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차가운 금속의 냄새가 콧속을 찔렀다. 조종석은 사방이 강화 유리와 홀로그램 패널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 안에 갇힌 강민준은 마치 망망대해의 작은 조각배에 홀로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그의 시선은 겹겹의 창을 뚫고 밖으로 펼쳐진 암흑 속을 응시했다. 은하의 먼지조차 희미하게 느껴지는 우주의 척박한 변방. ‘제7 변방 수비대’라는 거창한 이름이 무색하게, 이곳은 그저 시간과 빛이 버려진 공간이었다.

그의 애기(愛機), 대형 전투 메카닉 ‘파랑새’는 거대한 날개를 접은 채 심연 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푸른빛이 희미하게 감도는 티타늄 합금 외피는 주변의 어둠을 흡수하며 존재감을 감추었다. 파랑새의 심장부에서 울리는 저음의 공명은 민준의 심장 박동과 묘하게 겹쳐졌다.

“민준 소위. 현 시각부로 제타 구역 순찰 임무 시작한다. 특이사항 발생 시 즉각 보고.”
통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상관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건조하고 단조로웠다. 민준은 짧게 “알겠습니다.” 하고 답하며 조종간을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이 오히려 그의 정신을 맑게 했다.

“파랑새, 기동 준비. 에너지 코어, 최대 출력.”

그의 명령에 따라 파랑새의 거대한 관절들이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강철 거인은 유연하게 몸을 틀며 목적지를 향했다. 외부 스크린에는 제타 구역의 지형도가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난파된 소행성 조각들과 정체불명의 잔해들이 뒤섞인 곳. 이곳은 수십 년 전, 인류와 ‘아르카디아’ 종족 간의 대전쟁 이후 버려진 전장이자, 끊임없이 불법 채굴과 밀거래가 이루어지는 무법지대였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은… 아르카디아의 잔존 세력이 출몰하기도 했다.

민준은 아르카디아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다. 그저 홀로그램 자료와 보고서에서만 그들의 모습을 접했을 뿐이었다. 길고 가느다란 사지와 은회색의 피부, 그리고 뇌 전두엽을 따라 흐르는 신비로운 문양. 그들은 인간의 시선으로는 기괴하고 아름다운 동시에 위험한 존재였다. 전쟁은 끝났지만, 그들의 존재는 인류에게 영원한 경계심을 심어주었다. 모든 아르카디아는 잠재적인 적이었다.

순찰 임무는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이따금 떠오르는 난파선의 잔해들을 스캔하고, 텅 빈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는 것이 전부였다. 그때였다.

삐비빅!
경보음이 조종석을 가득 채웠다. 민준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침입자 감지! 미확인 비행체, 제타-3 구역 진입 중. 속도… 비정상적으로 빠름!”

스크린에 붉은 점이 빠르게 깜빡였다. 파랑새의 기동 속도를 훨씬 뛰어넘는 속도였다. 저 정도면 아르카디아의 고위급 정찰선이거나, 혹은… 신형 병기일 수도 있었다.
“제어권 전환. 전투 모드!”

민준의 명령과 함께 파랑새의 외피 곳곳에서 무장 시스템이 튀어나왔다. 어깨의 대구경 레이저 포가 장전되고, 손목의 칼날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거대한 메카닉은 이제 더 이상 조용한 탐사선이 아니었다. 죽음을 몰고 오는 강철의 사신으로 변모했다.

“타겟 포착! 시야 확보!”
붉은 점이 선명한 형상으로 바뀌었다. 예상과 달리 그 비행체는 단 한 대였다. 인간의 정찰선이라기엔 너무나 유려하고 기묘한 곡선을 지닌 형태. 아르카디아의 것이 분명했다.
“젠장, 또 너희들이냐!”
민준의 입술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항상 이렇게 예고 없이 나타나 변방의 평화를 깨뜨렸다.

“접근 중! 회피 기동!”
아르카디아의 비행체는 놀라운 민첩성으로 파랑새의 레이저 공격을 피했다. 마치 파랑새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있는 듯했다. 조종석 안에서 민준의 몸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는 조종간을 으스러뜨릴 듯 움켜쥐며 반격에 나섰다.

“이곳은 인류의 영역이다! 즉각 철수하라!”
그의 경고 통신은 상대에게 닿지 않는 듯했다. 아니, 들을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르카디아 비행체는 오히려 파랑새의 방어막을 뚫고 들어올 듯 돌진했다. 자살 공격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피하지 않겠다고? 좋아, 본때를 보여주지!”
민준은 파랑새의 기동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파랑새는 마치 살아있는 맹수처럼 우주 공간을 가로질렀다. 거대한 메카닉의 손에서 푸른빛의 에너지 칼날이 뻗어 나왔다. 섬광처럼 빛나는 칼날이 아르카디아 비행체의 꼬리 부분을 정확히 노렸다.

