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지하의 금기: 심연의 울림

아르카나 마법 공학원의 지하 5층, ‘에테르 증폭실’은 그 이름만큼이나 웅장했다. 거대한 황동 파이프들이 천장과 벽을 따라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고, 쉼 없이 뿜어져 나오는 증기 속에서 육중한 기어들이 낮은 굉음을 내며 돌아갔다. 중앙에는 학교 전체의 동력을 공급하는 거대한 에테르 핵이 푸른빛을 발하며 묵직하게 맥동했다. 이곳은 그야말로 마법과 기계공학이 빚어낸 거대한 심장이었다.

김현은 증기 보호 안경 너머로 에테르 흐름 조절기의 수치를 꼼꼼히 확인했다. 그의 옆에는 동기 이지수가 무언가에 홀린 듯 벽에 붙어있는 복잡한 배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현아, 여기 봐. 이 배관… 분명 저번에 교체했다고 들었는데, 상태가 영 좋지 않네?” 지수의 손가락이 낡고 부식된 듯한 황동 파이프를 가리켰다. 표면에는 미세한 녹반이 피어 있었다.

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구 상자에서 휴대용 마력 측정기를 꺼냈다. “그러게. 이 정도면 정비 요청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시스템에 이상 감지는 없었어?”

“없었어. 그게 더 문제야. 이런 부식 상태면 분명 마력 누출이 미미하게라도 잡혀야 정상인데… 아예 감지되지 않아.” 지수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마치 뭔가가 이 에너지를 전부 흡수하고 있는 것 같잖아.”

그 순간, 에테르 핵의 푸른빛이 순간적으로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본래의 강렬함을 되찾았다. 동시에, 현이 들고 있던 측정기에서 삐빅, 삐빅 하는 경고음이 울렸다.

“뭐야? 에테르 압력 불안정?!” 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정기 점검 목록에 없었잖아!”

“분명해. 뭔가 이상해.” 지수가 복잡한 배관도를 접고 몸을 돌렸다. “이 압력 불안정은 이곳 ‘에테르 증폭실’의 문제가 아니야. 더 깊숙한 곳에서부터 오는 거야.”

“더 깊숙한 곳? 지하 5층이 끝 아니었어? 학교 설계도는 그렇게 되어 있는데.” 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공식적인’ 설계도고.” 지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학술원 설립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비공식적인 이야기들이 있잖아. 미지의 지하 공간에 대한… 선배들 중에 그런 괴담을 연구하는 모임도 있었어.”

지수의 눈빛이 저 너머 어두운 복도를 향했다. 그곳은 낡은 증기 배관들 사이로 미세한 에테르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지만, 어딘가 음침한 기운이 감돌았다.

“측정기가 가리키는 방향도 저쪽이야.” 현이 말했다. 경고음이 조금 더 커졌다.

“가볼래?” 지수가 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호기심과 함께 미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현은 잠시 망설였다. 본분을 벗어난 행동이었다. 하지만 저 미지의 압력 불안정은 학교 전체의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비정상적인 현상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그를 자극했다.

“…가자. 너무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돌아오는 거다.”

둘은 낡은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복도는 점점 더 좁아지고 어두워졌다. 황동 배관은 더욱 녹슬어 있었고, 벽면에는 이끼와 곰팡이가 검붉게 피어 있었다. 거대한 기계 장치들의 굉음은 멀어지고, 대신 축축한 습기와 퀴퀴한 곰팡이 냄새,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들려오는 물방울 소리만이 주변을 감쌌다.

이윽고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굳게 닫힌 거대한 철문이었다. 문은 두꺼운 강철과 낡은 놋쇠로 만들어져 있었고, 표면에는 섬뜩한 형상의 문양들이 복잡하게 새겨져 있었다. 잠금장치는 단순한 자물쇠가 아니라, 여러 개의 복잡한 마법 봉인으로 단단히 채워져 있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어?” 현이 감탄사와 함께 경악했다.

지수는 문의 표면을 조심스럽게 쓸어보았다. “이건 단순한 잠금장치가 아니야. 강력한 봉인 마법이야. 에테르 흐름을 막고, 내부의 기운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하는… 그리고 이 문양들.”

그녀의 손가락이 음침한 무늬를 따라 움직였다. 인간의 심장을 꿰뚫는 듯한 기이한 그림, 피를 흘리는 나무 형상,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겹겹이 에워싸는 사슬 같은 문양.

“이건… 고대 문명에서 사용하던 봉인 마법 문양이야. 아카이브에서 봤어. 특이한 주파수로 마력을 흘려보내야 해제되는 방식이지.” 지수의 얼굴에는 흥미가 가득했다. “누가 이런 걸 여기에… 왜?”

“잠깐, 이지수. 섣불리 건드리지 마. 이런 강력한 봉인이 되어 있다는 건, 그 안에 뭔가 정말 위험한 게 있다는 뜻이잖아.” 현이 제지하려 했지만, 지수는 이미 휴대용 마력 발생기를 꺼내들고 있었다.

