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강철 도시의 속삭임

강철심장 구역의 밤은 언제나 끓어오르는 용광로 같았다. 수천, 수만 개의 톱니바퀴가 밤낮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 증기 파이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쉭쉭거리는 소리, 그리고 그 모든 기계음 위로 덧씌워진 빈민들의 희미한 탄식. 이 모든 소음이 모여 마치 거대한 강철 괴물이 내쉬는 숨소리처럼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

강하준은 녹슨 철골 구조물에 몸을 기댄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눈앞에는 거대한 강철 제국의 심장부가 펄떡이고 있었다. 도시의 상층부, 찬란한 금빛과 은빛으로 빛나는 귀족들의 구역은 언제나처럼 화려한 불빛을 뿜어내며 밤을 장식했지만, 강하준이 서 있는 하층민 구역은 오직 희미한 가스등과 강철 제국이 내뿜는 열기만이 전부였다.

“시간 됐어, 하준.”

등 뒤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윤슬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재킷에 달린 수많은 공구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윤슬은 한 손에 증기 압력식 저격총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망원경을 조작하며 아래를 주시했다. 그녀의 눈빛은 밤하늘의 별처럼 날카롭고 흔들림이 없었다.

“아직이야. 감시 기병의 순찰 간격이 미묘하게 바뀌었어. 한 마리가 더 추가된 것 같기도 하고.” 하준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거대한 증기 도관 주위를 맴도는 두 개의 강철 기사단 외에, 보이지 않던 그림자 하나가 더 움직이는 것이 그의 예리한 시야에 포착되었다. “제국 놈들도 예전만큼 허술하지 않아. 아니, 더 깐깐해졌어. 그만큼 우리가 성가신 존재가 되었다는 뜻이겠지.”

윤슬은 망원경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우일 수도 있지만, 방심해서 좋을 건 없지. 하지만 예정된 시간이 너무 지체되면 상층부 작전에 차질이 생길 거야. 우리 역할은 그저 도관을 터뜨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거니까.”

“그 ‘그저’가 우리의 목숨값이잖아.” 하준은 피식 웃었다. “좋아. 계획대로, 하지만 더 은밀하게 움직이자. 저 망할 철덩어리들이 눈치채기 전에 이 핵심 증기 도관을 폐기해야 해.”

그들의 목표는 강철 제국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거대한 ‘핵심 증기 도관’이었다. 제국 수도의 모든 동력을 공급하는 젖줄과도 같은 존재. 이곳을 마비시키면 상층부의 전력 공급에 일시적인 혼란이 올 것이고, 그 틈을 타 상층부에 잠입한 다른 동지들이 더 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하준은 재빨리 밧줄과 갈고리를 챙겼다. 윤슬은 증기 압력식 저격총을 어깨에 메고 하준의 뒤를 따랐다. 그들의 발걸음은 훈련된 군인처럼 소리 없이 철골 구조물을 따라 움직였다. 증기압으로 작동하는 환풍기의 뜨거운 바람이 그들의 얼굴을 스쳤다.

목표 지점인 도관 제어실까지는 수십 개의 좁은 통로와 가파른 계단을 거쳐야 했다. 하준은 먼저 나섰다. 그의 눈은 마치 어둠 속을 꿰뚫는 맹금류의 눈과 같았다. 철골 구조물 위를 짐승처럼 빠르게 이동하며 감시 기병들의 순찰 경로를 머릿속에 그렸다.

“저기다.” 하준이 낮게 읊조렸다. 아래쪽, 제어실로 통하는 가장 가까운 통로 앞에서 새로운 유형의 감시 기병이 정지해 있었다. 기존의 강철 기사단보다 훨씬 매끄럽고, 관절 부위의 증기 분출이 거의 없는, 소음 없는 기동을 자랑하는 기체였다. 아마도 야간 잠입 작전에 특화된 신형 모델인 듯했다.

윤슬이 미간을 찌푸렸다. “젠장, 저건 듣도 보도 못한 모델인데? 증기 흔적이 거의 없어. 저건 단순한 시야 감지가 아니라 열 감지 기능도 있을 가능성이 높아.”

“열 감지라….” 하준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보통의 잠입자라면 발각될 위험이 컸다. 하지만 그들은 ‘보통’의 잠입자가 아니었다. “좋아, 윤슬. 내 신호에 맞춰. 내가 시선을 끄는 동안 네가 기동부에 EMP탄을 박아 넣어.”

“너무 위험해.” 윤슬이 반대했지만, 하준의 눈은 이미 결의에 차 있었다.

“어차피 강철 제국에 맞서는 모든 행위가 위험한 일이었잖아.” 하준은 작게 웃고는 품속에서 손목에 장착된 소형 증기 분사기를 꺼냈다.

*쉬이익-!*

하준은 갑자기 아래쪽 증기 파이프를 강하게 분사했다. 엄청난 양의 증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며 주변 시야를 순식간에 가렸다. 열기와 함께 울리는 증기 폭발음은 강철 제국의 소음 속에 묻히기 쉬웠지만, 감시 기병의 주의를 끌기에는 충분했다.

*지이잉…!*

신형 감시 기병의 머리에서 붉은 센서가 발광하며 증기가 뿜어져 나온 방향을 향했다. 하준은 증기의 장막 속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감시 기병의 뒤편으로 돌아섰다. 그의 손에는 미리 준비해둔 자석식 소형 폭약이 들려 있었다.

