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잿빛 하늘 아래, 무너진 고층 건물들이 이빨 빠진 짐승처럼 솟아 있었다. 삐걱이는 금속음이 바람에 실려 귓전을 스쳤고, 코끝에는 항상 흙먼지와 부패한 금속의 비릿한 냄새가 맴돌았다. 나는 익숙한 듯 낡은 가죽 장갑을 고쳐 매고, 방진 마스크를 끌어올렸다. 오늘로 벌써 며칠째인가. 제대로 된 식량을 찾지 못한 것이.

내 발아래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이 바스락거렸다. 한때는 번화했을 도시의 잔해. 지금은 거대한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무너진 건물 사이를 헤치며 나아갔다. 시야는 넓었지만, 그만큼 숨을 곳도 적다는 의미였다. 해가 중천을 향해 뜨고 있었다. 정오가 되기 전까지는 조금이라도 더 찾아내야 했다. 어둠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존재들을 데려왔으니까.

“젠장,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낮게 중얼거렸다. 갈증이 목을 따갑게 긁었지만, 함부로 물을 마실 수는 없었다. 이 세계의 물은 대부분 오염되었거나, 아니면 알 수 없는 변이 생물들의 영역에서 흘러나오는 독극물에 가까웠다. 정수 필터도 슬슬 수명을 다해가고 있었다. 필터 없이 물을 마셨다가 사흘 밤낮을 고열과 설사로 시달리던 때를 생각하면, 감히 시도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낡은 배낭을 고쳐 메고, 어깨에 걸린 낡은 산탄총을 꽉 쥐었다. 탄약은 이제 스물 발 남짓. 아껴 써야 했다. 총소리는 멀리서도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듣고 달려드는 놈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언제나 경계하고, 언제나 준비해야 했다.

발견한 것은 낡은 마트 건물이었다. 간판은 녹슬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고, 출입문은 이미 뜯겨나가 내부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텅 빈 진열대와 바닥에 흩뿌려진 유리 조각들. 누군가 이미 휩쓸고 간 흔적이 역력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흙먼지 냄새 사이로 희미하게 곰팡이 냄새가 났다.

내부는 생각보다 어두웠다. 붕괴된 천장 사이로 볕이 드문드문 쏟아져 들어왔지만, 대부분의 공간은 그림자에 잠겨 있었다. 나는 손전등을 꺼내 조심스럽게 바닥을 비췄다. 움직일 때마다 내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혹시… 뭐가 있을까.”

희망은 늘 배신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복도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서자, 냉동고가 있던 자리로 보이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금속 상자는 찌그러져 있었고, 문은 활짝 열린 채 내부를 드러냈다. 예상대로 텅 비어 있었다.

실망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고개를 저어 털어냈다. 이런 사소한 감정마저 사치였다. 나는 냉동고 옆에 쓰러져 있는 진열대를 들어 올렸다. 그 아래에 혹시라도 무언가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크윽… 젠장.”

진열대는 묵직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과거의 나였다면 상상도 못 할 괴력일 것이다. 이 세계에 오면서 겪은 갖은 고난과 굶주림이 내 몸을 이렇게 단련시킨 걸까. 아니, 그냥 근육이 아니라, 뭔가… *본능*에 가까운 것이 내 안에 스며든 것 같았다.

간신히 진열대를 한쪽으로 밀어내자, 그 아래에서 의외의 것을 발견했다. 녹슨 금속 상자. 누군가 급하게 숨겨둔 것 같았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다. 내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그 안에는 통조림 몇 개와 함께, 낡은 약병 하나가 들어 있었다. 통조림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밀봉이 완벽해 보였다. 그러나 약병은… 뚜껑이 열려 있었고, 내용물은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린 지 오래였다. 아쉬움에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통조림이라니. 이 정도면 대박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통조림을 꺼냈다. 종류는 쇠고기 통조림. 냄새를 맡아보니 아직 멀쩡한 것 같았다. 이걸로 며칠은 버틸 수 있겠지. 당장이라도 뜯어 먹고 싶었지만, 나는 꾹 참았다. 아껴야 했다. 언제 또 이런 행운이 찾아올지 알 수 없었으니까.

