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월영관의 심장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시간, 도시 외곽의 낡은 저택, 월영관은 그 흉흉한 실루엣을 더욱 음산하게 드러냈다. 현우는 늘 그런 곳에 이끌렸다. 잊힌 이야기가 잠들어 있고, 시간의 먼지가 켜켜이 쌓인 공간에서 어떤 진실이 숨어 있을지 궁금했다. 오늘은 그 호기심이 기어이 그를 낡고 녹슨 철문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깨진 창문마다 검은 구멍이 뚫려 있었고,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낡은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흡사 거대한 짐승의 신음 같았다. 현우는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이게… 대체 몇 년 된 건물이야.”

혼잣말이 메아리처럼 울렸다. 벽지는 습기를 머금고 너덜너덜하게 벗겨져 있었고, 한때 화려했을 가구들은 뒤집히거나 부서진 채 뒹굴고 있었다. 연회장이라 불리던 넓은 공간도 지금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현우는 조심스럽게 바닥에 널브러진 파편들을 피해 걸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다른 방들과 달리 유독 견고하게 닫혀 있는 하나의 문. 나무 문틈 사이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빛줄기가 있었다. 마치 누군가 안에서 초를 켜놓은 듯한, 기묘한 주황색 빛.

“뭐지?”

호기심은 공포를 앞질렀다. 현우는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았다. 낡은 금속이 손에 차갑게 감겼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쪽은 더욱 기괴했다. 다른 방들의 폐허와는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낡았지만 잘 보존된 듯한 나무 책장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밝히는 것은 창문에서 들어오는 달빛이 아니었다. 방 한가운데, 테이블 위에서 섬뜩하게 빛나는 정체불명의 돌멩이였다.

돌멩이는 마치 살아있는 듯 희미한 주황색 빛을 발하고 있었다. 현우는 홀린 듯 테이블로 다가갔다. 돌멩이는 일반적인 암석이 아니었다. 표면은 매끄러웠지만, 자세히 보니 미세한 균열들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었다. 그리고 그 균열들 사이로 미약하게 빛이 새어 나왔다. 돌멩이 주변으로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의 문자들이 새겨진 양피지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손을 뻗으려던 찰나, 현우의 발치에서 ‘툭’ 하는 소리가 났다. 낡은 마루 틈새에서 무언가 튀어나온 것이었다. 작은 징이 박힌, 낡은 가죽 주머니. 현우는 주머니를 주워 들었다. 안에는 먼지로 뒤덮인 작은 은색 열쇠가 들어 있었다.

열쇠는 정체불명의 돌멩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현우의 직감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주위를 둘러보게 했다. 그러다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은 테이블 아래쪽이었다.

테이블 다리 중 하나에 희미하게 새겨진 문양. 다른 다리에는 없는, 정교하면서도 불길해 보이는 기하학적 문양이었다. 그리고 그 문양 한가운데에는 작은 열쇠 구멍이 숨겨져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현우는 조심스럽게 열쇠를 열쇠 구멍에 넣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의 한 부분이 스르륵 열렸다.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낡은 나무 상자였다.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지만, 상자 자체는 놀랍도록 온전했다. 상자 표면에는 방 한가운데 놓인 돌멩이와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현우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비어 있었다.

“뭐야… 헛수고였나?”

실망감이 밀려왔다. 그때였다. 상자 바닥에 손가락을 짚는 순간, 차가운 금속 같은 감촉이 느껴졌다. 얇은 판이 상자 바닥에 깔려 있던 것이다. 현우는 손가락으로 판을 밀어 올렸다.

‘쉬이이익…’

판이 들리자마자, 상자 깊은 곳에서 검붉은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끈적하고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안개는 희미한 주황색 빛을 내는 돌멩이를 향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렸다.

동시에, 방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벽에 걸린 낡은 액자들이 삐걱거리고, 책들이 책장에서 떨어져 내렸다. 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상자를 떨어뜨릴 뻔했다.

“이게 대체…”

안개는 돌멩이를 휘감았다. 그리고 돌멩이의 주황색 빛은 순식간에 더욱 강렬하고 붉은색으로 변했다.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빛을 뿜어냈다.

쿵. 쿵. 쿵.

돌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이 현우의 눈을 강렬하게 찔렀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어둡고 거대한 동굴. 낯선 언어로 속삭이는 그림자 같은 존재들. 피로 얼룩진 제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꿰뚫는, 불길하고 강력한 에너지의 흐름.

현우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두통이 머리를 찢을 듯 강타했고, 귀에서는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리는 듯했다. 그는 주저앉아 머리를 감쌌다.

“크윽… 뭐야…!”

환상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확실히 반응하고 있었다. 손바닥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손가락 끝에서는 희미하게 검붉은 기운이 피어나는 것이 보였다. 마치 자신의 몸 안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것처럼.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테이블 위에서 섬뜩하게 빛나던 돌멩이였다. 돌멩이는 이제 격렬하게 맥동하며, 그 안에서 검붉은 안개가 현우의 몸을 향해 뻗어오는 것 같았다. 마치 그를 집어삼키려는 듯.

현우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돌멩이를 잡았다. 뜨거웠다. 너무나 뜨거워서 손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힘이 그의 몸 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것을 느꼈다.

콰아아앙!

갑자기 방 안의 모든 불빛이 꺼졌다. 섬광이 번쩍이며 천둥소리가 울리는 듯했지만, 그것은 천둥이 아니었다. 방 한가운데서 현우의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검붉은 파장이 폭발했다. 책장들은 산산조각 났고, 벽은 금이 갔다.

현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겨우 정신을 차렸다. 손에 쥐여 있던 돌멩이는 마치 모든 에너지를 방출한 듯 빛을 잃고 차갑게 식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몸 안에는 여전히 끓어오르는 듯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정신이 아득했다. 자신이 무엇을 경험한 것인지, 무엇을 건드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는 평범한 대학생 현우가 아니었다. 그의 몸 안에서 꿈틀거리는 이 알 수 없는 힘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었다.

그때였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느릿하고 질척거리는 소리.

현우는 숨을 멈췄다. 폐가에는 그 혼자뿐이어야 했다.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낡은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듯한 소리.

쿵… 쿵… 쿵…

그것은 인간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비정상적으로 무겁고, 어딘가 비틀린 듯한 소리.

현우는 급하게 몸을 돌려 부서진 책장 뒤로 숨었다. 문틈으로 희미하게 달빛이 스며들어왔다.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거대한, 비정형의 그림자.

문이 완전히 열리고, 어둠 속에서 거대한 실루엣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것은 마치 여러 개의 팔다리가 뒤엉킨 듯한 형체였고, 그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기분 나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다.”

낮게 깔린, 긁어대는 듯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그것은 현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오래된 돌멩이에서 느껴졌던 것과 똑같은, 차갑고 불길한 기운이 담긴 목소리였다.

현우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자신이 깨운 것이, 비단 마법의 힘만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것은… 그 힘을 찾아 헤매던, 혹은 그 힘과 함께 잠들어 있던 ‘무언가’였다.

“내 것이다… 내 힘을… 돌려줘라…”

괴물의 시선이 정확히 현우가 숨은 곳을 향했다. 현우의 손에 들려 있던, 이제는 빛을 잃은 돌멩이가 미세하게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