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챕터 7: 잿빛 바람 속에서

황량한 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 차가웠다. 끝없이 펼쳐진 잿빛 모래 폭풍이 한때 거대한 도시였을 잔해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류는 얼굴을 덮은 낡은 천 조각 아래로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시야를 가리는 모래 먼지 너머로 희미하게 솟아 있는 강철 뼈대들이 유령처럼 서 있었다. 그가 밟는 발밑의 흙은 한때 콘크리트였을 파편과 알 수 없는 쓰레기들로 뒤섞여 있었다.

“류 오빠, 목말라요….”

등 뒤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목소리에 류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낡은 방진 마스크를 쓴 유진이 지친 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아이의 작고 창백한 얼굴 위로, 마스크 틈새로 보이는 눈동자는 공포와 갈증으로 흐릿했다. 폐허의 잔해 속에서 겨우 주운 낡은 물통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다.

“조금만 더 참아. 저기, 저 빌딩 잔해까지 가면 뭔가 나올 거야.”

류는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유진에게 불안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빌딩의 그림자가 드리운 어두운 골목을 훑고 있었다. 이곳은 ‘황금 구역’이라고 불리던 곳이었다. 붕괴 전, 온갖 희귀한 자원과 풍요가 넘쳐흐르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더욱 거대하고 위험한 무덤일 뿐이었다.

“어제도 그랬잖아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유진의 목소리는 희미한 절망으로 얼룩져 있었다. 아이는 마른기침을 콜록였다. 잿빛 먼지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대부분 유진처럼 폐가 망가져 있었다. 깨끗한 물과 제대로 된 약만 있다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텐데.

류는 대답 대신 무심하게 손을 뻗어 유진의 작은 어깨를 토닥였다. 차갑고 거친 손끝에서 묵직한 안쓰러움이 묻어났다. “오늘은 다를 거야. 저곳은 내가 기억하는 지도에도 나와 있던 중요한 곳이었어. 분명 뭔가가 남아 있을 거야.”

그의 말에 유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믿음이 아니었다. 그저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에 대한 막연한 순종이었다. 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찢어진 망토가 차가운 바람에 펄럭였다. 그가 들고 있는 것은 녹슨 철봉에 날카로운 금속 조각을 덧대어 만든 조악한 무기였다. 살점 괴물이나 잿빛 짐승들을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버려진 건물들의 거대한 그림자 속으로 들어서자, 공기는 더욱 싸늘해졌다. 붕괴된 천장에서 쏟아져 내린 잔해들이 통로를 막고 있었다. 류는 조심스럽게 파편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낡은 표지판이 바람에 흔들리며 삐걱거렸다. ‘비상 대피소’.

“비상 대피소였나 봐요….” 유진이 표지판을 보고 중얼거렸다. 한 줄기 희망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지만, 류는 이미 익숙했다. 이런 곳은 언제나 함정이었다. 이미 누군가 다녀갔거나, 혹은 더 위험한 무언가가 둥지를 틀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는 더욱 경계하며 걸음을 옮겼다. 텅 빈 공간에 그들의 발소리가 불길하게 울려 퍼졌다. 곳곳에 널브러진 낡은 천 조각과 부서진 가구들이 과거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했다. 류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바닥에 눌어붙은 검은 얼룩들이었다. 말라붙은 핏자국이었다. 그것도 하나 둘이 아니었다.

“유진, 조심해.” 류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의 손이 무기를 더욱 꽉 쥐었다. 날카로운 감각이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이 핏자국은 오래되지 않았다.

그 순간,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정적을 깼다. 소리가 들린 곳은 대피소 안쪽, 벽이 무너져 생긴 어두운 구멍 너머였다. 유진의 몸이 경직되었다. 류는 재빨리 유진을 자신의 등 뒤로 숨기고, 몸을 숙여 무너진 벽 뒤로 다가갔다.

작은 틈새로 안쪽을 엿보자,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거대한 그림자. 그것은 잿빛 짐승이었다. 늑대와 개의 형상을 닮았지만, 훨씬 크고 사나웠다. 온몸이 잿빛 털과 흉터로 뒤덮여 있었고, 핏발 선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녀석의 앞발 아래에는 뼈만 남은 인간의 잔해가 짓뭉개져 있었다. 녀석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젠장….” 류는 이를 악물었다. 한 마리였다. 보통 두세 마리가 무리를 지어 다니는 잿빛 짐승 중 한 마리가 이곳을 점거한 모양이었다. 녀석의 송곳니에 사람의 살점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방금 전의 쿵 소리는 녀석이 먹이를 뜯는 소리였을 것이다.

