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120화: 푸른 궤적, 붉은 악몽

천원대회(天元大會)의 결승전이 펼쳐지는 태극원(太極院)은 숨 막히는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수십만 관중의 시선이 오직 한 곳, 광활한 비무대 위에 꽂혔다. 대지를 뒤덮은 청석(靑石) 바닥은 지난 예선에서 터져 나간 기운의 흔적으로 여기저기 금이 가 있었지만, 아직 그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태극원의 정기가 느껴지는군. 이 피 냄새와 광기 속에서도, 흐음.”

푸른 도포를 걸친 한 남자가 비무대 중앙에 섰다. 단단하게 다문 입술,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허리에 매달린 검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검기(劍氣). 그는 청룡검객(靑龍劍客) 용비(龍飛)였다. 천하의 수많은 문파들이 그를 가리켜 ‘정도의 마지막 보루’라 칭했다. 그의 어깨 위에는, 실로 천하의 운명이 얹혀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붉은 장포를 휘날리는 사내가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철가면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그 아래서 뿜어져 나오는 흉흉한 기운은 태극원의 정기마저도 오염시킬 듯했다. 핏빛처럼 붉은 그의 눈은 마치 살아있는 지옥의 불꽃 같았다. 혈마군주(血魔君主) 염호(炎虎). 수많은 피와 광기 속에서 자라난, 천하의 이단아였다.

심판으로 나선 백발 노인의 목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고 울려 퍼졌다.

“자, 천원대회 결승전! 청룡검객 용비와 혈마군주 염호의 대결을…… 시작한다!”

징이 울리고, 대기는 순식간에 요동쳤다.

쿠웅!

염호가 먼저 움직였다. 그의 발걸음은 대지를 밟는 것이 아니라 부수는 듯했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청석 바닥이 움푹 파였고, 붉은 기운이 용암처럼 치솟았다. 그는 대검을 휘두르지 않고, 오직 맨주먹으로 돌진했다. 그의 주먹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한기가 진동했다.

“맹랑한…!”

용비는 짧게 읊조리며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쉬이이익! 푸른 섬광이 뿜어져 나오며 대기를 갈랐다. 그의 검은 마치 살아있는 푸른 용의 비늘처럼 번쩍였다. 염호가 내지르는 주먹은 감히 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태극원마저 부술 듯한 파괴력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용비는 그 파괴력 앞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카앙!

용비의 검과 염호의 주먹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금속이 부딪치는 듯한 굉음이 태극원을 뒤흔들었다. 푸른 검기와 붉은 악력(惡力)이 뒤엉켜 거대한 충격파를 형성했다. 비무대 주변의 관중들은 혼비백산하며 뒤로 물러섰다. 충격파에 휩쓸린 몇몇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저 주먹… 단순한 육체가 아니다. 마력을 응축한 철퇴와 같군!’

용비의 팔이 저릿했다. 그의 검은 염호의 주먹에 닿자마자 미끄러지듯 튕겨 나갔다. 염호의 주먹은 마치 강철 갑옷을 두른 듯 단단했다.

염호는 멈추지 않았다. 한 번의 충돌 후, 그는 거대한 그림자처럼 용비를 덮쳐왔다. 왼손 주먹이 허공을 갈랐고, 이어서 오른손 주먹이 바람을 찢었다. 그의 움직임은 투박했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거대한 산을 무너뜨릴 기세였다.

용비는 날카로운 눈으로 염호의 움직임을 읽었다. 그의 검은 춤을 추듯 유려하게 움직였다. 푸른 궤적이 허공에 아름다운 문양을 새겼다.

파아아앙! 파지지직!

검과 주먹이 셀 수 없이 부딪쳤다. 용비의 검은 염호의 공격을 흘려내고, 막아내고, 때로는 역습을 가했다. 그의 검술은 마치 푸른 용이 창공을 유영하는 듯, 우아하면서도 치명적이었다. 검 끝에서 터져 나오는 푸른 기운은 염호의 몸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검은 연기를 피어 올렸다.

“크윽…!”

염호의 어깨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피가 튀었다. 하지만 그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더욱 거칠게 달려들었다. 그의 온몸에서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몸집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근육이 꿈틀거리고, 핏줄이 불거졌다.

“흥! 기껏해야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수작이냐?”

