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칙칙한 습기 속에 쇠와 기름 냄새가 뒤섞인 공방 안, 강율은 낡은 작업등 아래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정교하게 깎인 황동 부품이 들려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그 너머의 공허를 응시하고 있었다. 손끝에 박힌 굳은살과 긁힌 상처들은 셀 수 없이 많은 밤을 새워가며 기계와 씨름한 흔적이었다. 그러나 그 노력의 결과는 늘 허무함과 절망으로 귀결되곤 했다.

“크윽… 또다시, 또다시 실패인가.”

그가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쉬어 있었고, 마른 기침이 뒤따랐다. 차가운 쇠의 감촉이 손바닥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거친 톱니바퀴와 닳아빠진 용수철들이 널브러진 작업대 위로, 불완전하게 조립된 기계 뼈대 하나가 불안하게 서 있었다. 증기가 새는 밸브, 삐걱거리는 피스톤… 모든 것이 그를 비웃는 듯했다.

강율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다. 그 안에는 고된 작업의 피로와 함께, 지워지지 않는 앙금, 그리고 끓어오르는 증오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는 공방의 구석에 세워져 있는, 먼지 쌓인 그림 같은 것을 응시했다. 젊은 시절의 자신과,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의 청년. 둘은 어깨동무를 하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자, 강율. 이제 세상이 우리를 주목할 거야!”*

활짝 웃던 하진의 얼굴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와 함께 밤낮없이 연구하며 꿈을 키웠던 날들. 스팀과 기계음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 믿었던 ‘시간 역행 증기 기관’의 청사진을 그리던 순간들. 세상의 모든 불평등과 불합리를 기계의 힘으로 부수고,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나날들.

그리고… 그날 밤.

*“정말 놀랍군. 이런 걸 혼자서 만들어냈다니, 자네는 정말 천재야!”*

귀족 복장의 뚱뚱한 후원자가 하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하진은 그 옆에서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별말씀을요, 각하. 미천한 재능이지만, 이 시대에 도움이 되고자 했을 뿐입니다.”*

강율은 그림자 속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슴속에서 차가운 칼날이 심장을 후벼 파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혼자서’? ‘미천한 재능’? 그것은 명백히 자신과 하진, 두 사람이 수년 간 머리를 맞대고 고뇌하며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밤샘 연구로 손은 늘 기름때에 절어 있었고, 수없이 많은 실패 속에서 좌절했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하진은 그 모든 공로를 혼자 독식하고 있었다.

강율은 뛰쳐나가 모든 것을 폭로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은 굳게 다물려 움직이지 않았다. 공로를 가로챈 것은 둘째 치고, 하진은 이미 강율의 모든 설계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해 놓은 뒤였다. 그를 제거하는 것쯤은, 하진의 계산에서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으리라. 하진은 이미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그의 아이디어, 그의 노력, 그리고 가장 소중했던 그의 ‘친구’라는 믿음까지.

결국 강율은 그 자리를 떠났다. 아무도 모르게, 마치 유령처럼. 그리고 그날 이후, 그의 세계는 빛을 잃었다. 모든 것이 회색빛으로 변했고, 그의 심장 속에는 오직 차가운 복수심만이 자리 잡았다.

“그래, 그날은 시작에 불과했지.”

강율은 픽 웃었다. 웃음소리는 처절했다.

“네놈이 내 이름을 지우고, 내 영혼을 찢어발겼던 그날 말이야. 난 그때 죽었다. 하지만 새로운 내가 태어났지. 오직 너를 위해,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는 다시 작업대로 돌아와 낡은 천을 걷어냈다. 그 아래에는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어떤 것과도 다른, 기묘하고도 위협적인 기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많은 톱니바퀴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있었고, 구리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거대한 뇌처럼 보였다. 핵심에는 검붉은 빛을 내는 수정이 박혀 있었는데, 그 빛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주기적으로 깜빡였다. ‘시간 역행 증기 기관’의 원리를 역으로 이용한, 파괴를 위한 장치였다.

강율은 더 이상 세상에 도움이 되는 발명품을 만들지 않았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모든 것은 오직 한 가지 목적만을 가지고 있었다. 복수. 하진이 강율의 아이디어를 훔쳐 성공시킨 ‘하진 동력 기업’이 최근 야심 차게 선보일 예정인 초대형 비행선, ‘창공의 왕관’을 타깃으로 한 병기였다.

“네가 ‘창공의 왕관’을 띄워 올리고, 그 속에서 환호성을 들을 때… 나는 네놈의 모든 영광을 박살 내줄 것이다.”

그의 눈빛이 마치 용광로 속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그는 기계의 한 부품을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이 부품은 너무나 작았지만, 전체 장치의 핵심이자 가장 정교한 부분이었다. 미세한 스프링이 꿈틀거리고, 보이지 않는 톱니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이 작은 조각 하나가 없으면,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 될 터였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부품을 기계의 빈 공간에 끼워 넣었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부품이 완벽하게 결합되었다. 검붉은 수정의 깜빡임이 한층 더 빠르고 강렬해졌다. 기계 전체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이제 시작이다, 하진.”

강율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고통과 피로의 흔적이 역력했지만, 그 안에 담긴 결의는 그 어떤 강철보다도 단단했다.

“네놈이 내 삶을 파괴했듯이, 나도 네놈의 모든 것을 파괴해 줄 테니.”

그는 작업대 위에 놓인 낡은 지도를 펼쳤다. 지도의 한가운데에는 ‘창공의 왕관’이 출항할 예정인 대규모 비행선 발착장이 붉은색 펜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이 복수의 기계를 심을 만한 최적의 지점들이 촘촘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돌아갈 길은 없었다. 복수의 칼날은 이미 벼려졌고, 그 날카로움은 하진의 심장을 향해 있었다. 어둡고 스팀 냄새 가득한 공방에, 강렬한 기계음과 함께 복수의 서막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