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청운학부 지하의 그림자

청운학부는 그 이름처럼 드넓은 푸른 하늘 아래,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봉우리들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수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선학(仙學)의 전당이자, 속세의 모든 영특한 이들이 신선(神仙)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거쳐 가는 유일무이한 관문이었다. 학부의 중심에는 만년설이 덮인 장엄한 주봉이 솟아 있었고, 그 주위를 감싸듯 수많은 전각과 탑들이 구름 속에 숨겨진 보석처럼 빛났다. 새벽녘 봉우리마다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천 리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맑고 드높았으며, 학부 곳곳에서 수련에 매진하는 학생들의 기합 소리와 영기(靈氣)를 다루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진은 그런 청운학부의 수많은 학생 중 한 명이었다. 빼어난 재능을 타고난 천재도, 타고난 신체 조건으로 무술에 능한 무인도 아니었다. 그저 영기를 느끼고 다루는 것에 조금의 소질을 보였을 뿐, 그마저도 또래 아이들 중에서는 평범한 수준에 불과했다. 주위의 번쩍이는 재능들 속에서 그는 마치 옅은 그림자처럼 존재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다른 끈기와 지독한 관찰력이 있었다. 그는 화려한 선술(仙術)이나 격렬한 수련 대신, 가장 기본적인 영기 운용법과 명상에 몰두했다. 모든 만물의 근원인 영기의 미세한 흐름을 읽는 것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것이다.

“이진, 오늘도 그 구석에서 미동도 않네. 그러다 선술 시험에서 낙방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수련장 한편, 거대한 영기 조형물을 만들어내며 땀을 닦던 동기 ‘한비’가 혀를 내둘렀다. 한비는 밝고 활달한 성격에 뛰어난 재능까지 겸비해 사방에서 인기를 독차지하는 아이였다.

이진은 눈을 감은 채 미소 지었다. “나는 만상을 이루는 영기의 흐름이 곧 가장 위대한 선술이라 생각할 뿐이다.”

한비는 어깨를 으쓱하며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이진의 저런 고집을 아는 터였다.

그날 오후, 이진은 청운학부의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인 ‘영사각(靈思閣)’의 지하 서고에서 먼지 쌓인 고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영사각은 학부의 가장 변방에 위치해 있었으며, 낡고 기이한 기운을 풍기는 곳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곳을 기피했지만, 이진은 영사각의 고요함과 진득한 역사의 흔적을 좋아했다. 특히 지하 서고는 더욱 그랬다. 오래된 종이 냄새와 희미한 곰팡이 냄새가 뒤섞인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진은 조심스럽게 마른 천으로 낡은 목판본의 표지를 닦았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감각으로는 알아차리기 힘든, 영기의 떨림이었다. 마치 땅속 깊은 곳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한 진동. 그는 잠시 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공기는 차분했고, 낡은 책들만이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건… 무슨 영기지?’

이진은 평소에도 학부 곳곳의 영기 흐름을 느껴왔다. 주봉에는 강하고 순수한 영기가, 수련장에는 활기 넘치는 영기가, 그리고 영사각에는 낡고 침체된 영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지금 그가 느끼는 영기는 이 모든 것과 달랐다. 생명력이 없는 듯한 묵직함과 동시에, 어떤 고통스러운 울림이 스며 있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깊은 잠 속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듯한 기운이었다.

그는 떨림의 근원을 찾기 위해 서고 안을 천천히 걸었다. 발걸음이 옮겨질 때마다 영기의 떨림은 강해졌다. 마침내 그는 서고 가장 깊은 곳, 낡은 책장으로 완전히 가려진 벽 앞에 섰다. 이곳은 학자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 잊힌 지 오래된 고문서들이 쌓여 있는 곳이었다.

벽에 손을 대자 차가운 기운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단순한 벽돌이 아니었다. 강력한 봉인진(封印陣)의 흔적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는 벽에 귀를 대고 숨을 죽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신식(神識), 즉 영기를 감지하는 능력은 이곳에서 더욱 강렬한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 징후는 벽 안쪽에서,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분명히, 저 안쪽에 무언가가 있다.’

