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명: 망자의 서곡
### 에피소드 제목: 재회의 그림자
**[프롤로그]**
**SCENE 1**
**장면: 밤, 낡은 아파트의 어둡고 습한 방. (조명은 거의 없고, 스탠드 불빛 하나가 책상 위를 비추고 있다. 책상 위에는 낡은 노트북, 스크랩된 신문 기사들, 빛바랜 사진들이 널려 있다. 공기 중에는 눅눅하고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여 있다.)**
**내레이션 (김준, 차분하지만 깊은 증오가 서린 목소리):**
5년.
그 지옥 같은 시간 동안, 내 세상은 잿빛으로 물들었다.
네가 앗아간 모든 것이… 내 삶을 갈가리 찢어발겼다.
꿈, 명예, 사랑, 그리고… 사람을 믿는다는 순진한 마음마저도.
**장면: 클로즈업. 김준의 손. (핏줄이 선 손이 낡은 사진 한 장을 쥐고 있다. 사진 속에는 앳된 모습의 김준과 이도윤이 환하게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그들의 뒤로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라는 조악한 플래카드가 보인다.)**
**내레이션 (김준):**
친구라 믿었다.
형제라 여겼다.
네 비열한 칼이 등 뒤에서 날아들기 전까지는.
**장면: 과거 회상 (삽화 형태). 밝고 활기찬 연구실. (김준과 이도윤이 열정적으로 화이트보드에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며 토론한다. 그들의 눈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빛나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도윤 (회상, 목소리, 젊고 패기 넘치는):**
“준아, 우리 꿈은 반드시 이뤄질 거야! 네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거라고, 난 확신해!”
**김준 (회상, 목소리, 밝고 순수한):**
“같이 한다면 뭐든 할 수 있어, 도윤아!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못할 게 뭐가 있겠어!”
**장면: 과거 회상 (삽화 형태). 순식간에 암전된 법정. (피폐해진 김준이 증인석에 서 있고, 그 맞은편에는 말끔한 정장을 입은 이도윤이 여유롭고 냉소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판사의 목소리가 울리고, 김준은 모든 것을 잃은 듯 절망하며 주저앉는다.)**
**내레이션 (김준):**
하지만 그 순간, 너는 이미 나락으로 던져진 나를 비웃고 있었겠지.
너의 성공 위에 쌓아 올려진 나의 폐허.
나는 죽었다.
그날 이후, 김준은 죽었다.
이제 남은 건… 오직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망령뿐.
—
**[에피소드 시작]**
**SCENE 2**
**장면: 낡은 방. (시간이 흘러 날이 바뀐다. 방 안은 여전히 어둡고, 김준은 낡은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의 얼굴은 예전의 순수함을 찾아볼 수 없다. 뼈대가 드러난 턱선, 깊어진 눈매, 그리고 형형하게 빛나는 눈동자. 그는 마치 다른 사람 같다.)**
**김준 (나직이 중얼거린다. 그의 목소리에는 서늘한 확신이 깃들어 있다):**
“…드디어 움직이는군.”
**장면: 노트북 화면 클로즈업. (화면에는 최신 뉴스가 떠 있다. 헤드라인은 ‘대한민국 혁신 기업가상 수상! ㈜넥서스 이도윤 대표, 미래를 이끌 인물로 선정’이라는 화려한 문구. 이도윤은 고급 슈트를 입고 환하게 웃으며 트로피를 들고 있다. 그 뒤로는 최첨단 기술력이 느껴지는 넥서스 본사 건물이 보인다.)**
**김준 (손가락으로 화면 속 이도윤의 얼굴을 쓸어내린다. 그의 표정은 경멸과 냉소로 가득하다):**
아름다운 가면이군.
찬란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서, 네가 얼마나 추악한 괴물인지… 아무도 모르겠지.
하지만 나는 알아.
네가 훔쳐낸 나의 아이디어가, 나의 피와 땀이, 저 화려한 무대를 만들었다는 것을.
