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릴 상층부, 스카이-시티의 숨 막히는 고요함은 오직 멀리서 들려오는 에테리움 발전기의 규칙적인 윙윙거림과 카인의 내부 기계 장치에서 울리는 미세한 ‘틱-톡’ 소리만이 깨뜨릴 뿐이었다. 그는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특별히 제작된 가죽과 황동 재질의 스텔스 슈트는 영원한 황혼 속에서 흩어지는 모든 빛을 흡수했다. 오늘 밤, 공기는 그저 평소의 스모그뿐만 아니라, 시그리드의 승리라는 역겨운 냄새로 끈적하게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목적지는 펜들턴 타워였다. 시그리드가 자신의 ‘천재성’을 과시하며 새로운 공중 도시 계획을 발표하는 축하연이 한창인 곳. 저 빌어먹을 오만함. 그 계획은, *우리*의 꿈이었다. *나와 시그리드*의.
카인은 거대한 환기구에 다다랐다. 정교한 시계태엽 자물쇠로 잠긴 금속 격자는 다른 누구라도 옴짝달싹 못 하게 했을 터였다. 하지만 카인의 건틀릿은 희미한 푸른 에테리움 맥동으로 빛났다. 톱니바퀴가 윙윙거리고, 텀블러가 딸깍거리며 잠금장치가 풀렸다. 압력이 해제되는 부드러운 ‘쉬익’ 소리와 함께 격자가 안쪽으로 열렸다. 그는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갔다. 기계 기름과 고급 향수의 역겨운 냄새가 동시에 그의 후각을 강타했다.
“내 친구여, 네가 내 모든 것을 훔쳐 갔을 때, 나는 네가 정말 나를 죽일 줄 알았다.” 카인의 목소리는 거대한 환기구 속에서 희미하게 울리는 거친 속삭임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축제 소음에 묻혀버릴 만큼 작게. “하지만 네가 남긴 건… 죽음보다 더한 지옥이었어.” 하층민 슬럼가에서 수년간 기계를 만지며 굳은살 박힌 그의 온전한 손이 주먹을 꽉 쥐었다. 다른 손, 정교하게 광택 처리된 황동과 빛나는 강철로 이루어진 기계 팔은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윙윙거렸다. *그 팔은 네가 남긴 증표였지, 시그리드.*
그는 서비스 복도로 나섰다. 오케스트라의 웅성거리는 선율이 점점 더 커졌다. 거대한 강철과 빛나는 에테리움 눈을 가진 자동기사(Automatons Knights) 두 대가 복도를 순찰하고 있었다. 그들의 무겁고 규칙적인 발소리는 어떤 불청객에게도 죽음의 전조처럼 들렸다. 카인은 그들의 프로그래밍을, 그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는 – 아니, *우리는* – 그들을 설계했으니까.
그는 허리띠에서 작은 황동판 장치, ‘유령 송곳(Ghost Spike)’을 꺼냈다. 빠르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그것을 던졌다. ‘삑’ 하는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자동기사의 목 관절에 박혔다. 녹색 데이터가 그들의 빛나는 눈 위로 빠르게 스크롤 되다가 갑자기 멈췄다. 기사는 얼어붙었고, 이내 머리가 천천히, 기계적으로 움직여 파트너를 향했다. 두 번째 기사가 반응하기도 전에, 첫 번째 기사에서 에테리움 에너지의 전류가 뿜어져 나와 내부 회로를 과부하시켰다. *펑!* 불꽃이 튀고, 톡 쏘는 연기가 피어오르며, 두 대의 비활성화된 거대한 기사들이 바닥에 무너졌다. “낡았군, 친구.” 카인은 잔해를 넘어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그는 음악과 웃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그랜드 볼룸. 그는 숨겨진 통풍구 앞에서 멈춰 서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래에는 호화로운 드레스와 맞춤 양복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권력과 부의 반짝이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 높은 단상 위에서 자만심을 한껏 뿜어내고 있는 시그리드가 있었다. 흐트러짐 없이 빗어 넘긴 은발, 넓고 가식적인 미소, 호박색 액체가 담긴 잔을 들고 자신의 ‘업적’에 건배를 하고 있었다.
카인의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아직은 아냐.* 메인 요리는 따로 있었다.
