혹은 바람을 통해 모든 것을 생성하는 역설적인 검술.

청풍검성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고 창백해졌지만, 그의 눈빛은 도리어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그는 마치 바람 그 자체가 된 듯, 주변의 모든 기운과 동화되는 느낌이었다. 백청검이 그의 손아귀에서 푸른 빛을 내뿜었다.

“네놈의 번개는 하늘의 분노를 빌린 것이나… 나의 검은… 하늘의 섭리를 따른다.”
청풍검성의 목소리는 희미했지만, 결전대 전체에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그의 한마디가 끝나자마자, 검 끝에서부터 시작된 푸른 빛의 파동이 순식간에 거대한 바람의 용(龍)으로 변하여 하늘로 솟구쳤다. 그 용은 흑뢰신군의 뇌운을 찢어버리고, 아홉 영석 기둥의 잔해를 휘감아 돌며 더욱 거대해졌다. 번개와 바람이 뒤섞이고, 충돌하며, 섬광과 폭음이 난무했다.

흑뢰신군은 더 이상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의 검은 뇌운이 흔들리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는 양손을 들어 올렸다.
“어리석은 짓! 이것이 네놈의 최후인가! 그렇다면… 나 또한 나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마!”
그의 몸에서 검은 번개가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단순한 번개가 아니었다. 그의 등 뒤에서 꿈틀대던 뇌전 용의 형상이 실체화되듯 더욱 선명해졌다. 수십만 갈래의 검은 번개가 뇌전 용의 비늘처럼 돋아났고, 용의 눈동자에서 붉은 섬광이 번뜩였다.

“흑뢰천강(黑雷天降)!”
흑뢰신군이 포효하자, 뇌전 용이 거대한 입을 벌리며 하늘의 모든 번개를 집어삼켰다. 그러고는 그 거대한 입에서,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한 압도적인 흑색 뇌전의 숨결을 토해냈다. 그 뇌전은 청풍검성의 바람 용을 향해 똑바로 돌진했다.

푸른 바람과 검은 번개.
생명과 파괴.
두 개의 거대한 힘이 운해결전대 한가운데서 충돌했다.

콰아아아앙!

세상은 잠시 멈춘 듯했다.
빛과 소리가 모든 감각을 마비시켰다. 결전대가 통째로 붕괴되는 듯한 진동이 대지를 덮쳤고, 상공의 먹구름이 산산조각 났다. 그 충격파에 의해 결전대 주변의 보호막이 부서지며 수많은 관중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모든 것이 가라앉았을 때,
연기와 먼지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운해결전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있었다.
그 중심에는 두 그림자가 겨우 서 있었다.
청풍검성은 백청검을 짚고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었고, 그의 도포는 완전히 찢어져 상처투성이의 맨살을 드러냈다. 그의 어깨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흑뢰신군 또한 이전의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의 검은 뇌운은 거의 소멸 직전이었고, 몸을 감싸던 번개 또한 미미하게 흔들릴 뿐이었다. 그의 입가에도 한 줄기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봤다.
승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 속에서 이미 다음 순간, 모든 것을 끝낼 마지막 일격이 준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상의 운명을 건 천무대전의 종착역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피비린내 나는 승부의 서막이 다시 오르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