**장면: 김준의 방 한쪽 벽. (수많은 사진, 신문 기사, 메모들이 복잡하게 연결된 대형 보드. 이도윤의 동선, 사업 구조, 인간관계, 약점 등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으며, 모든 중심에는 이도윤의 확대된 사진이 박혀 있다.)**
**김준 (보드를 훑어보며 중얼거린다):**
5년.
너를 해부하고, 너의 모든 것을 파고들었다.
네가 숨겨둔 약점, 네가 잊은 과거, 네가 쌓아 올린 허상.
모두가 나의 무기다.
**장면: 김준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의 몸은 마른 듯 보이지만, 단단하게 다져진 근육의 흔적이 보인다. 그는 낡은 옷장을 열어, 그 안에서 검은색 슈트 케이스를 꺼낸다. 케이스 안에는 단정한 웨이터 복장이 들어 있다.)**
**김준 (케이스를 조심스럽게 꺼내며):**
축제는 시작되었어, 도윤아.
이제, 망자의 서곡을 연주할 시간이다.
너의 귀에 똑똑히 들려줄, 나만의 멜로디를.
—
**SCENE 3**
**장면: 며칠 후, 최고급 호텔의 그랜드 볼룸. (화려한 샹들리에가 천장을 수놓고, 수많은 기자들과 정재계 인사들이 북적이고 있다. 모두들 최신 유행의 드레스와 슈트를 차려입고 고가의 와인잔을 기울인다. ‘이도윤 대표 혁신 기업가상 수상 및 신기술 발표회’라는 거대한 현수막이 무대 뒤를 장식하고 있다. 명품이 스치는 소리, 사람들의 과장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회자 (목소리, 우렁차고 들뜬):**
“여러분, 잠시 후 오늘의 주인공! 대한민국 미래 혁신을 이끌어갈 ㈜넥서스의 이도윤 대표님을 뜨거운 박수로 모시겠습니다!”
**장면: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하는 이도윤. (세련된 검은 슈트를 차려입은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무대에 오른다.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터지고,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그는 마치 모든 것을 가진 왕처럼 보이며, 그 빛은 한 점의 어둠도 허락하지 않는 듯하다.)**
**이도윤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며):**
“감사합니다, 여러분. 이 자리에 서게 되어 더없이 영광입니다.”
**장면: 군중 속. (검은색 턱시도를 입고 마스크를 쓴 웨이터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들 중 한 명이 김준이다. 그는 능숙하게 쟁반에 샴페인 잔을 들고 손님들 사이를 오간다. 그의 눈은 오직 무대 위 이도윤에게 고정되어 있다. 마스크 아래 그의 표정은 읽을 수 없다.)**
**김준 (내레이션, 싸늘하게):**
화려하군. 네가 쌓아 올린 거짓의 성이.
하지만 그 성의 기초는… 내가 흘린 피로 만들어졌지.
**장면: 김준이 이도윤에게 다가가는 VIP 테이블 쪽으로 이동한다. (그는 능숙하게 손님들 사이를 헤치며, 이도윤의 시선이 닿을 만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의 손에는 샴페인 잔이 들린 쟁반이 흔들림 없이 놓여 있다.)**
**김준 (내레이션):**
오늘은 아주 작은, 선물이다.
네가 잊지 못할… 첫 번째 기념품이 될 테지.
**장면: 이도윤의 연설이 시작된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넥서스의 비전과 신기술에 대해 설명한다. 무대 뒤 대형 화면에는 화려한 그래픽과 영상이 재생된다. 그가 설명하는 기술의 핵심은… 김준이 5년 전 개발했던 바로 그 아이디어다. 단지 이름만 바뀐 채.)**
**이도윤:**
“저희 넥서스는 ‘심층 인식 인공지능’을 통해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입니다…!”
**김준 (내레이션, 혐오스럽게 읊조린다):**
내 심장을 찢어발겨 네 이름표를 붙인 주제에.