“궁금해서 못 참겠어. 이 안에서 에테르 압력 불안정이 계속 감지되고 있잖아. 학교에 위험이 될 수도 있다고. 확인해야 해.”

지수는 문양을 따라 마력을 섬세하게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미세한 마력 줄기가 문양의 홈을 따라 흐르자, 낡은 놋쇠 문양들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봉인이 하나씩 풀릴 때마다 철문에서 낮고 깊은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마지막 봉인이 풀리자, 문을 감싸고 있던 기이한 힘이 완전히 사라졌다. 지수가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밀자, 거대한 철문이 끼이익, 하는 섬뜩한 마찰음을 내며 안쪽으로 천천히 열렸다.

문 너머는 암흑 그 자체였다. 빛 한 줄기조차 스며들지 않는 심연. 현은 자신의 손에 든 에테르 램프를 최대로 밝혀 문 안쪽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끔찍한 것이었다.

그곳은 거대한 동굴 형태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동굴이 아니었다. 동굴의 벽면은 끈적거리는 검붉은 유기체로 뒤덮여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녹슨 황동 파이프와 뼈처럼 보이는 기계 부품들이 얽혀 있었다. 바닥에는 알 수 없는 검은 액체가 질척하게 고여 있었고, 희미한 푸른빛을 내는 곰팡이들이 돋아나 기괴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공간의 중앙에 거대한 심장처럼 박혀 있는 거대한 기계-유기체 덩어리였다. 그것은 수많은 놋쇠와 강철의 촉수들, 그리고 꿈틀거리는 검붉은 살덩이가 뒤섞여 마치 살아있는 괴물처럼 보였다. 촉수들은 벽면의 유기체와 연결되어 있었고, 그 사이를 통해 미세한 푸른빛 에너지—에테르—가 끊임없이 흘러들어 가고 있었다.

**쿵- 쿵- 쿵-**

느리지만 확실한, 거대한 심장의 박동 소리가 공간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마치 대지의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저음처럼 가슴을 압박했다.

“이게… 대체… 뭐야…?” 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본능적인 공포가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이것은 자연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기계와 생명이 뒤섞인, 있을 수 없는 혼종.

“이건… 금기야.” 지수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고대 문서에만 기록되어 있던… 죽은 생명체의 마력을 끌어와 불완전한 형태로 부활시키는… ‘혼의 연금술’의 산물.”

그녀의 시선이 기계-유기체 덩어리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여러 개의 인간형 형상이 희미하게 인식되는 듯했다. 팔다리가 뒤틀리고,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진… 하지만 분명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는 형상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거대한 기계에 흡수된 채, 무표정한 얼굴로 공허한 눈을 뜨고 있었다.

**스으으읍…**

거대한 덩어리에서 갑자기 길고 깊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검붉은 유기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바닥의 검은 액체 위로 거품이 보글보글 피어올랐다.

현의 마력 측정기가 미친 듯이 삐빅거렸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마력 파동이 감지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에테르가 아니었다. 끔찍하고 혼탁한, 마치 생명을 좀먹는 듯한 사악한 기운이었다.

현은 문득 환영을 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거대한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 그들의 절규와 고통이 마치 자신의 뇌 속에서 직접 울리는 듯했다. 차가운 땀방울이 그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현아, 도망쳐야 해!” 지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건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때, 거대한 기계-유기체 덩어리의 한가운데에 박혀 있던 수많은 인간형 형상들 중 하나가, 마치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눈꺼풀을 아주 미세하게 들어 올렸다. 텅 빈 듯한 눈동자였지만, 그 안에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과 함께… 기묘한 열망이 이글거렸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한 채, 힘없이 벌어진 입술 사이로 아주 희미한 속삭임이 새어 나왔다.

**「…살려… 줘…」**

그것은 도움을 청하는 소리였다. 동시에, 그들을 이 심연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유혹처럼 들렸다.

현과 지수는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섬뜩한 속삭임이 그들의 귓가를 맴돌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등 뒤에서 희미하지만 확고한 기척이 느껴졌다.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은 틈으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스며들어왔다. 그림자는 빠르게 움직여 현과 지수의 퇴로를 막아섰다.

**끼이익- 철컥!**

열려 있던 철문이 육중한 소리와 함께 완전히 닫히는 소리가 동굴 안에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 그들은 꼼짝없이 갇힌 것이다.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온 인물은, 현과 지수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아르카나 마법 공학원의 원장, 알렉산더 교수였다. 그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 대신, 차갑고 섬뜩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그의 손에는 어두운 마력이 서린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어째서… 너희들이 여기까지 온 거지?”

원장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싸늘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는, 마치 심연의 어둠을 담고 있는 듯 빛나고 있었다.

그 순간, 거대한 기계-유기체 덩어리에서 흘러나오던 쿵- 쿵- 하는 심장 박동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격렬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마치, 새로운 먹이를 감지한 짐승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