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금속 복도가 이수아의 발걸음에 맞춰 희미한 진동을 울렸다. 셉테인 기지 K-7 섹터 로(Rho)의 폐쇄된 구역. 시간은 새벽 3시 17분. 보안 드론의 순찰 주기를 정확히 외고 있는 그녀에게도 이 순간의 긴장감은 늘 새롭고 아찔했다. 심장이 갈비뼈 안에서 미친 듯이 날뛰며 혈관을 따라 뜨거운 불안감을 퍼뜨렸다.

오늘 밤도 그와 만나는 밤이었다. 금지된,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약속.

수아는 마지막 코너를 돌았다. 비상등마저 꺼진 어둠 속에서 겨우 식별 가능한, 녹슨 철문이 눈에 들어왔다. 한때 첨단 생명 공학 연구소였지만, 불미스러운 사고 이후 영구 폐쇄된 곳.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이곳만이 그와 그녀의 은밀한 공간이 되어주었다.

그녀가 휴대 단말기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육중한 문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기울었다. 안은 더욱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익숙한 암전 속에서 수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누군가의 실루엣을 찾았다. 그리고 그 순간, 심장이 쿵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온몸의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저 멀리, 복도 끝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였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기지 경비병의 플래시였다.

수아의 손에서 단말기가 떨어질 뻔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어떻게? 순찰 주기가 이렇게 바뀔 리 없었다. 이 폐쇄 구역에 들어올 이유도 없었다. 심장이 귀청이 찢어질 듯 울렸다. 플래시 불빛은 점점 더 선명해지며 그녀의 위치로 향하고 있었다.

“젠장…!”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문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철문이 닫히는 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몸을 벽에 바싹 붙였다. 차가운 금속이 등에 닿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플래시 불빛과 함께 들려오는 경비병들의 투박한 대화 소리만이 현실처럼 와 닿았다.

“여기에 무슨 일이지? 순찰 코스도 아닌데.”
“아까 센서에 뭔가 잡혔다더군. 오류일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한다고.”

센서에 뭔가 잡혔다? 설마… 그녀와 그가 만나는 것을 눈치챈 것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 수아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경비병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녀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이대로 발견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국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차가운 것이 그녀의 손목을 감쌌다. 얇고 긴 손가락이었다. 수아는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반사적으로 입을 막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 서늘한 접촉이 낯설지 않았다. 아니, 너무나 익숙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그의 푸른빛 눈동자가 보였다. 칼렉스였다.

그의 다른 손이 그녀의 입을 가렸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묘한 빛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일렁였다. 경비병들의 발소리가 문 바로 앞에서 멈췄다. 수아는 이를 악물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음… 여기엔 아무것도 없는데? 센서 오작동인가.”
“아무도 폐쇄 구역을 침범할 리 없지. 돌아가자.”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르고,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이 들렸다. 수아는 그제야 억눌렀던 숨을 토해냈다. 몸의 긴장이 풀리며 벽에 기댄 채 주저앉을 뻔했다. 칼렉스가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지탱해주었다.

“괜찮아?” 그의 공명하는 목소리가 수아의 뇌에 직접 울렸다. 그녀가 착용한 소형 변환 장치 덕분이었다. 인간의 귀에는 아름다운 음파로 변환되어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늘 그녀의 심장을 흔들었다.

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네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칼렉스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어둠 속으로 이끌었다. 그가 향한 곳은 연구소의 가장 깊숙한 곳, 과거 생체 실험이 이루어졌다는 소문만 무성한 지하 벙커였다. 이곳은 기지 관리 시스템에서도 아예 배제된, 완벽한 사각지대였다. 그 누구도 이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작은 원형 공간이었다. 녹슨 철제 테이블과 파손된 기계 잔해들이 널려 있었지만, 그 가운데 칼렉스가 만든 작은 쉼터가 있었다. 그가 가져온 은은한 발광 물질이 공간을 부드러운 푸른빛으로 물들였다.

수아는 바닥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정말 아슬아슬했어. 경비병들이 센서에 뭔가가 잡혔다고 하던데… 설마 우리가 들킨 걸까?”