그 순간,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윤슬의 저격총이 불을 뿜었다. 증기 압력식 저격총의 탄환은 일반적인 총알과는 달리 압축 증기로 추진되는 특수한 EMP탄이었다. 정확히 감시 기병의 관절부, 동력 전달 장치를 노렸다.

*지직… 틱!*

갑작스러운 충격에 감시 기병의 붉은 센서가 혼란스럽게 깜빡이더니, 이내 정지했다. 거대한 강철 몸체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주변의 다른 증기 기사단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었던 터라, 이 모든 것이 증기 파이프의 파열음으로 오인했을 터였다.

“역시 윤슬.” 하준은 윤슬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잔소리 말고 움직여. 곧 다른 놈들이 올 거야.” 윤슬은 다시 총을 어깨에 메고 제어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제어실 내부는 강철 제국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복잡한 기계들로 가득했다. 거대한 압력 게이지, 수십 개의 레버, 그리고 벽면을 빼곡히 채운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핵심 증기 도관의 동력을 조절하는 중추였다.

“어디를 해제해야 하는지 알겠어?” 하준이 물었다.

윤슬은 이미 익숙한 듯 능숙하게 장갑 낀 손으로 기계들을 살폈다. “여긴 메인 압력 밸브. 여긴 동력 분배 스위치. 그리고… 아, 이 빌어먹을 암호화 장치! 제국 놈들이 최근에 보안 시스템을 강화했어.”

윤슬의 얼굴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다. 그들의 임무는 도관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정지’시키는 것이었다. 파괴는 불필요한 인명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제국에 더 큰 명분을 제공할 수 있었다.

“시간 없어!” 하준이 외쳤다. 제어실 밖에서 멀리서부터 미약하게나마 강철 기사단의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윤슬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녀의 눈은 기계의 복잡한 구조를 꿰뚫고 있었다. “좋아, 우회하자. 직접 코드를 해킹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압력 밸브와 분배 스위치를 동시에 조작해서 시스템 과부하를 일으키는 건 가능해. 하지만 정확한 타이밍이 필요해.”

“타이밍은 나한테 맡겨.” 하준은 이미 메인 압력 밸브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손은 녹슨 레버 위를 맴돌았다.

윤슬은 동력 분배 스위치 앞에 자리 잡았다. “3… 2… 1… 지금!”

*크르르릉!*

하준이 거대한 압력 밸브 레버를 한계까지 돌리자, 제어실 전체가 굉음으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윤슬이 동력 분배 스위치를 격렬하게 조작했다. 기계 내부에서 엄청난 압력이 쌓이는 소리가 들렸다. 증기 도관 전체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흔들렸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제어실의 강화 유리가 산산조각 났다. 뜨거운 증기가 제어실 내부를 순식간에 채웠고, 온몸이 불타는 듯한 열기가 그들을 덮쳤다. 시야가 완전히 가려졌다.

“하준! 괜찮아?!” 윤슬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괜찮아! 어서 탈출하자!” 하준은 팔로 얼굴을 가린 채 허둥지둥 윤슬을 이끌었다.

그들이 제어실을 빠져나오자, 강철심장 구역 전체가 아비규환으로 변해 있었다. 핵심 증기 도관이 마비되면서, 상층부로 연결되는 전력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것이다. 도시의 절반이 순식간에 암흑에 잠겼고, 여기저기서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성공했어…!” 윤슬이 콜록이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증기와 그을음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지만, 눈빛만은 희열로 빛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공중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강철 제국의 증기 비행선이었다. 비행선에 장착된 탐조등이 어둠 속을 헤집으며 그들을 찾아 헤맸다. 이미 제국 군은 이쪽으로 병력을 파견하고 있을 터였다.

“이쪽이야!” 하준은 윤슬의 손을 잡고 미리 봐두었던 탈출 경로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녹슨 철골 구조물과 좁은 통로를 쉴 새 없이 뛰어넘었다. 아래에서는 증기 기사단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준은 마지막 지점에서 멈춰 섰다. 그곳에는 그들이 미리 설치해둔 간이 로프와 활강 장치가 연결되어 있었다. 아래는 수백 미터 깊이의 암흑이었다.

“먼저 가!” 하준이 윤슬을 밀쳤다.

윤슬은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쇠줄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그녀의 몸이 어둠 속으로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 뒤를 이어 하준도 몸을 실었다.

*콰광! 콰광!*

그들이 떠난 자리에 증기 비행선의 포격이 쏟아졌다. 거대한 강철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들이 간신히 피한 폭발의 여파로 뜨거운 바람이 그들의 등 뒤를 강타했다.

두 사람은 아슬아슬하게 강철심장 구역의 가장 낮은 지점에 위치한 은신처로 잠입했다. 주변에는 그들과 같은 평범한 차림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가 초췌한 얼굴이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꺼지지 않는 불꽃을 품고 있었다.

하준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강철 제국의 상층부가 여전히 화려한 불빛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이전보다는 확실히 어둠의 영역이 넓어져 있었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잠시 꺼진 불빛만이 아니었다.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희망이었다.

“오늘 밤, 제국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을 거야.” 하준은 피 묻은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해. 저 강철 심장을 녹이는 불꽃은,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했으니까.”

윤슬은 하준의 옆에 앉아 차가운 물통을 내밀었다. “그래. 아직 갈 길이 멀어. 하지만 적어도 한 걸음 더 나아갔어.”

강철 제국의 밤은 여전히 요란했다. 하지만 그 소음 속에서, 평민들의 작고 여린 속삭임이, 희미한 불꽃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꽃은, 언젠가 거대한 제국을 삼켜버릴 거대한 불길로 변할 것임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