청운학부 지하에 이토록 강렬하고도 기이한 영기를 뿜어내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다. 학부의 공식적인 지도에는 이런 공간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영사각 지하 서고의 가장 끝 지점은 지도에 표시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그저 텅 빈 공간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궁금증과 함께 오싹한 불길함이 이진의 심장을 휘감았다. 그는 주위를 다시 한번 살폈다. 낡은 서고는 여전히 고요했다. 아무도 그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았다. 그는 책장을 밀어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여러 권의 두꺼운 고서를 치우자, 낡은 목판으로 된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에는 먼지 쌓인 거미줄과 함께, 육안으로는 겨우 희미하게 보일 정도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진은 그 문양에 손을 가져다 댔다. 순간, 손끝에 짜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문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기가 단순한 봉인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그의 영기를 빨아들이려 하는 듯했다.

‘이건… 절대 평범한 봉인이 아니야.’

그는 학부에서 배운 기본적인 봉인술 지식을 떠올렸다. 이 문양은 단순한 문이 아니라, 강력한 영적 에너지를 가두거나 통제하는 데 사용되는 주술적인 장치였다. 더욱이, 그가 느끼는 고통스러운 영기의 울림은 바로 이 문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잠시 망설였다. 학부의 규칙은 엄격했다. 허가 없이 제한 구역에 침입하는 것은 엄중한 징계를 받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본능이 속삭였다. *알아야만 한다.* 그 기이하고 고통스러운 영기의 출처를.

주머니에서 작은 영기 진동석을 꺼냈다. 수련용으로 사용되는 돌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돌에 영기를 불어넣어 문양의 가장자리에 가져다 댔다. 영기 진동석이 미세하게 떨리며 문양의 에너지를 교란시키기 시작했다. 잠시 후, 문양의 빛이 희미해지며 진동이 멎었다. 봉인이 일시적으로 약해진 것이다.

이진은 떨리는 손으로 목판 문을 밀었다.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틈새로 암흑이 쏟아져 나왔다. 그 암흑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어떤 존재의 그림자가 응축된 듯한, 끈적하고 차가운 질감의 어둠이었다.

그는 영기를 눈에 모아 어둠 속을 응시했다. 시야가 희미했지만, 곧 그의 눈은 틈새 너머의 광경을 포착했다.

그곳은 끝없는 나선형 계단으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계단은 지하 깊은 곳으로 한없이 파고드는 듯했다. 그리고 계단의 가장자리에는 녹슨 쇠사슬들이 벽을 따라 엉켜 있었다. 그 쇠사슬 하나하나에서 이진이 느꼈던 것과 동일한, 고통스러운 영기가 진동하고 있었다.

계단 아래, 아득히 먼 곳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였다. 그리고 그 빛 너머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 흐으윽… 흐으으으윽…

그것은 인간의 것이라 하기엔 너무나 낮고 끈적했으며, 짐승의 것이라 하기엔 너무나 처절한, 이해할 수 없는 신음 소리였다. 마치 수천 년 동안 억압된 존재가 겨우 숨을 쉬는 듯한 소리. 영원한 고통 속에서 절규하는 듯한 울림.

이진의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그의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본능적으로 문을 닫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어둠 속에서 차가운 기운이 훅 끼쳐 올라왔다. 그의 귓가에 무언가 속삭이는 듯한 환청이 들렸다.

*…누구인가… 누가 나를… 해방하려 하는가…*

그 목소리는 실제 소리가 아니었다. 영기가 그의 정신에 직접 파고들어 오는 듯했다. 이진은 온몸의 영기가 역류하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눈앞이 흐릿해지고, 발밑의 땅이 꺼지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는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간신히 손을 뻗어 문을 닫으려 했지만, 이미 그의 영기는 혼란에 빠져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틈새 너머에서 번뜩이는 붉은색 섬광이었다. 그것은 마치 수십 개의 눈동자가 동시에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섬뜩한 광경이었다.

이진은 깨달았다.
청운학부의 지하에는, 학부의 영광스러운 역사와는 완전히 다른, 끔찍한 금기가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금기의 문을 아주 조금 열어버린 것이다.
몸 안의 영기가 완전히 고갈되는 듯한 고통 속에서, 그의 의식은 빠르게 암흑 속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