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게임 (VRMMO)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넥서스: 황무지

**에피소드 1: 잿빛 도시의 첫 숨결**

(장면 전환: 희미한 빛이 스며드는 폐건물 내부. 먼지와 부서진 잔해들로 가득한 공간. 주인공 ‘강진우’가 낡은 침낭 위에 웅크리고 있다. 그의 얼굴은 피곤과 긴장으로 굳어 있다.)

**강진우 (내레이션)**:
이곳에 발을 들인 지 정확히 137일째. 게임 속 시간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시간이다. 매일 밤 접속하고, 매일 아침 접속을 끊는다. 이 끔찍한 황무지에서, 단 하루도 버텨내지 못하면, 현실의 나 또한 버틸 수 없게 될 테니까.

(강진우가 천천히 눈을 뜬다. 시야에 뿌옇게 잡히는 천장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다. 목덜미가 뻐근하고, 온몸이 쑤신다. 그의 시야 한구석에, 붉은색으로 깜빡이는 작은 아이콘이 눈에 띈다.)

**강진우 (내레이션)**:
젠장, 또 배고픔 경고인가. 벌써 24시간째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했다. 수분 게이지도 바닥을 기고 있었다. 이곳은 친절한 튜토리얼도, 쉬운 초보자 사냥터도 없다. 오직 ‘생존’만이 유일한 규칙이다.

(강진우가 몸을 일으킨다. 낡은 가죽 갑옷의 이음새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허리에 찬 녹슨 단검과 등 뒤의 낡은 배낭이 그의 유일한 재산이었다.)

**강진우**:
흐읍… 하아…

(입김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자, 폐허의 서늘한 공기가 목구멍을 타고 들어온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는 회색빛이었다. 수십 층짜리 빌딩들은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낸 채 하늘을 찌르고 있고, 거리는 파괴된 차량들과 잔해들로 뒤덮여 있다. 먹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언제 비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였다.)

**강진우 (내레이션)**:
황폐해진 서울.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번화했던 도시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죽음과 절망만이 가득한 거대한 묘지다. 그리고 나는, 그 묘지 속에서 발버둥 치는 한 마리 벌레에 불과하다.

(그는 무릎을 굽혀 바닥에 떨어진 캔 조각들을 뒤적인다. 며칠 전, 찢어진 깡통을 주워 물을 받아 마셨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 그 깡통마저 찾을 수 없다.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게 강탈당했을지도 모른다.)

**강진우**:
물이… 물이 필요해.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게임 속 갈증은 현실의 갈증만큼이나 고통스러웠다. 아니, 어쩌면 더할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죽는다면, 현실의 나 또한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는 조심스럽게 건물을 나선다. 발밑의 콘크리트 조각들이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주변을 경계하며 폐허가 된 거리를 걷는다. 바람이 불어와 썩은 냄새와 먼지를 실어 나른다. 건물 잔해들 사이로, 녹슨 전광판의 희미한 불빛이 깜빡였다. 그마저도 곧 꺼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강진우 (내레이션)**:
매일 밤, 이 도시의 심장부로 조금씩 더 깊이 들어간다. 위험은 그만큼 커지지만, 동시에 자원을 발견할 확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오늘은 물이다. 깨끗한 물 한 모금. 그게 최우선이다.

(그의 눈에 저 멀리, 반쯤 무너진 상가 건물이 들어온다. 유리창은 모두 깨져나가고, 내부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저런 곳은 위험하기 짝이 없지만, 동시에 희망이 있을 수도 있었다. 상점이라면 물건들이 남아있을 테니.)

**강진우**:
좋아, 저기다.

(그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건물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그림자 망령’이나 ‘돌연변이 쥐’ 같은 저급 몬스터들을 경계하며 그림자 속을 파고든다. 한 번의 실수는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선 두 번째 기회 따윈 없다.)

(좁고 어두운 골목을 지나던 중, 갑자기 그의 귀에 날카로운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이익! 등골에 오싹한 한기가 스민다.)

**강진우 (내레이션)**:
이런, 빌어먹을.

(그는 재빨리 몸을 웅크려 낡은 차량 뒤에 숨었다.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단검을 꽉 쥐었다. 녹슨 단검의 손잡이가 땀으로 축축했다. 그림자 속에서, 희미하게 번들거리는 눈동자 두 개가 모습을 드러낸다. ‘살점 갈퀴’, 거대하게 돌연변이 된 길고양이였다. 날카로운 갈퀴 발톱과 이빨을 가진, 이 도시의 흔한 약탈자 중 하나.)

**살점 갈퀴**:
크르르르…

(녀석은 코를 킁킁거리며 강진우의 냄새를 맡는 듯했다. 굶주림에 지친 맹수의 울음소리가 골목을 울린다. 강진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배고픔과 갈증에 지친 몸으로 저 녀석과 싸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강진우 (내레이션)**:
죽기 살기로 버티는 건 나나, 저 녀석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거다.

(살점 갈퀴가 경계를 풀고 강진우가 숨어있는 차량을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순간, 강진우는 차량의 부서진 차문을 걷어차며 튀어나갔다. 녀석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단검이 녀석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강진우**:
하앗!

(단검이 녀석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간다. 끔찍한 비명 소리와 함께 푸른 피가 튀었다. 살점 갈퀴는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녀석은 더욱 흉포한 기세로 강진우에게 달려들었다.)