쉬이이이익!
치명적인 칼날이 목표에 닿는 순간, 비행체는 번개처럼 방향을 틀어 칼날을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체의 한쪽 날개가 파랑새의 스쳐 지나간 잔해에 부딪혔다. 불꽃이 파열하며 비행체는 균형을 잃고 주변의 소행성 지대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잡았다!” 민준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추락 지점 확인. 파일럿 생포 준비.”
그는 파랑새를 조종하여 추락하는 비행체를 뒤쫓았다. 소행성 표면에 불시착한 비행체는 잔해를 흩뿌리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파일럿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민준은 파랑새를 비행체 근처에 착륙시켰다. 거대한 발이 소행성 표면에 쿵 소리를 내며 박혔다. 조종석의 문이 열리고, 그는 외부 기압을 조절하는 헬멧을 착용한 채 비행체 쪽으로 향했다. 비상용 라이플을 든 그의 손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연기가 걷히자, 찌그러진 비행체의 동체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 틈새로, 뭔가가 희미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민준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처참하게 부서진 조종석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기대와는 다른 모습이 그를 맞이했다.

파일럿은 쓰러져 있었다. 헬멧은 깨져 산산조각 났고, 길고 은회색의 머리카락이 파편 속에 흩어져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그들의 전유물인 뇌 전두엽을 따라 흐르는 신비로운 푸른색 문양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얼굴은… 놀랍도록 인간과 흡사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인간의 미적 기준으로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섬세한 턱선, 오뚝한 콧대, 창백한 피부. 상상했던 기괴함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민준을 응시했다. 그 눈에는 두려움이나 적대감보다는, 오히려 체념과 희미한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그 에메랄드빛 눈동자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동이 민준의 뇌리를 스쳤다. 마치 오래된 꿈처럼, 잊고 있던 기억처럼.

“…시아.”
무의식중에 그의 입에서 어떤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는 그 이름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르카디아의 언어일까? 아니면 그저 그의 상상 속 이름일까?

파일럿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듯했다. 그들의 길고 가는 손가락이 민준을 향해 미세하게 떨렸다. 그 손가락 끝에는 푸른빛의 작은 결정이 박혀 있었다. 아르카디아 종족만이 지닌, 이른바 ‘정신석’이라고 불리는 것.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매개체였다.

민준은 라이플을 든 손을 멈췄다. 그의 임무는 적을 생포하거나 처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눈앞의 존재는, 어떤 광기로 가득 찬 전사의 모습이 아니었다. 상처 입고, 연약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생명체였다. 그리고 그 눈동자 속의 슬픔은, 그의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렸다.

“젠장…”
그는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인류의 군인이었고, 저들은 적이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전쟁과 증오의 역사가 그 둘 사이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이미 라이플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한쪽 무릎을 꿇고 쓰러진 파일럿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몸 곳곳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처는 깊어 보였다. 이대로 두면…

“너…”
민준은 말을 잇지 못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때, 그녀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 안에서 절박함이 끓어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손끝에 박힌 정신석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그의 마음속으로 파고들려는 듯이.

그녀의 눈빛과 정신석의 빛이 닿는 순간, 민준의 뇌리에 강렬한 환영이 스쳐 지나갔다.
폐허가 된 도시, 불타는 하늘. 그리고 그 속에서 손을 내미는 작은 손.
환영은 짧고 강렬했다. 그리고 사라졌다.

민준은 숨을 헐떡였다. 이건 뭐지? 그녀가 보여준 것인가?
그는 다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희미하게 감겼다.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군인으로서의 의무, 종족에 대한 충성심, 전쟁의 명분…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에서 혼란스럽게 뒤엉켰다. 하지만 그의 손은 이미 망설임 없이 그녀의 몸을 부축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어째서 이런 곳에 혼자 있는 거야…”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녀의 몸은 놀랍도록 가벼웠다. 섬세한 뼈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민준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등 뒤에서 통신기의 호출이 시끄럽게 울렸다. ‘민준 소위! 보고해라! 대체 무슨 일인가!’

그는 통신을 꺼버렸다. 잠시 후 보고하면 된다. 지금은…
그는 정신을 잃은 아르카디아 파일럿을 품에 안은 채 파랑새의 조종석으로 향했다. 인류의 적을, 인류의 병기로 끌어안고서. 우주의 심연 속에서, 금지된 운명의 첫 페이지가 이렇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의 어깨 너머로, 소행성 위에 버려진 아르카디아의 비행선 잔해가 스산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