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챕터 1: 녹슨 심장

진우는 습기와 곰팡이 냄새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숨을 참았다. 낡은 까마귀의 조종석은 어둡고 비좁았지만, 바깥의 황량한 풍경보다는 훨씬 안전했다. 메카의 낡은 유압 실린더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거대한 팔을 들어 올렸다. 썩어가는 금속 더미와 잔해들이 거대한 팔에 의해 무심하게 치워졌다.

“젠장, 또 막혔네.”

진우는 마른 입술을 씹으며 조이스틱을 힘주어 돌렸다. 까마귀의 탐색 등불이 어둠 속을 헤치며 간신히 길을 밝혔다. 이곳은 오래전, 도시를 지탱하던 거대한 공업 단지의 일부였다. 이제는 폐허가 되어, 녹슨 철골과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이 괴기스러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을 뿐이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천장, 발목까지 차오른 정체 모를 액체, 그리고 그 속에서 스멀거리는 기분 나쁜 그림자들. 모든 것이 생존을 위협했다.

‘이래서야 오늘 안에 에너지 코어를 찾을 수 있을까.’

오늘 목표는 폐기된 발전소 깊숙한 곳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미사용 에너지 코어였다. 그것 없이는 까마귀도, 진우 자신도 다음 일주일을 버틸 수 없었다. 연료는 바닥을 보이고 있었고, 식량 창고는 텅 비어가고 있었다. 이 짓을 몇 년째 반복하고 있었는지, 진우는 이제 기억조차 희미했다.

끼이익, 쿵.

까마귀가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진우는 모니터에 나타나는 열감지 패턴을 예의주시했다. 인간의 흔적은 없었지만, 비정상적인 체온을 가진 변이체들이 이곳을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공업 단지의 잔해가 변이체들에게는 완벽한 은신처이자 사냥터가 되어주었다.

“음?”

모니터 한쪽 구석에서 희미한 반응이 감지됐다. 금속의 잔열이 아니라, 특정한 전파 신호였다. 에너지 코어에서 방출되는 미약한 신호와 비슷했다. 진우는 까마귀의 팔을 좀 더 조심스럽게 움직여 앞을 가로막은 철판 더미를 들어 올렸다.

그 아래, 웅크리고 있던 것은 거대한 바퀴벌레를 연상시키는 변이체였다. 여섯 개의 날카로운 다리와 등짝에 솟아난 흉측한 가시들. 녀석의 턱에서는 녹색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평범한 수준의 변이체는 아니었다. 아마도 이 폐기 공장에 고여 있던 오염 물질을 흡수하며 기형적으로 성장한 개체일 것이다.

크르르…

녀석은 까마귀의 불빛에 눈을 번뜩이며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진우는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까마귀는 전투용 메카가 아니었다. 낡은 팔의 집게는 무거운 잔해를 치우는 데 특화되어 있었고, 다리에 달린 드릴은 단단한 지반을 뚫는 용도였다. 저런 괴물과 정면 대결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이런 망할… 왜 하필 여기에.”

진우는 재빨리 조종간을 조작했다. 까마귀의 다리가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벌렸다. 녀석은 진우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굶주린 눈으로 뒤쫓았다.

촤아악!

변이체가 순식간에 여섯 개의 다리로 벽을 타고 진우에게 달려들었다. 콘크리트 벽이 발톱에 긁히며 날카로운 소음을 냈다. 진우는 본능적으로 까마귀의 왼팔에 달린 집게를 휘둘렀다. 둔탁한 금속음과 함께 변이체가 잠시 휘청거렸다. 하지만 녀석은 곧 균형을 되찾고 더욱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빌어먹을!”

진우는 까마귀의 드릴을 작동시켰다. 굉음과 함께 회전하는 드릴이 변이체의 앞다리 중 하나를 스쳤다. 녀석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 틈을 타 까마귀의 허벅지에 올라타려 했다. 진우는 다급하게 메카를 옆으로 기울였다. 균형을 잃은 변이체가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진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까마귀의 집게 팔을 이용해 주변의 썩은 철골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괴물에게 냅다 휘둘렀다. 쾅! 철골이 변이체의 등짝에 부딪히며 거대한 파열음을 냈다. 녀석은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을 토해내며 버둥거렸다.

“끝장을 내야 해… 한 마리라도 더 잡아야지.”

진우는 망설임 없이 드릴을 다시 작동시켰다. 맹렬하게 회전하는 드릴이 변이체의 약점인 머리를 향해 돌진했다.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녹색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변이체는 격렬하게 경련하다가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진우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까마귀의 팔은 긁히고 찌그러졌지만, 다행히 치명적인 손상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싸우다간 오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 한 마리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만약 여러 마리가 떼 지어 나타난다면…

‘정신 차려. 에너지 코어가 먼저야.’

진우는 조종간을 바로잡고 다시 탐색을 시작했다. 변이체의 시체를 넘어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희미하게 감지되던 전파 신호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희망의 불씨가 꺼질 듯 말 듯 흔들리는 어둠 속에서, 진우는 다시금 생존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낡은 까마귀의 녹슨 심장이 거친 숨을 내쉬며 고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