칼렉스는 그녀의 옆에 앉아 긴 손가락으로 공중에 무언가를 그려 보였다. 그의 손끝에서 푸른빛의 에너지 입자들이 흩뿌려졌다. “내 종족의 추적 시스템이 기지 전역에 감지되고 있어. 평소보다 활동이 활발하다.”

수아는 눈을 크게 떴다. “크사리온의… 추적 시스템? 왜?”

칼렉스의 미간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피부는 감정에 따라 푸른색에서 보라색으로 희미하게 변했다. “최근 우리 종족 내에서 ‘이탈자’에 대한 경고가 강화되었어. 금지된 접촉을 시도하는 자들을 색출하려는 움직임이지.”

“이탈자…” 수아는 그 단어의 섬뜩함에 몸을 떨었다. 크사리온 종족은 다른 종족과의 교류를 엄격히 금지했다. 특히 ‘접촉’은 종족의 순수성을 해치는 가장 큰 죄악으로 여겨졌다. 칼렉스와 그녀의 관계는 그들에게 있어 최악의 금기였다.

“그들이… 정말로 우리를 찾아낼까?” 수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칼렉스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그녀에게 닿아 있었지만, 마치 먼 우주를 응시하는 듯했다. “찾아낼 수도 있어. 내 종족의 감지 능력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내게 흐르는 피는 그들의 가장 예민한 추적 대상이 될 수 있어.”

수아는 그의 말에 숨을 들이켰다. 칼렉스는 크사리온의 수호자 계층에 속하는 자였다. 그의 존재 자체가 종족의 심장과 같았고, 그의 이탈은 종족 전체에 대한 반역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해?”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와 함께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였지만, 그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칼렉스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감쌌다. 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서늘한 온기와 미세한 진동이 수아의 피부를 저릿하게 만들었다. 그의 눈동자에 별들이 스며든 듯 아련한 빛이 감돌았다.

“나는 너를 포기할 수 없어, 수아.” 그의 목소리는 심장을 울리는 파동처럼 깊고 강력했다. “너와 함께하는 순간이 나의 존재 이유가 되었다.”

수아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역시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 모든 위험과 절망 속에서도, 그들 사이의 감정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나도… 나도 마찬가지야, 칼렉스.” 그녀는 그의 손에 자신의 얼굴을 기댔다. “하지만… 우리에게 정말 방법이 있을까? 이 모든 금기를 깨고…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칼렉스는 말없이 그녀를 안았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발광 에너지에 감싸이자, 수아는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격리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들의 심장 박동이 서로에게 울렸다. 인간과 크사리온, 너무나도 다른 두 존재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완벽하게 하나였다.

“찾아낼 거야.” 칼렉스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찾아낼 것이다.”

밤은 깊어지고, 그들의 작은 쉼터는 고요 속으로 잠겨들었다. 하지만 수아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불안의 파도가 일렁였다. 칼렉스의 확신 어린 목소리가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더 큰 위험을 예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헤어질 시간이었다. 칼렉스는 그녀의 이마에 마지막으로 입을 맞추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발광하는 실루엣은 마치 환영처럼 사라졌다.

수아는 혼자 남아, 차가운 복도를 되짚어 나갔다. 아까의 경비병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겨우 안심하며 휴대 단말기를 확인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기지 시스템 정보가 스크롤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화면 한 귀퉁이에서 아주 미세한 이상 신호를 포착했다. 불규칙한 에너지 스파이크. 그것은 곧 사라졌지만, 수아의 눈에는 명확하게 박혔다.

그것은 칼렉스가 말했던 크사리온의 추적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극히 희미한 잔여 에너지 파동이었다.

그리고 그 파동은… 그녀가 방금 걸어왔던 복도와, 칼렉스가 사라진 방향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다.

누군가 보고 있었다. 아니, 무언가가 추적하고 있었다.
그들의 금지된 속삭임을. 바로 이 순간에도.
수아의 등골로 차가운 전율이 흘러내렸다. 지독한 불안감이 그림자처럼 그녀를 덮쳤다.
이번 만남은,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