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차가운 금속 냄새가 코를 찔렀다. 류진은 숨죽인 채 부서진 격벽 뒤에 몸을 숨겼다. 그의 시야에 깔린 증강현실(AR) 인터페이스가 깜빡였다. 왼쪽 하단에는 ‘에너지 잔량: 17%’라는 붉은 글씨가 위태롭게 떠 있었다. 팔뚝에 박힌 싸구려 사이버네틱 팔은 며칠째 제대로 된 충전을 하지 못해 둔탁한 통증을 보내고 있었다. 이곳은 구역 7. 한때 번성했던 산업 단지였으나, 대몰락 이후에는 오직 잔해와 죽음만이 가득한 버려진 땅. 생존자들은 이곳을 ‘고철 지옥’이라 불렀다. 진은 그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서 허우적대는 수많은 그림자 중 하나였다.

머리 위, 영원히 흐린 하늘은 산업용 매연과 독성 구름에 가려져 희뿌연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수십 년 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는 흙 대신 끈적한 산성 용액을 쏟아냈고, 모든 금속을 녹슬게 만들었다. 류진의 낡은 방수 재킷은 이제 구멍투성이였고, 그 틈새로 스며드는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오늘의 목표는 ‘그것’이었다. 지난 며칠간 그를 미치게 만들었던 희미한 신호. 폐기된 발전기의 잔해 속 어딘가에 숨겨진, 아마도 아직 쓸만한 전력 코어. 그의 낡은 스캐너가 비명을 지르며 진동했다. 가까워지고 있었다.

“젠장, 이런 날씨에 기어 다니는 건 나 혼자이길 바랄 뿐이야.”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거친 목소리는 곧바로 주변의 습하고 차가운 공기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녹슨 금속 파편과 부패한 잔해 더미를 헤치며 나아가던 그의 발이 무언가에 걸렸다. 거대한 환풍구 통로의 부러진 덮개. 그 안에서 미약한 전류의 흐름이 감지되었다. AR 인터페이스가 파란색으로 반짝이며 ‘전력원 감지’ 메시지를 띄웠다.

손전등을 켜자, 눅눅하고 축축한 통로 안쪽이 드러났다.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익숙한 풍경. 깊숙한 곳, 진동하는 파란빛이 깜빡였다. 코어였다!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이 코어 하나면 며칠은 더 버틸 수 있을 터였다. 그의 낡은 전력 코어가 완전히 방전되기 전에 새로운 전원을 확보해야 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통로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부서진 환풍기 날개들이 흉물스럽게 튀어나와 있었지만, 익숙하게 피했다. 코어는 예상보다 깊숙한 곳에 박혀 있었다. 손을 뻗어 코어를 움켜쥐려는 순간, 등골을 타고 흐르는 싸늘한 시선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류진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통로 벽에 바싹 붙었다. 전력이 거의 바닥난 그의 사이버네틱 팔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고통을 보냈다.
“누구냐, 거기.”
갈라진 목소리가 공간을 찢었다. 눅눅한 통로에 울림이 번졌다. 류진은 숨을 죽였다. 망가진 환풍기 날개 틈으로, 낡은 카우보이 모자를 쓴 그림자가 보였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녹슬었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개조된 자동소총이었다. 하이에나. 이 고철 지옥을 배회하며 약한 자들을 사냥하는 인간 쓰레기들 중 하나였다.

“좋은 걸 찾은 모양이네, 꼬맹이. 그거 내려놓고 꺼져.” 하이에나의 입술이 비틀렸다.
류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오른팔에 장착된 소형 EMP 충전기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싸구려 고철 부품으로 만든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에너지 잔량 15%’ 경고가 더욱 붉게 깜빡였다.

하이에나가 한 발짝 다가섰다. 발이 젖은 바닥에 미끄러지는 찰나의 순간.
“못 들었냐? 네 부모가 네 귀까지 팔아넘겼나 보지?” 조롱 섞인 목소리.
그 순간이었다. 류진은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동시에 EMP 충전기를 최대 출력으로 터뜨렸다. 찌지직! 푸른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었고, 하이에나의 소총에서 전기가 역류하는 소리가 들렸다.
“크아악!”
비명과 함께 총이 땅에 떨어졌다. 전기가 흐르는 총열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하이에나는 손을 부여잡고 통증에 몸부림쳤다.

류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폐허 속을 미친 듯이 질주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지만, 그의 손에는 방금 빼낸 따뜻한 전력 코어가 쥐어져 있었다. 무사히 도망쳤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또 다른 위협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그를 짓눌렀다. 이곳은 잠깐의 방심도 죽음으로 이어지는 곳이었다.

해가지면서 스모그 사이로 희미하게 붉은빛이 번졌다. 그의 거처는 폐기된 배관 시설 안, 녹슨 철판으로 대충 가려진 곳이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습기가 가득했지만, 적어도 잠시의 안전을 보장해 주었다. 그는 코어를 낡은 충전기에 연결했다. 전력 잔량이 서서히 오르는 것을 보며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며칠은 더 버틸 수 있을 터였다.

그때, 낡은 통신기가 찌지직거렸다. 류진은 신경질적으로 통신기를 집어 들었다.
“젠장, 또 뭐야.”
화면에는 알 수 없는 숫자와 함께, 깨진 음성 메시지가 재생되었다.
“…도움…필요…구역…확인…코드…망치….”
잡음이 심해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도움’, ‘구역’, 그리고 ‘망치’라는 단어는 선명하게 귀에 박혔다. 망치. 그 이름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류진은 낡은 통신기를 멍하니 바라봤다. 대체 누가? 그리고 왜 지금? 그의 굳게 닫혔던 과거의 문이, 어둠 속에서 조용히 열리는 듯했다.

“…빌어먹을….”
류진은 삭막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이 지긋지긋한 생존의 굴레 속에서, 새로운 불씨가 피어오르는 것을 그는 직감했다.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감만이 확실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