용비는 차갑게 비웃었지만, 그의 내면은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염호의 기세는 단순한 육체 강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악마가 껍질을 뚫고 나오는 듯한 기분 나쁜 변화였다.

쿠와아아앙!

염호의 주먹이 다시 한번 용비를 향해 쏟아졌다. 이번에는 그 속도가 훨씬 빨랐고, 위력은 이전의 몇 배에 달했다.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용비는 한 번의 반격으로 거리를 벌렸다. 그의 검 끝이 허공에 정교한 푸른 원을 그렸다.

“창룡검결(蒼龍劍訣) 제삼식, 용형참(龍形斬)!”

푸른 원이 순식간에 거대한 용의 형상을 띠며 염호를 향해 쇄도했다. 푸른 용은 입을 벌린 채 염호를 집어삼킬 듯 달려들었다. 그것은 단순히 기운의 형상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꿈틀거렸다.

콰아아앙!

푸른 용과 붉게 부풀어 오른 염호의 육체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태극원 전체가 뒤흔들렸다. 비무대 바닥이 갈라지고, 거대한 청석 조각들이 파편처럼 흩날렸다. 관중들의 비명소리가 태극원을 가득 채웠다.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시야를 가렸다.

먼지가 걷히자, 충격적인 광경이 드러났다.

용비는 여전히 검을 든 채 서 있었지만, 그의 표정에는 고통이 역력했다. 팔의 근육이 미세하게 떨렸고, 입가에는 한 줄기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푸른 도포는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염호. 그의 몸은 여전히 붉게 부풀어 올라 있었고, 철가면은 반쯤 부서져 그 아래 섬뜩한 얼굴의 일부가 드러나 있었다. 그의 눈은 더욱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의 몸에서는 검붉은 피가 마치 땀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염호의 오른팔이었다. 그의 팔은 마치 단단한 흑요석처럼 변해 있었다. 검푸른 비늘이 돋아나 있었고, 손톱은 길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변해 있었다. 그의 팔에서는 억누를 수 없는 마기(魔氣)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용비의 거친 숨소리가 고요한 비무대 위에 울려 퍼졌다.

염호는 부서진 철가면 아래로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낮고 굵어져 있었다. 마치 지옥에서 울려 퍼지는 악마의 포효 같았다.

“겨우… 이 정도인가, 청룡검객. 이제… 진짜 힘을 보여주마.”

염호는 천천히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흑요석 같은 팔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렸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기운이 흑색으로 변한 팔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태극원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이 검붉은 색으로 물들었고, 뇌성벽력(雷聲霹靂)이 멀리서 울려 퍼지는 듯했다.

용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가 알고 있는 무공의 영역을 넘어선 기운이었다.

‘저것은… 마신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이 아닌가…!’

염호의 흑요석 팔은 마치 검은 심연의 문이 열린 듯 거대한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끝에, 작고 검은 구슬 하나가 형성되었다. 그 구슬은 주위의 빛마저 집어삼키는 듯, 검은 허무 그 자체였다.

“자, 받아라. 이 비수(匕首)를…!”

염호가 오른팔을 힘껏 내리찍었다. 검은 구슬은 순식간에 거대한 악마의 주먹 형상으로 변하더니, 태극원을 갈라버릴 듯한 기세로 용비를 향해 쇄도했다. 그것은 단순한 공격이 아니었다. 존재 자체를 지워버릴 듯한, 심연의 힘이었다.

용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온몸의 기운을 끌어모았다. 푸른 검기가 용비의 몸을 휘감으며 거대한 방패를 형성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필사적인 각오와 함께, 형언할 수 없는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태극원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굉음과 함께, 푸른 방패와 검은 악마의 주먹이 정면으로 격돌했다. 빛과 어둠이 뒤섞이고, 공간이 뒤틀리는 듯한 거대한 파동이 비무대 위를 덮쳤다.

용비의 몸이 공중으로 튕겨 나갔다. 그의 검에서 푸른 빛이 스러져가는 것이 보였다. 염호의 섬뜩한 미소가 짙어지는 가운데, 태극원 전체는 천지를 뒤흔드는 충격 속에 완전히 휩싸여 버렸다.

과연, 청룡검객은 이 마신의 일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천하의 운명은, 과연… 어느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인가.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