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어두운 방 안,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도시의 불빛이 먼지 낀 공기를 가늘게 비추고 있었다. 지우는 낡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펜은 이미 오래전에 잉크가 말랐지만, 여전히 그 무게는 손바닥에 선명했다. 벽에는 그의 모든 세계를 집어삼킨 그림자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현수의 웃는 얼굴 사진들, 그의 동선이 표시된 지도, 그리고 현수의 성공 가도를 알리는 수많은 기사 스크랩들. 그 모든 것이 지우에게는 지옥의 풍경이었다.

지우의 시선이 한 점에 멈췄다. 현수와 함께 찍은 오래된 사진. 풋풋하고 어리숙한 두 젊은이가 활짝 웃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서로의 세상이었는데. 언제부터였을까. 그 따뜻한 온기가 차가운 칼날로 변한 건.

‘이건 전부 너를 위해서야, 지우야.’

속삭이듯 뱉던 그 말의 의미는 지우의 모든 것을 찢어발긴 후에야 비로소 명확해졌다. 성공을 향한 현수의 갈망, 그리고 그 갈망 앞에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 자신의 존재. 믿음이라는 이름의 독은 지우의 심장을 파고들어 모든 혈관을 마비시켰다. 그는 죽었고, 동시에 다시 태어났다. 오직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지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가락이 벽에 붙은 현수의 사진 위를 미끄러졌다. 그의 눈빛은 메마른 사막의 갈증처럼 타올랐지만,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완벽해야 했다. 티끌 하나 없이, 오점 하나 없이. 현수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하나씩, 아주 천천히, 가장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빼앗아 올 계획은 이미 몇 달 전부터 그의 머릿속에 완성되어 있었다.

그는 작고 낡은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에는 복잡한 코드와 알 수 없는 파일 목록이 빼곡했다. 오늘 밤, 첫 번째 씨앗이 뿌려진다. 현수가 심어놓은 거짓된 제국의 가장 깊숙한 곳에, 아주 작고 미미한 균열을 낼 씨앗이.

그때, 노트북 화면 한구석에 작은 메신저 창이 깜빡였다. 발신인은 ‘세하’. 지우의 옛 직장 동료이자, 현수의 현재 비서. 지우가 칩거하기 전, 어렵게 포섭해둔 유일한 내부자였다.

[팀장님, 말씀하신 자료, 오늘 아침 현수 사장님 컴퓨터에 심어두었습니다. 회계 프로그램 내 특정 폴더에 압축 파일로요.]

지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차가운 분노 뒤에 숨겨진, 섬뜩한 만족감이었다. ‘세하’는 자신이 무엇을 돕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를 터였다. 그저 지우가 회사를 떠나기 전 처리하지 못한 중요한 자료를 옮겨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니. 현수는 세하를 절대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성실하고 순진한 세하의 이면에는, 오래전 지우가 심어놓은 작은 죄책감과 동정심이 아직 남아 있었고, 지우는 그것을 조용히 이용했다.

지우는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이제 그 자료가 빛을 볼 시기를 정할 차례였다. 현수가 가장 빛나는 순간, 모두가 그를 찬양하는 바로 그 순간에.

그의 손가락이 엔터 키 위에 잠시 머물렀다. 망설임은 없었다. 다만, 이 모든 것이 시작될 첫 단추를 누르는 엄숙함만이 있었다.

‘후회하게 될 거야, 현수야. 아주 철저하게.’

그가 엔터 키를 눌렀다.

어두운 방 안, 모니터의 푸른빛이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더욱 섬뜩하게 만들었다. 도시는 여전히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지만, 그 아래에서는 이미 거대한 균열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잔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