그들이 이곳에 들어온 것을 녀석에게 들키면 끝이었다. 류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유진에게 시선으로 신호를 보냈다. ‘조용히, 뒤로.’

유진은 류의 뜻을 알아챘는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작은 손이 류의 망토를 꽉 잡았다. 그들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한 발짝, 한 발짝. 부서진 잔해가 삐걱거리는 소리라도 낸다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바로 그때, 뒤에서 차갑고 축축한 숨결이 느껴졌다. 류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털이 곤두서는 소름과 함께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

으르렁!

거대한 잿빛 짐승이 그들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언제 나타난 건지 알 수 없었다. 녀석의 핏발 선 눈이 그들을 꿰뚫어 보았다. 침이 질질 흐르는 송곳니가 번뜩였다. 녀석은 더 이상 으르렁거리지 않았다. 이제는 사냥감을 목전에 둔 포식자의 그르렁거리는 숨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유진, 도망쳐!” 류는 소리쳤다. 동시에 무기를 든 손을 뻗어 녀석의 안면을 겨냥했다. 녀석은 재빨랐다. 류의 공격을 피하며 거대한 앞발로 그의 복부를 후려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류의 몸이 옆으로 날아갔다. 폐에서 모든 공기가 빠져나가는 고통과 함께 바닥에 처박혔다.

“오빠!” 유진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이는 도망치지 않고 류에게 달려들었다.

류는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도 유진을 보았다. “안 돼…! 도망가…!”

하지만 이미 늦었다. 잿빛 짐승은 류를 걷어찬 발로 땅을 박차고 유진에게 달려들었다. 아이의 작은 몸이 무방비하게 드러났다.

류는 몸의 고통을 무시하고 이를 악물었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타올랐다. 그는 쓰러진 채로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진 무기를 움켜쥐었다. 뼈가 부서지는 듯한 통증이 팔을 타고 올라왔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유진을 저 짐승에게 넘겨줄 수는 없었다. 절대로.

“죽어라, 이 개자식!”

류는 온몸의 힘을 모아 무기를 던졌다. 날카로운 철봉이 회전하며 잿빛 짐승의 옆구리를 정확히 꿰뚫었다. 녀석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짐승의 몸에서 시커먼 피가 솟구쳤다.

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유진의 손을 잡아끌었다. “이쪽이야! 빨리!”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피 냄새를 맡은 잿빛 짐승이 분노에 찬 괴성을 지르며 그들의 뒤를 쫓았다. 녀석의 발톱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등 뒤에서 섬뜩하게 들려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류는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갈비뼈가 부러진 듯한 통증이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유진의 작은 손이 그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아이의 얼굴은 이미 피로 범벅된 듯 창백했다.

“젠장, 젠장!”

류는 주변을 둘러봤다. 폐허가 된 건물들 사이로 좁은 틈새가 보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유진을 이끌고 그곳으로 몸을 던졌다. 낡은 철근들이 튀어나와 옷을 찢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잿빛 짐승은 덩치가 너무 커서 그 틈새를 통과할 수 없었다.

“크르르르…!”

짐승의 울부짖음이 등 뒤에서 절규처럼 들려왔다. 류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좁은 통로를 벗어나자, 다시금 드넓은 잿빛 평야가 펼쳐졌다. 강렬한 바람이 그들의 얼굴을 때렸다.

그들은 멈춰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유진은 류의 품에 안겨 콜록거렸다. 류의 옆구리에서는 피가 흘러나와 낡은 옷을 적시고 있었다. 상처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통증이 그의 의식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괜찮은 척 유진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 유진아.”

유진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이의 어깨가 희미하게 들썩거렸다. 류는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것을 바라봤다. 붉고 거대한 태양은 황량한 세상 위에 피 칠갑을 한 듯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들의 손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물통은 비어 있었고, 식량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류의 옆구리는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해가 지면 온갖 끔찍한 것들이 기어 나오는 시간이었다.

류는 유진을 더욱 단단히 안았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이 잿빛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또 다른 내일을 향해 발을 내디뎌야만 했다. 피 냄새를 흩뿌리며, 황량한 바람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