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아르카디아 마법 학원. 이름부터가 고고하고, 그 위용은 돌 하나하나에 새겨진 마법 문양에서부터 뿜어져 나왔다. 검은 화강암 벽은 밤하늘을 등지고 굳건히 서 있었고, 첨탑 끝의 마력등은 언제나 희미한 푸른빛을 흩뿌렸다. 이곳은 이 대륙의 모든 엘리트들이 꿈꾸는 곳이자,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아르카디아의 평범한 문제아 이선이었다.

오늘 밤도 마찬가지였다. 통금 시간을 한참 넘긴 시각, 나는 낡은 훈련복을 입고 살금살금 기숙사 복도를 빠져나왔다. 목적은 단순했다. 도서관 사서가 어제 흘린 말실수, “오래된 서고 쪽에 말이야, 거긴 아무도 안 가는 곳인데…” 그 한 마디가 내 심장을 미친 듯이 자극했다. 금지된 곳, 아무도 가지 않는 곳. 그런 말은 언제나 나의 호기심을 폭발시켰다.

복도 끝의 창문 너머로 달빛이 은색으로 쏟아져 내렸다. 나는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긴 채, 삐걱거리는 마루를 피해 신발 없는 맨발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발소리가 울릴까, 숨소리마저 죽였다. 교사 순찰조에 걸리는 날엔 꼼짝없이 마법부 고문에 끌려가 영혼의 진실 주문을 당할 테니까.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도서관은 학원의 정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원형 건물이었다. 열쇠는 필요 없었다. 교묘하게 짜인 마력 잠금장치는 나의 자물쇠 해제 주문 한 방에 ‘철컥’ 소리와 함께 무력화되었다. 낡은 철문이 조용히 열리고, 쿰쿰한 종이 냄새와 오래된 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거대한 서가들이 미로처럼 펼쳐져 있었다. 발광 마법이 담긴 수정구 하나를 꺼내 들자, 희미한 빛이 주위의 책들을 비췄다. 고대 마법학, 차원론, 원소 정령학… 하나같이 듣기만 해도 졸음이 쏟아지는 제목들뿐이었다. 사서가 말한 ‘오래된 서고’는 아마도 도서관 지하 깊숙한 곳에 있을 터였다.

나는 학원에서 배운 기본적인 공간 감지 주문을 사용했다. 미세한 마력 파동이 발아래로 스며들었고, 곧 희미하게 더 아래로 통하는 통로가 감지되었다. 예상대로였다. 대다수의 아르카디아 건물처럼, 도서관 역시 지하에 또 다른 공간을 품고 있었다.

먼지 쌓인 낡은 카펫을 걷어내자, 삐걱거리는 나무 문이 나타났다. 손잡이에는 거미줄이 엉켜 있었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새어 나왔다. 이곳은 적어도 수십 년간 아무도 드나들지 않은 곳 같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좁고 가파른 나선형 계단이 아래로 끝없이 이어졌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는 더욱 차가워지고 습해졌다. 빛이 전혀 닿지 않는 공간이었다. 수정구의 빛을 최대한 밝히자, 벽에 그려진 마법 문양들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익숙한 보호 주문이나 정화 주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언가를 ‘봉인’하거나 ‘격리’하는 듯한,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문양들이었다. 섬뜩한 예감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계단을 한참 내려가자, 마침내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서고라기보다는 거대한 동굴에 가까웠다. 천장은 아치형으로 높았고, 벽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검은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책꽂이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금속 장치들이 어둠 속에 우뚝 솟아 있었다.

“이게… 뭐야?”

내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혼잣말이 터져 나왔다. 마법 학원 지하에 이런 것이 있을 리 없었다. 거대한 파이프들이 복잡하게 얽혀 벽을 타고 있었고, 알 수 없는 푸른색 액체가 담긴 투명한 관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금속 장치들은 주기적으로 희미한 전자기파를 내뿜으며 ‘웅-웅-‘ 하는 낮은 진동음을 만들어냈다. 마치 거대한 생명체가 숨 쉬는 소리 같기도 했다.

나는 홀린 듯 한 걸음씩 안으로 들어갔다. 공기는 묵직했고, 미세한 금속 비린내와 알 수 없는 화학약품 냄새가 섞여 있었다. 발아래로는 오래된 흙먼지가 아닌, 미세한 금속 가루가 밟히는 느낌이었다.

가장 안쪽, 거대한 중앙 장치 앞에 멈춰 섰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기계처럼 보였다. 수십 개의 팔다리가 뻗어 나와 주변의 작은 기기들과 연결되어 있었고, 중앙에는 불투명한 검은색 막으로 가려진 거대한 원형 창이 박혀 있었다. 그 막 너머에서,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 꿈틀거리는 그림자가 비쳤다.

나는 홀린 듯 손을 뻗어 검은 막에 닿으려 했다. 그때였다.

“이선!”

귓전을 때리는 강렬한 음성.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학원 교사 중 한 명인 테오도르 교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손에 든 지팡이 끝에서는 경고의 마력이 섬뜩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네, 네가 왜 여기에…” 그의 목소리는 분노보다는 공포에 가까웠다.

그 순간, 거대한 중앙 장치에서 ‘치이익-‘ 하는 소름 끼치는 마찰음과 함께 검은 막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눅진한 어둠이 나의 시야를 잠식했다. 테오도르 교수의 눈동자가 공포에 질려 한없이 커지는 것을 보았다.

막이 완전히 걷히자, 드러난 것은… 차마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투명한 원형 창 너머로, 수십 개의 거대한 촉수들이 뒤엉켜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촉수들은 끈적한 체액으로 번들거렸고, 그 끝에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박힌 입들이 뻐끔거렸다. 그리고 그 촉수들의 중심에는,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피부는 창백하고 온몸이 기이한 장치들로 연결된, 거대한 존재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 존재의 희미하게 열린 눈동자는 형용할 수 없는 깊이를 품고 있었다.

그것은 살아있었다.
그리고, 명백히, 인간이 아니었다.

내 심장이 발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듯했다. 공포와 경악이 뒤섞여 숨통을 죄어왔다.

“이건… 대체…”

테오도르 교수는 지팡이를 놓친 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절규했다.

“안 돼… 보면 안 되는 것을… 봐버렸어…!”

그의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거대한 촉수 하나가 창을 강하게 내리쳤다.
유리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스치는 의문.
**이 존재가 대체 학원 지하에 숨겨져 있는 이유가 무엇이며,
무엇으로부터, 혹은 무엇을 위해, 격리되어 있는 것인가?**

창 너머의 존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것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나는 그 차갑고 텅 빈 눈빛 속에서,
지금껏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아르카디아 마법 학원의 끔찍한 진실을 읽어냈다.
모든 마법과 지식의 원천이라 여겨졌던 이 학원의 지하에는…
숨겨진 금기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유리는 더욱 격렬하게 울었고, 금이 가는 소리는 나의 고막을 찢을 듯했다.
창 너머의 존재가 무언가 알 수 없는 음성을 토해내려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다음 순간 닥쳐올 파멸을 예감했다.

(1챕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