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황량한 모래바람이 폐허가 된 도시의 잔해 위를 휩쓸었다. 한때 위용을 자랑했던 고층 빌딩들은 앙상한 뼈대만 남긴 채 하늘을 찌르고 있었고, 그 사이로 겨우 형태를 유지한 거대한 원형 경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하제일 무도회’라 불리는 이 대회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걸고 이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경기장 내부는 과거의 화려함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찢겨진 천막, 녹슨 철골 구조물, 깨진 좌석들. 하지만 그 모든 파괴 속에서도 사람들의 뜨거운 열기만큼은 꺼지지 않았다. 수천, 수만에 달하는 생존자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레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마치 목마른 짐승처럼 경기장 중앙을 응시했다.

“젠장…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다니.”

낡은 가죽 조끼를 걸친 채 관중석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먼지와 피로로 절어 있었지만, 두 눈만큼은 섬광처럼 날카로웠다. 전(前) 태극권 문파의 수호자, 강호진. 그는 출전자가 아니었다. 다만, 이 대회의 향방이 생존 연합 전체의 운명을 결정할 것을 알기에, 이 잔인한 spectacle을 지켜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

링 중앙. 흙먼지가 가득한 지면에 두 명의 사내가 마주 서 있었다. 한 명은 단단한 근육질의 몸에 늑대 가죽을 두른 거한, ‘백랑’이라 불리는 자였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거친 야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다른 한 명은 그보다 왜소했지만,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고한 기운이 백랑의 야성적인 기운을 억누르는 듯했다. 그는 ‘벽력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북파 검술의 마지막 계승자, 이성현이었다.

“자! 모두들 주목하라! 오늘 이 순간, 인류 재건 연합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지직거리는 스피커를 통해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는 잔뜩 흥분되어 있었지만, 그 뒤에는 필사적인 절박함이 깔려 있었다.

“지난 세 번의 예선에서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준 백랑! 그리고 단 한 번도 검을 뽑지 않고 상대방을 제압한 벽력검! 오늘의 승자는 천하의 모든 생존 자원의 배분권을 가질 것이며, 연합의 모든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관중석에서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배고픔과 공포, 그리고 이 비참한 삶을 끝낼지도 모른다는 한 줄기 희망이 뒤섞인 비명과도 같은 함성이었다.

강호진은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희망? 저 거친 야수와 고고한 검객 중 누가 승리하든, 이 지옥 같은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힘의 논리. 종말 이후 세상은 더욱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경기 시작!”

사회자의 외침과 동시에 백랑이 움직였다. 그는 짐승처럼 낮은 포복 자세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발이 땅에 닿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살기 가득한 움직임이었다. 그의 주먹이 공기를 찢으며 이성현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앙!

강철과도 같은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이성현은 간발의 차이로 고개를 젖혀 공격을 피했지만, 그의 뺨을 스친 바람만으로도 피부가 따끔거리는 듯했다.

“흥! 제법 피하는군.”

백랑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는 멈추지 않고 연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팔은 마치 채찍처럼 유연하면서도 쇠망치처럼 무거웠다. ‘백랑권’이라 불리는 그의 무술은 전통적인 권법의 틀을 벗어나, 야생 늑대의 움직임을 그대로 본뜬 듯했다. 예측 불가능하고, 잔혹하며, 오직 상대를 찢어발기는 데 집중된 움직임이었다.

이성현은 검을 뽑지 않았다. 그는 오직 발재간과 몸놀림으로 백랑의 맹공을 흘려냈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깃털처럼 가벼웠다. 백랑의 주먹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의 몸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비껴가며,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무효화했다.

“저것이 바로 벽력검의 ‘비연십삼보(飛燕十三步)’인가!” 강호진이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제비가 나는 듯 가볍고, 바람처럼 빠른 걸음. 정말 놀랍군.”

백랑은 거듭된 공격이 닿지 않자 짜증이 난 듯 으르렁거렸다. 그는 허공을 가르던 주먹을 갑자기 멈추고는, 두 다리로 땅을 강하게 박차고 뛰어올랐다.

쩌저적!

흙바닥이 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갈라졌다. 백랑은 거대한 몸집으로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이성현의 머리 위로 발을 찍어 내렸다. ‘천근추(千斤墜)’! 발끝에 모든 체중과 기운을 실어 상대를 짓누르는 살벌한 기술이었다.

이성현은 침착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백랑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그가 몸을 낮추며 뒤로 물러서는가 싶더니, 갑자기 몸을 휙 돌려 백랑의 착지 지점을 벗어났다. 동시에 그의 손이 허리춤을 향했다.

쉬이이익-!