**장면: 연설 중, 이도윤이 잠시 물을 마시기 위해 연단 뒤편으로 몸을 돌린다. (그 순간, 김준은 쟁반 위에 놓여 있던 작은 은색 펜던트 하나를 재빨리, 그러나 능숙하게 연단 앞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펜던트는 강렬한 조명 아래서 반짝이며, 묘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장면: 펜던트 클로즈업. (오래된 은색 펜던트. 앞면에는 이니셜 ‘KJ’와 ‘DY’가 조악하게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아주 작게 ‘함께 꿈꾸다’라는 문구가 음각되어 있다. 이것은 김준과 이도윤이 어릴 적 서로에게 선물했던 우정의 증표였다.)**
**김준 (내레이션):**
네가 내 모든 것을 훔쳤어도, 이것만큼은 감히 건드리지 못했겠지.
아니… 어쩌면 잊었을 수도 있겠군.
탐욕에 눈이 멀어, 모든 가치를 잃어버린 네게.
**장면: 이도윤이 다시 연단 앞으로 돌아온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시선을 돌려 물잔이 놓여 있던 테이블 위를 무심코 본다. 그의 시선이 펜던트에 닿는 순간, 그의 표정에서 미세한 동요가 일어난다. 입꼬리가 굳어지고, 눈빛이 흔들린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김준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이도윤 (목소리에 아주 미세한 떨림이 섞인다):**
“…음, 계속해서… 저희 넥서스의 신기술은… 모두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것입니다.”
**장면: 군중 속 김준. (그는 이도윤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김준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진다. 그 미소는 잔인하고, 만족스럽다.)**
**김준 (내레이션):**
기억나는가, 도윤아?
네가 나를 배신하고 나의 꿈을 짓밟았을 때.
나는 이 펜던트를 쥐고, 너를 저주했다.
그리고 맹세했지.
너의 모든 것을 돌려받을 때까지…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복수하겠다고.
**장면: 이도윤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연설을 이어가지만, 그의 시선은 계속해서 펜던트 쪽으로 향한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불안정해진다. 군중은 아직 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지만, 그의 동료 중 몇몇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장면: 김준은 천천히 군중 속으로 녹아든다. (그는 뒤돌아서서 회장을 빠져나간다. 그의 뒷모습은 그림자처럼 사라진다.)**
**김준 (내레이션):**
겨우 시작일 뿐이야.
이것은 네가 시작한 게임.
그리고 나는, 네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규칙으로 판을 뒤엎을 것이다.
기대해도 좋아, 도윤아.
너의 지옥은, 이제 막 막을 올렸으니까.
—
**SCENE 4**
**장면: 호텔 뒤편의 어둡고 좁은 골목길. (김준은 웨이터 복장을 벗어던지고, 낡은 백팩에서 꺼낸 평범한 검은색 후드티로 갈아입는다. 그는 후드 모자를 깊게 눌러쓴다. 낮게 깔린 도시의 소음과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그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린다.)**
**김준 (주머니에서 낡은 휴대폰을 꺼내 특정 번호로 짧은 메시지를 보낸다):**
“첫 번째 선물, 도착. 예상대로.”
**장면: 김준의 휴대폰 화면 클로즈업. (메시지 전송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뜬다. 휴대폰 배경화면에는 5년 전, 그가 나락으로 떨어진 날짜와 함께 ‘D-day’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김준 (하늘을 올려다본다. 밤하늘은 별 하나 없이 어둡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흔들림 없이 빛난다):**
그때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너는 가장 큰 실수를 저질렀어.
나를… 살려뒀다는 것.
이제 너는 깨닫게 될 거야.
산 자보다… 망자가 훨씬 더 무섭다는 것을.
네가 잊으려 했던 모든 악몽들이, 현실이 될 테니.
**장면: 김준의 실루엣이 어두운 골목길 끝으로 걸어간다. (그의 발걸음은 묵직하고, 망설임이 없다. 배경음악은 점점 더 낮고 불길하게 변한다. 그의 그림자가 서서히 어둠 속으로 잠식된다.)**
**내레이션 (김준):**
밤은 길고, 복수는 더 길다.
너의 모든 것을 부술 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아.
절대.
**[에피소드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