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김준호는 퇴근 후 어둠이 깔린 자신의 1304호 아파트 문을 열었다. 낡았지만 나름 깔끔하게 관리된 복도식 아파트. 퍽, 하고 닫히는 현관문 소리가 고요한 복도를 울렸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하루의 끝. 컵라면이나 하나 끓여 먹고 멍하니 최신 드라마를 보다가 잠드는 것, 그것이 그의 소박한 낙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평소라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반길 쾨쾨한 곰팡이 냄새 대신, 희미하게 쇠 타는 듯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준호는 코를 킁킁거렸다. 뭐지? 윗집에서 또 뭔가를 태웠나?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신발을 벗었다. 그때였다.

딸깍.

주방 쪽에서 희미한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자, 언제 켜졌는지 냉장고 옆 작은 스탠드 램프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전구는 깜빡거리는 중이었다.

“어라?”

준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아침에 나갈 때 모든 전등을 끄고 나갔었다. 스탠드 램프는 심지어 잘 쓰지도 않아서 플러그를 뽑아두곤 했는데. 그는 반쯤 벗은 양말 차림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스탠드는 여전히 불안하게 깜빡였다.

“고장인가?”

그는 램프의 플러그를 뽑았다가 다시 꽂았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게 불이 들어왔다. 전구도 멀쩡했다. 피곤해서 헛것을 봤나 싶어 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다음 날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떴을 때, 그의 머리맡 협탁에 놓여있던 휴대폰이 엉뚱한 곳에 놓여있었다. 침대 아래 발치 쪽이었다.

“내가 잠결에 던졌나?”

그는 혀를 차며 휴대폰을 주워 들었다. 휴대폰은 화면이 깨끗하게 초기화되어 있었다. 모든 설정이 공장 출고 상태로 되돌아가 있었다. 준호는 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기껏 맞춰놓은 회사 알람은? 중요한 업무 일정들은? 전부 사라졌다.

“젠장!”

그는 격분했지만, 이내 허탈함에 빠졌다. 어젯밤 스탠드 램프도 그렇고, 뭔가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딱히 누구를 의심할 수도 없었다. 혼자 사는 아파트였으니.

그날 저녁, 준호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현관문과 창문을 꼼꼼히 잠갔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다. 그리고 밤 11시, 거실 소파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던 그는 또다시 이상한 경험을 했다.

정면 벽에 걸린 시계가 갑자기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쨍그랑!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준호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심장이 발발 떨렸다. 시계는 얇은 나사 하나로 고정되어 있었다. 스스로 떨어질 리가 없었다.

“누구… 누구 있어요?”

침 넘어가는 소리가 적막한 거실을 채웠다. 준호는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심장 소리뿐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 카메라를 켰다. 손전등 기능도 켰다. 빛이 닿는 곳마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시계가 떨어진 바닥에는 작은 유리 조각들이 별처럼 흩어져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차가운 한기가 훅 끼쳤다. 마치 누군가 바로 뒤에서 숨을 쉬는 것 같은 섬뜩한 느낌. 준호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돌렸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거실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방충망까지 걷어올린 채로.
13층에서.

“말도 안 돼…”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창문을 닫았다. 창문 고정쇠는 분명 잠겨 있었다. 도저히 외부에서 열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때,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던 웅웅거리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웅웅거림이 아니었다. 마치 수천 개의 기계가 동시에 작동하는 듯한, 거대한 공명이 그의 아파트 벽을 타고 울리는 것 같았다. 소리는 벽을 진동시켰고, 식탁 위 유리컵들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준호는 본능적으로 휴대폰을 들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소리는 베란다 쪽에서 더 강하게 들렸다. 그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베란다 문을 열었다.
밤하늘이 열려 있었다.

아니, 밤하늘 *속*이 열려 있었다.

베란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도시의 야경이 아니었다. 거대한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는 듯한 푸른빛과 보랏빛의 나선형 패턴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그 중심에서 빛의 기둥이 솟아올라 마치 미지의 포탈처럼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포탈 너머로,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별들이 춤추는 우주 공간, 그 속에서 거대한 강철 함선들이 굉음을 내며 서로를 향해 포격을 퍼붓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에너지탄들이 밤하낮을 가르며 폭발했고, 파편들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먼 은하계의 전쟁이, 그의 1304호 아파트 베란다 창문 너머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준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베란다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작은 기계 장치였다. 마치 손목시계만한 크기의 조약돌처럼 생긴 그것은 푸른빛을 희미하게 내뿜으며 일정한 패턴으로 진동하고 있었다. 웅웅거리는 소리의 근원지였다.

그 순간, 기계 장치에서 갑자기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그의 아파트 전체가 거대한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선반 위의 물건들이 쏟아져 내리고, 천장의 형광등이 터져버렸다.

“이게 뭐야!”

준호는 비명을 질렀다. 아파트 전체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친 듯이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벽의 페인트가 벗겨지고, 바닥의 타일이 솟아올랐다. 거실 중앙의 카펫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 꿈틀거림의 중심에서, 카펫의 실들이 뭉쳐지더니 서서히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거대한 눈동자 하나가 카펫에서 솟아올랐다.
검고 깊은 동공은 준호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눈동자 주변으로는 불길한 촉수들이 돋아나 꿈틀거렸다. 그것은 카펫의 섬유가 만들어낸 괴물이었다.

“꺼져! 당장 꺼져!”

준호는 뒷걸음질 쳤다. 공포에 질린 그의 눈에, 베란다 난간의 기계 장치가 다시 한번 강렬하게 빛을 발하며 공명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 푸른 빛이 그의 아파트 전체를 감싸 안더니, 그의 모든 가구가 일제히 공중에 부양하기 시작했다. 식탁 의자, TV, 심지어 냉장고까지, 모든 것이 중력을 거스르며 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베란다 너머의 우주 전쟁은 여전히 눈부시게 펼쳐지고 있었다. 마치 준호의 아파트가 그 전쟁의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공중에 떠오른 가구들이 일제히 준호의 몸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성을 잃은 채 비명을 질렀다. 거대한 카펫 괴물의 눈동자가 그를 쫓았다. 아파트의 모든 것이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이곳은 더 이상 그의 집이 아니었다.
그는 완전히 미지의 공간에 갇힌 듯했다. 마치 우주 한가운데 떠다니는 표류물처럼.

그리고 베란다 너머의 우주 전쟁에서, 거대한 함선 하나가 폭발하며 붉은 섬광을 터뜨렸다. 그 섬광이 준호의 아파트 내부로 파고들며 모든 공중에 떠오른 물체들과 카펫 괴물을 집어삼켰다.

모든 것이 빛에 휩싸였다.
준호는 눈을 감았다.
그의 1304호 아파트가, 도시의 평범한 밤하늘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듯한, 기묘하고 차가운 감각에 휩싸인 채.
그것은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