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오르는 흙탕물이 무릎께를 적셨다. 탁한 흙내가 비릿한 녹 냄새, 그리고 오래된 먼지 냄새와 뒤섞여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회색빛 하늘에선 빗방울 대신 이물질이 섞인 습기가 툭툭 떨어졌다. 마치 하늘마저 썩어 문드러진 세계의 눈물처럼.

강한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손목 램프에 의지한 채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그의 뒤를 따르는 유진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형, 여기… 진짜 뭐가 있긴 한 거예요?”

유진의 목소리에는 불신과 함께 짙은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강한은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물에 잠긴 파편들을 피해 균형을 잡는 데 집중하느라 입을 열 틈조차 없었다.

이곳은 한때 ‘중심 지구’라 불리던 곳이었다. 거대한 빌딩들이 하늘을 찌르고, 도시의 불빛이 밤을 삼켰던. 지금은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들이 거대한 뼈대처럼 앙상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던 다리는 끊어져 있었고, 그 밑으로는 칠흑 같은 수렁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찾는 건, 단 하나. 녀석들이 손대지 않은 연료 저장고. 발전기를 돌릴 기름이 절실했다. 기지 안의 냉난방도, 최소한의 식량 보존도, 그리고 무엇보다 녀석들이 밤마다 기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빛’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찾아야 했다.

강한의 시야에 폐허가 된 주유소 건물이 들어왔다. 간판은 녹슬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익숙한 기둥과 구조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저기다.” 강한의 낮은 목소리에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진짜요? 와, 운 좋다!” 유진이 반쯤 잠긴 파편 더미를 밟고 성큼성큼 다가가려 했다.

“멈춰!” 강한의 목소리가 벼락처럼 울렸다. 유진의 발이 공중에서 멈칫했다. “함부로 움직이지 마. 저 흙탕물 아래에 뭐가 있을지 몰라.”

강한은 허리춤에서 낡은 금속 막대를 꺼내 들어 앞의 물을 휘저었다. 첨벙이는 소리가 어둠 속을 갈랐다. 아무것도 없는 듯 보였지만, 강한의 눈은 주변을 예리하게 훑었다. 이곳은, 너무 조용했다. 녀석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인데도 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고요한 폐허의 한가운데, 강한은 녀석들의 존재를 감지했다. 본능적인 경고음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유진, 뒤돌아봐.”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를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쉬이이익!

흙탕물 위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솟구쳤다. 날카로운 발톱이 강한의 팔을 스쳤다.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하고, 들고 있던 막대를 휘둘렀다. 쩌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녀석은 다시 물속으로 처박혔다.

“뭐예요, 방금?!” 유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잔해 포식자… 놈들이다.” 강한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잔해 포식자는 이 폐허의 가장 지독한 사냥꾼 중 하나였다. 물속을 유영하다 갑자기 튀어나와 먹이를 덮치는,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이 특징이었다. 녀석들의 턱은 강철도 찢어발길 만큼 날카로웠다.

강한은 유진의 손목을 잡아 뒤로 끌어당겼다. “도망쳐! 내가 막을게!”

하지만 유진은 뻣뻣하게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공포에 질린 눈은 끊임없이 물 위를 오갔다.

첨벙! 첨벙!

이번에는 두 마리였다. 양쪽에서 동시에 솟아오르는 검은 실루엣에 강한은 이를 악물었다. 한 마리의 공격은 막았지만, 다른 한 마리는 미처 막지 못했다. 날카로운 발톱이 그의 어깨를 깊게 할퀴었다. 윽!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고통보다도 유진을 지켜야 한다는 본능적인 압박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유진! 정신 차려! 도망치라고 했잖아!” 강한은 자신의 어깨를 움켜쥔 채 다시 막대를 휘둘러 녀석들을 쫓았다. 녀석들은 강한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 냄새에 더 흥분한 듯 보였다.

크르르륵…!

물속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소리. 마치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 준비를 하는 것처럼 섬뜩한 울림이었다.

“더… 더 있어…?” 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강한은 주위를 둘러봤다. 폐허가 된 주유소 건물은 이제 녀석들의 은신처가 된 듯했다. 물속의 그림자들이 너무 많았다. 이대로는 도저히 연료 저장고까지 갈 수 없을뿐더러, 살아남아 기지로 돌아가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젠장…” 강한은 이를 갈았다. 어떻게든 유진을 살려야 했다. 하지만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놈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쉬이익! 이번에는 주유기 옆의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 위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튀어 나왔다. 물속에 숨어있던 녀석들과는 다른, 육지형 잔해 포식자였다.

강한의 눈이 빠르게 주변을 스캔했다. 유진은 공포에 질려 얼어붙어 있었고, 녀석들은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피 냄새가 녀석들을 자극하는 건 분명했다.

그때, 강한의 시야에 희미하게 빛나는 빨간색 비상 버튼이 들어왔다. 오래된 주유소 건물 벽에 겨우 매달려 있는, 녹슨 비상 버튼이었다. 저게 뭐라도 될 리 없지만…

“유진!” 강한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유진을 향해 외쳤다. “저기! 저 빨간 버튼 눌러!”

유진의 눈이 강한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비상 버튼? 지금 저걸 누른다고 뭐가 달라질까? 망설이는 유진의 눈앞으로, 육지형 잔해 포식자가 커다란 입을 벌리며 돌진했다. 끈적한 침과 날카로운 이빨이 섬뜩하게 드러났다.

“빨리!” 강한은 몸을 던져 유진을 밀쳐냈다. 육지형 포식자의 발톱이 그의 등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욱!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마비시키는 듯했지만, 강한은 유진의 절규를 들을 새도 없이 팔을 휘둘러 녀석의 턱을 막대로 후려쳤다.

콰아앙!

유진은 강한의 외침에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비상 버튼을 향해 달려갔다. 그의 손가락이 녹슨 버튼에 닿았다.

딸깍!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유진의 얼굴에는 절망감이 스쳤다.

그때였다.

위이이이잉! 콰아아앙!

지하 깊숙한 곳에서부터 거대한 진동과 함께 굉음이 울려 퍼졌다. 땅이 흔들리고, 물이 격렬하게 출렁였다. 폐허가 된 주유소 건물의 지붕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천장에서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흙탕물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잔해 포식자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에 빠진 듯 몸을 움찔거렸다. 그 틈을 타 강한은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유진! 탈출구 찾아!” 강한은 피투성이 입술을 비틀어 말했다.

하지만 유진의 눈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굉음과 함께 무너진 주유소 건물 저 너머,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은 주유소 건물보다 훨씬 크고, 훨씬 거대하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위압적인 실루엣이었다. 녀석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폐허 전체가 진동했다. 잔해 포식자들이 그 거대한 존재 앞에서 마치 작은 벌레들처럼 움츠러들었다.

“형… 저게… 저게 뭐예요…?” 유진의 목소리는 공포로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강한의 눈동자도 절망적으로 흔들렸다. 그들은 지금껏 상대해왔던 어떤 존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위협에 직면한 것이었다.

그것은 도시 전체를 집어삼키려 드는, 살아있는 재앙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거대한 재앙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강한과 유진이 있는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