그는 또 다른 장치, ‘증기 비둘기(Steam Pigeon)’를 작동시켰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교하게 설계된 시계태엽 새가 조용한 증기 ‘쉬익’ 소리와 함께 생명을 얻었다. 작은 황동 날개는 놀라운 속도로 소리 없이 퍼덕이며 환기 시스템 속으로 날아갔다. 그의 목표는 파티를 직접 망치는 것이 아니라, 시그리드가 조심스럽게 구축해온 가면을 미묘하게 해체하는 것이었다.
비둘기는 환기구를 따라 움직였고, 광학 센서는 카인의 손목에 장착된 뷰어로 완벽한 영상을 전송했다. 목표를 찾았다. 자동기사들이 지키고 있는 메인 서버실. 하지만 이번에는 오래되고 덜 정교한 모델들이었다. 카인은 차갑고 유머 없는 표정으로 이를 드러냈다. *네가 가장 아끼는 비밀들, 시그리드.*
그는 비둘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 작은 에테리움 바이러스를 방출하는 것을 지켜봤다. 바이러스는 섬뜩할 정도로 효율적으로 서버 네트워크에 달라붙었다. 몇 초 만에 방화벽과 암호화를 뚫고 깊숙이 파고들어 핵심으로 향했다.
볼룸 바닥에서 시그리드는 그의 지휘 아래 베릴 스카이-시티의 영광스러운 미래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의 뒤에 있던 거대한 디스플레이 화면 – 그의 새로운 도시 계획의 복잡한 도면을 보여주던 – 이 깜빡거렸다. 군중들 사이로 혼란의 물결이 일었다.
그리고 이내, 이미지들이 바뀌었다. 그것들은 조잡하고 왜곡된 캐리커처가 되었다. 시그리드가 디자인을 훔치고, 관리들을 매수하는 캐리커처.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 확대된 카인의 얼굴 사진, ‘실패한 실험체, 폐기’라는 문구와 함께. 이어서 카인이 지금 착용한 바로 그 시계태엽 팔의 도면이 나타났다. 그것이 선물이 아니라, 그의 ‘실종’ 이후 그에게 이식된 폐기된 프로토타입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였다.
군중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속삭임이 터져 나왔다. 방금 전까지 자신감으로 빛나던 시그리드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다. 그의 눈은 광란적으로 이리저리 흔들렸다.
카인은 숨겨진 관찰 지점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차가운 만족감이 그를 덮쳤다. “폐기? 그래, 폐기된 실험체가 돌아왔다, 시그리드.” 그는 중얼거렸다. ‘처절한’ 복수는 단지 물리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시그리드의 조심스럽게 만들어진 이미지, 그의 명성, 그의 유산 자체에 대한 공격이었다.
화면의 이미지는 특정 파일로 확대되었다: ‘프로젝트 키메라 – 비윤리적인 인간 강화 실험’. 웅성거림은 이내 노골적인 분노로 변했다. 시그리드는 고함을 지르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소음에 묻혀버렸다.
“네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으니,” 카인은 속삭였다. 그의 금속 팔이 꿈틀거렸다. “나도 너를 그렇게 만들어주마.”
볼룸의 자동기사들, 보안을 위해 배치되었던 기사들이 갑자기 멈췄다. 그들의 에테리움 눈이 흐려지더니 붉게 빛났다. 그들의 내부 스피커에서 왜곡되고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평소의 로봇 음성이 아닌, 명백히 *카인의*, 뒤틀리고 증폭된 목소리였다. “시그리드, 네 가면 뒤에 숨겨진 진실을 똑똑히 보아라! 네놈의 추악한 거짓말이 지금부터 시작될 나의 복수극의 서막이 될 것이다!”
패닉이 터져 나왔다. 이제 혼란스럽고 오류가 발생한 움직임을 보이는 자동기사들은 군중이 아닌, 시그리드가 서 있던 단상의 구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기초가 삐걱거렸다.
카인은 자신이 뿌린 혼돈을 지켜보았다. 그는 죽이러 온 것이 아니었다. 아직은. 그는 자신의 귀환을 알리고, 그의 열광적인 대중 앞에서 시그리드를 발가벗기기 위해 왔다. 그는 몸을 돌려, 다시 미궁 같은 환기구 속으로 사라졌다. 무너지는 무대, 겁에 질린 군중, 그리고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전 친구를 뒤로하고서.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야, 시그리드.” 그의 목소리는 이제 차분하고 단호했다. 휘몰아치는 증기와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 속에 묻혀 사라졌다. “네가 나에게서 앗아간 모든 것을, 곱절로 되갚아줄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