**살점 갈퀴**:
크아아악!

(날카로운 발톱이 강진우의 가죽 갑옷을 스쳐 지나간다. 팔뚝에서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게임 속 데미지는 곧 현실의 피로와 직결되었다. 그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 녀석의 공격을 피한다.)

**강진우 (내레이션)**:
이런 젠장, 약점은 머리나 복부인데… 틈을 잡기가 쉽지 않아!

(살점 갈퀴가 다시 한번 도약한다. 강진우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냈다. 단검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 낡은 차량의 부서진 사이드미러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녀석이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찰나, 사이드미러를 녀석의 눈을 향해 던졌다.)

**강진우**:
죽어라!

(챙강! 날카로운 파편이 녀석의 눈에 박혔다. 살점 갈퀴는 또다시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진우는 단검을 녀석의 머리에 정확히 꽂아 넣었다.)

(콰직! 둔탁한 소리와 함께 녀석의 몸이 경련한다. 잠시 후, 살점 갈퀴의 거대한 몸뚱이가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희미하게 푸른색 섬광이 터져 나오며 녀석의 몸이 소멸한다. 그 자리에, 몇 개의 ‘돌연변이 가죽’과 ‘불안정한 육포’가 드롭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주 희미한, 초록색 물약 한 병.)

**강진우 (내레이션)**:
크, 크으… 됐다…

(그는 무릎을 짚고 겨우 몸을 지탱했다. 팔뚝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살아남았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전리품을 주웠다. 특히 초록색 물약은 귀한 것이었다. 아주 적은 양이지만 갈증을 해소해 줄 수도 있을 테니.)

**강진우**:
하아… 하아… (물약을 따서 한 모금 마신다. 쓴맛이 느껴졌지만, 이내 목마름이 조금은 가시는 듯했다.) 이제 진짜다. 물을 찾아야 해.

(그는 다시 상가 건물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까보다 한결 더 피곤했지만, 작은 승리가 그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했다. 상가 건물 입구는 부서진 셔터로 막혀 있었지만, 한쪽이 겨우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만큼 열려 있었다. 그 틈새로, 그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선다.)

(건물 내부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의 눈은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휴대용 라이트를 꺼내자 희미한 불빛이 주위를 비춘다. 먼지로 뒤덮인 진열대, 부서진 상품들, 그리고 바닥에 흩뿌려진 잔해들. 분명 이곳은 한때 번화했던 상점이었을 것이다.)

**강진우 (내레이션)**:
슈퍼마켓… 폐허가 되기 전엔 분명 사람들이 북적였겠지. 지금은… 나 같은 놈들만 들끓는 죽은 공간.

(그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바닥에 널브러진 캔들, 찢어진 봉투들을 살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러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한때 냉동고였던 거대한 철제 상자였다. 부서지고 녹슬어 있었지만, 여전히 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강진우**:
냉동고…

(그는 그 안을 들여다본다. 당연히 전기는 끊겨 있었고,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냉동고 안쪽 벽면에 붙어 있는 작은 물탱크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비상용 정수 시스템… 어쩌면, 어쩌면 이곳에.)

**강진우 (내레이션)**:
이 폐허 속에서 작동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 이 게임은 가끔 말도 안 되는 희망을 던져주니까.

(그는 냉동고 안으로 몸을 숙여 들어간다. 손으로 물탱크를 만져보니, 녹이 슬어있었지만 연결된 파이프가 있었다. 그리고 그 파이프 끝에, 작은 수도꼭지가 달려 있었다. 손잡이를 돌려본다. 뻑뻑한 소리와 함께 수도꼭지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는 실망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강진우**:
제발… 제발…

(그는 있는 힘껏 수도꼭지 손잡이를 잡아 비틀었다. 쇠가 긁히는 듯한 끔찍한 소리가 나고, 손잡이가 그의 손안에서 부러져 버린다. 하지만 동시에,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수도꼭지에서 한 방울, 두 방울… 희미하지만 맑은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강진우 (내레이션)**:
물이… 물이 나와!

(그의 심장이 벅차게 울렸다. 그는 주머니에 있던 낡은 물통을 꺼내 재빨리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냈다. 한 방울 한 방울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물통이 채워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마침내, 이 잿빛 도시에서 한 줄기 희망을 찾아낸 것이었으니까.)

(물통이 절반쯤 채워졌을 때였다. 갑자기, 그의 등 뒤에서 차가운 기척이 느껴졌다. 섬뜩한 한기가 온몸을 타고 오르는 것을 느낀 강진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녀석은 이전의 살점 갈퀴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금방이라도 건물을 무너뜨릴 듯한 웅장한 체구, 불타는 듯한 붉은 눈동자. 입에서 흘러나오는 끈적한 침과 함께, 녀석의 날카로운 발톱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확인 생명체**:
그르르르르…

**강진우 (내레이션)**:
젠장… 여기까지 와서… 이럴 수는 없어…

(강진우는 얼어붙은 채 녀석을 바라봤다. 이제 막 찾은 생존의 희망이, 거대한 절망 앞에서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화면 전환: 거대한 그림자의 생명체와 그 앞에서 낡은 단검을 쥔 채 서 있는 강진우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그의 눈빛은 두려움 속에서도 아직 꺼지지 않은 불꽃을 담고 있다.)

**[에피소드 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