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천지를 뒤흔드는 함성, 오대 명문가의 기치가 휘날리는 거대한 원형 경기장. 수만 명의 인파가 뿜어내는 열기는 대기를 끓어오르게 할 지경이었다. 이곳은 강호 무림 역사상 가장 거대한 축제이자, 동시에 가장 잔혹한 심판의 장, ‘천하제일 무도회’의 결선 무대가 펼쳐지는 ‘비룡대’였다.

강태한은 관중석 한구석에 몸을 기댄 채, 끓어오르는 열기 속에서도 싸늘하게 식어가는 자신의 심장을 애써 달랬다. 그의 눈은 붉은 도포를 휘날리며 경기장에 들어서는 두 명의 고수를 좇고 있었다. 한 명은 북해빙궁의 장로이자 ‘빙결도’라 불리는 강호의 노장, 설한이었다. 다른 한 명은 천검문의 차기 문주이자 ‘비연검’으로 이름을 떨친, 젊지만 노련한 무인, 유청하.

“이번에는 설한 노인이 이길 거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유청하?”

곁에 앉은, 천진난만한 얼굴의 무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는 강태한과 같은 조에 배정되어 예선을 통과한 ‘남궁세가’의 막내 도련님, 남궁진이었다. 검술 실력은 뛰어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함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나는 인물이었다.

강태한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이 대결은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지.”

남궁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승패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닙니까? 최종 우승자에게는 전설의 ‘현무검’이 주어지고, 더불어 천하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이 주어진다는데….”

‘천하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

강태한의 뇌리에 그 문장이 비수처럼 박혔다. 그러나 그에게는 현무검이나 천하의 운명 같은 거창한 말보다, 며칠 전 있었던 기이한 사건이 더 중요했다. 예선전에서 패배했던 한 문파의 장로가 경기장을 나서다 갑자기 쓰러져, 마치 생명력을 모조리 빨아들인 것처럼 쭈글쭈글해진 채 싸늘하게 변했던 사건. 단순히 패배의 충격이라기엔 너무나 끔찍하고 부자연스러운 죽음이었다. 그리고 그런 죽음은 그 장로뿐만이 아니었다. 벌써 네 번째였다.

“시작합니다!”

주심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대결이 시작되었다. 설한의 도법은 빙산처럼 묵직했고, 유청하의 검술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강렬한 기공이 부딪치고, 검과 도가 엮이는 굉음이 비룡대를 가득 메웠다. 관중들은 숨을 죽인 채 명승부를 지켜보았다.

강태한은 두 고수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번뜩였다. 그는 무의식중에 검을 쥐는 자신의 오른손을 꾹 쥐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이 단순한 기우가 아니기를 바랐다.

시간이 흐르고, 대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유청하의 비연검은 마치 바람과 같았고, 설한의 빙결도는 얼음처럼 단단했다. 그러나 젊음의 기세는 노련함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유청하의 검이 설한의 방어를 뚫고 그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얇은 상처였지만, 그와 동시에 설한의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묘한 파동이 감지되었다.

‘이거…!’

강태한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저것은 단순한 기공이 아니었다. 분명, 며칠 전 쓰러진 장로의 몸에서 느껴졌던 것과 같은, 불길한 기운이었다.

설한의 얼굴이 급격히 창백해졌다. 그는 뒤로 물러서며 필사적으로 숨을 골랐으나,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의 눈동자에 생기가 사라지고, 노쇠한 몸은 마치 한 순간에 몇십 년은 늙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크… 크윽…!”

설한은 결국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유청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맹공을 퍼부으려 했으나, 주심이 빠르게 개입했다.

“승자, 유청하! 패자, 설한!”

경기장 전체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유청하는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했다. 하지만 강태한의 시선은 오직 쓰러진 설한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설한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그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은 상태였다. 그때였다. 설한의 손목에서, 그리고 그의 목덜미에서 핏줄이 도드라지며 마치 거미줄처럼 퍼져나가는 검은 문양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주 희미했지만, 강태한의 날카로운 시선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며칠 전 죽은 장로의 몸에서도 발견되었던, 불길한 ‘문신’과 같은 것이었다.

“저건…!” 남궁진이 경악하여 작게 신음했다. 그도 강태한과 마찬가지로 그 문양을 보았던 것이다. “지난번에 쓰러지신 곽 장로님 몸에서도… 저런 게 있었는데….”

경기장 관리인들이 설한을 부축하기 위해 달려왔다. 그들의 손길이 닿자, 설한의 몸은 경련하듯 떨더니, 갑자기 그의 눈에서 마지막 남은 생명력이 스르륵 사라졌다. 마치 촛불이 꺼지듯, 그의 몸은 축 늘어졌고, 얼굴은 해골처럼 변해버렸다.

경기장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환호성은 멎었고, 웅성거림은 경악으로 변했다. 수만 명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어버린 설한의 시신에 박혔다.

“설한 장로님…!” 유청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승리가 선언된 경기장 한복판에서 외쳤다. 그의 얼굴은 승리의 기쁨 대신 혼란과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강태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남궁진. 이 대결은 우리가 아는 그런 무도회가 아니야.”

남궁진은 이미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 도대체… 이게 무슨….”

강태한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경기장 바닥, 설한의 시신이 쓰러져 있던 곳을 훑었다. 방금 전까지 뜨거웠던 대결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싸늘한 죽음의 기운만이 감돌았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천하의 운명을 건 무술 대회라 했지만, 사실 이곳은 천하의 무림 고수들을 불러 모아 무언가 다른 목적을 위한 희생의 제물로 삼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직감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무림의 정예들을 하나하나 사냥하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대회가 끝나는 날까지… 과연 몇 명의 고수가 살아남을까.”

강태한은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단순한 분노가 아닌, 차가운 결의가 빛나고 있었다. 자신 또한 이 비극적인 연극의 배우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이 모든 비극의 배후를 밝혀내야만 했다.

대회는 계속될 터였다. 그리고 죽음 또한 계속될 것이었다. 다음 경기를 알리는 징소리가 비룡대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소리는 강태한에게 마치 지옥의 문이 열리는 듯한 불길한 예고처럼 들렸다. 그는 자신의 검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쇠붙이의 감촉이 그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진실은 언제나 칼날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칼날 위를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