통조림을 배낭에 넣고 주변을 다시 둘러보았다. 더 이상 찾을 것은 없어 보였다. 이제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러나 내가 몸을 돌리는 순간, 등 뒤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쉬이이익—!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리였다. 마치 거대한 뱀이 기어가는 듯한, 그러나 훨씬 더 끈적하고 불쾌한 마찰음. 나는 반사적으로 산탄총을 들어 자세를 낮췄다. 손전등 빛이 흔들리며 어둠 속을 헤집었다.

저 멀리, 진열대 뒤편의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흡사 타오르는 숯불처럼 섬뜩하게 빛나는 눈. 그것은 분명 놈이었다. 이 폐허에 득실거리는, 변이된 육식성 생명체. ‘어둠추적자’라고 불리는 녀석.

놈의 모습이 서서히 어둠 속에서 드러났다. 거대한 도마뱀을 닮았지만, 피부는 검은색 비늘로 덮여 있었고, 뼈가 튀어나온 등줄기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있었다. 길고 강력한 꼬리는 바닥을 쓸며 부서진 잔해를 휘저었다. 입가는 찢어져 날카로운 이빨들이 흉측하게 드러나 있었다.

젠장, 하필 이런 곳에서.

놈은 서서히 나에게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배고픔에 굶주린 짐승의 소리.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총알을 아껴야 하지만, 이 놈은 산탄총으로도 쉽지 않은 상대였다. 일반적인 개체보다 훨씬 크고 위협적으로 보였다.

“이런 개 같은 경우!”

나는 욕설을 내뱉으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놈이 몸을 웅크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나를 향해 튀어나왔다. 엄청난 속도였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

산탄총이 불을 뿜으며 굉음을 냈다. 놈의 몸통에 산탄이 박히는 소리가 들렸지만, 놈은 잠시 휘청거릴 뿐,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광포하게 돌진해왔다.

이대로는 안 된다. 나는 후퇴하며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놈의 목표는 오직 나였다. 피할 곳을 찾아야 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천장이 무너진 부분, 그 너머로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곳이 보였다. 저곳으로 탈출해야 한다.

놈은 마치 그림자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거대한 발톱이 바닥을 긁으며 불꽃을 튀겼다. 나는 간신히 놈의 발톱을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비릿한 놈의 숨결이 피부에 와닿는 듯했다.

“젠장, 죽기 싫다고!”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복도 끝을 향해 달렸다. 배낭 속의 통조림이 무겁게 느껴졌다. 이대로 놈에게 잡힌다면, 저 통조림은 놈의 몫이 될 터였다. 그건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 앞에는 무너진 진열대가 가로막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진열대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 콰당! 소리와 함께 진열대가 무너지며 놈의 앞길을 잠시 막았다. 그 틈을 타 나는 무너진 천장 틈으로 몸을 던졌다.

날카로운 파편들이 살을 긁고 지나갔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살아야 한다는 본능만이 나를 지배했다. 나는 간신히 밖으로 기어 나왔다. 온몸이 흙먼지로 뒤덮였고, 몇 군데는 피가 배어 나왔다.

폐허가 된 거리 위로 다시 섰을 때, 놈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놈은 진열대 너머에서 나를 향해 포효하고 있었다. 거대한 몸집 때문에 좁은 틈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잠시 동안은 안심이었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허벅지 안쪽이 찢어진 듯 아파왔다. 하지만 살아남았다. 또다시.

“후우… 후우… 겨우 살았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일렀다. 놈은 언제든 다른 출구를 찾아 나올 수 있었다. 나는 발길을 재촉했다. 해는 여전히 중천에 있었지만, 내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폐허만이 존재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통조림 몇 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끝없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답은 없었다. 그저 한 발, 또 한 발 내디딜 뿐이었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다음 순간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