긴 검집에서 푸른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마침내 뽑힌 벽력검의 검날은 한낮의 태양 아래서 서늘한 빛을 발했다. 검은 이성현의 손에 쥐어지자마자, 그의 존재 자체가 달라지는 듯했다. 방금 전까지 회피에만 집중하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한 자루의 날카로운 검 자체가 된 것 같았다.

“드디어… 검을 뽑았다.” 강호진의 눈동자가 깊어졌다. “진짜는 이제부터인가.”

백랑은 착지하자마자 흩날리는 흙먼지 속에서 다시 이성현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온몸의 기운을 모아 어깨로 박치기를 날리는 ‘철산고(鐵山靠)’였다. 거대한 산이 움직이는 듯한 압도적인 파괴력이었다.

하지만 이성현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뽑아 든 벽력검을 자신의 앞으로 내세웠다. 검 끝이 백랑의 어깨를 향해 정교하게 움직였다. 일직선으로 뻗은 검 끝에서 푸른 기운이 번개처럼 뿜어져 나왔다.

크아아아-!

백랑의 괴성과 함께 엄청난 충격음이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백랑의 철산고가 이성현의 검과 정면으로 부딪힌 것이다.

쾅!!!

모두가 숨을 죽였다. 흙먼지가 폭풍처럼 솟아올라 두 사람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관중들은 콜록이며 눈을 비볐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침묵이 잠시 경기장을 지배했다.

그리고 흙먼지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여전히 이성현이 서 있었다. 그의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고, 벽력검은 그의 손에서 견고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단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하지만 백랑은 달랐다. 그는 두어 걸음 뒤로 밀려나 있었다. 그의 어깨는 붉은 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그 피는 검날에 베인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그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당황과 고통이 뒤섞인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빌어먹을… 이런 식으로 검을 쓰는 놈은 처음이다….” 백랑이 신음하듯 내뱉었다.

이성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분했지만, 검을 쥔 손에는 미세한 떨림이 감지되었다. 상대의 어마어마한 기운을 정면으로 받아낸 여파가 분명했다.

관중석에서는 다시 한번 술렁임이 일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백랑이 상처를 입다니! 벽력검이 한 번의 합(合)으로 백랑에게 유효타를 날린 것이다!

“단 일격으로… 저 강철 같은 백랑의 몸에 상처를 냈군.” 강호진은 감탄인지 허탈함인지 모를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벽력검….”

백랑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핏발 선 눈동자가 더욱 붉게 물들었다. 어깨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야성적인 기운은 더욱 거칠고 광포해지는 듯했다.

“재미있군… 정말 재미있어!”

백랑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상처를 지그시 눌렀다. 그리고는 갑자기 몸을 낮추더니, 네 발로 땅을 짚었다. 그의 눈은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늑대처럼 빛났고, 그의 온몸에서는 푸른색의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수한 파괴의 기운이었다.

“백랑… 극강모드…!” 누군가 관중석에서 비명을 질렀다.

강호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그 푸른 기운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기운이 아니었다. 종말 이후, 인간의 몸을 변이시키고 기운을 폭주시키는 금단의 기술이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단시간에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얻을 수 있지만, 그 대가는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이성현의 표정에도 비로소 긴장감이 스쳤다. 그의 검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백랑의 몸이 더욱 거대해지는 듯했다. 그의 근육은 찢어질 듯 팽창했고, 그의 눈은 완전히 짐승의 것으로 변해 있었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경기장을 완전히 뒤덮었다.

“크아아아악!”

늑대의 울부짖음 같은 포효와 함께, 백랑은 다시 이성현에게 달려들었다.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훨씬 강력한 움직임이었다. 이제 그는 단순한 무인이 아니라, 굶주린 한 마리의 거대한 야수 그 자체였다. 그의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지면이 움푹 파였고, 공기는 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찢겨져 나가는 듯했다.

이성현은 검을 고쳐 잡았다. 그의 푸른 검날 위로 번개와 같은 기운이 다시 한번 서렸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대결. 인류의 미래가 걸린, 광포한 야수와 고고한 검객의 마지막 승부가 눈앞에 다가왔다.

강호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전투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단지, 이 세상에 아직 희망이 남아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백랑의 발톱 같은 주먹이 이성현의 머리를 향해 찢어질 듯 날아왔다. 동시에 이성현의 벽력검이 푸른 섬광을 뿜어내며 그에게 반격했다.

두 거대한 힘이 충돌하는 순간, 거대한 폭발음이 폐허가 된 도시 전체를 뒤흔들었다. 경기장의 낡은 구조물들이 그 충격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인류가 걸어야 할 길의 시작인가, 혹은 끝인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오직 두 사람의 피 튀기는 싸움만이 모든 것을 결정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