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천룡호가 칠흑 같은 심우주를 가르고 있었다. 망망대해와도 같은 우주, 그 속에서 작은 점에 불과한 강철의 거인은 소리 없는 항해를 이어갔다. 승무원들의 일상은 지루하리만치 평온했다. 임무는 통상적인 탐사. 제7성계 외곽의 미확인 항성계를 스캔하고 돌아오는 것이 전부였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함교의 고요를 깨트린 건 류은하 박사의 다급한 외침이었다.

“함장님! 이상 신호 감지! 미확인 에너지 패턴입니다!”

강태준 함장은 길게 하품을 하려던 참이었다. 벌떡 몸을 일으켜 은하 박사의 콘솔로 다가섰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항해로 인한 피로와 함께 베테랑 특유의 날카로움이 서려 있었다.

“은하 박사, 자세히 보고해.”

“비정상적입니다. 모든 스캔 센서가 오작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존재할 수 없는 에너지 수치예요. 그것도… 매우 거대한 규모로!”

은하 박사의 손가락이 홀로그램 패널 위를 미친 듯이 오갔다. 화면에는 붉은색 경고등이 번뜩였다. 일반적인 항성 에너지 패턴과는 확연히 달랐다. 생체 에너지도, 기계 에너지도 아니었다. 마치… 무언가 전혀 다른 차원의 존재가 뿜어내는 기운 같았다.

“위치는?”

이진우 중위가 조종석에서 몸을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언제나처럼 침착했지만, 미세하게 번뜩이는 호기심을 감출 수 없었다.

“좌현 3-2-델타 방향, 8000킬로미터 지점입니다. 접근 속도 초당 1200킬로미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어요!”

“젠장! 피하라!” 강태준 함장의 목소리가 순간 높아졌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미확인 물체는 정확히 천룡호의 코앞에서 멈춰 섰다. 홀로그램 화면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건… 대체…” 은하 박사의 입에서 경악이 터져 나왔다.

화면에 잡힌 물체는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거대한, 새까만, 그리고 완벽하게 매끄러운 오벨리스크. 마치 태초의 어둠을 빚어 만든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표면에는 어떤 문양도, 연결 부위도, 균열도 없었다. 그저 절대적인 검은색의 덩어리가 우주에 떠 있었다.

크기는 천룡호의 몇 배에 달했다. 그러나 레이더에는 잡히지 않았고, 시각 센서로만 겨우 그 윤곽이 드러났다.

“함장님, 생명 반응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물체에서 이상한 에너지가 계속 방출되고 있어요. 우리의 모든 시스템이 교란되고 있습니다!”

정하영 기관장이 비상 콘솔에서 소리쳤다. 함선 내부의 조명이 깜빡거리고, 엔진 소리가 미세하게 불안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강태준 함장은 잠시 눈을 감았다. 오랜 경험으로 다져진 그의 직감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미지의 존재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도 함께 찾아왔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문명의 흔적일 수도 있었다.

“탐사 준비해. 이진우, 류은하. 너희 둘이 나가.”

명령이 떨어지자, 함교에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진우 중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하 박사는 잠시 망설이는 듯 보였지만, 곧 탐험가의 열정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함장을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함장님.”

***

탐사선은 소리 없이 천룡호의 격납고를 빠져나와 검은 오벨리스크를 향했다. 소형 탐사선 ‘황금가지’가 거대한 검은 물체 옆에 다다르자, 그 압도적인 존재감은 더욱 선명해졌다.

“젠장… 너무 커. 그리고… 너무 고요해.” 이진우 중위가 중얼거렸다.

콕핏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검은 오벨리스크는 모든 빛을 삼키는 듯했다. 마치 우주에 뚫린 구멍 같았다.

“이진우 중위, 접근 각도 30도 유지. 나는 샘플 채취 준비할게.”

은하 박사는 흥분과 긴장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탐사선이 오벨리스크 표면 5미터 앞까지 다가섰다. 특수 센서가 작동했지만, 어떤 유의미한 데이터도 잡아내지 못했다. 그저 ‘존재한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이진우, 문 열어줘.”

은하 박사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이진우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해치를 열었다. 차가운 우주의 공기가 탐사선 내부로 스며들었다. 물론, 진공 상태였지만, 심리적으로는 그렇게 느껴졌다.

은하 박사는 특수 장갑을 낀 손을 뻗어 오벨리스크의 표면에 닿았다.

닿는 순간, 그녀의 몸을 거대한 전류가 관통하는 듯한 충격이 덮쳤다. “크윽!”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눈앞에 섬광이 번뜩였다. 수억 개의 정보가 한꺼번에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기묘한 감각. 인류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은하, 알 수 없는 언어로 속삭이는 목소리, 그리고… 압도적인 고독.

콰아앙!

갑자기 탐사선 전체가 요동쳤다. 오벨리스크의 표면에서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검은 표면 아래에서 붉고 푸른 빛이 맥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은하 박사! 무슨 짓을 한 거야?!” 이진우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은하 박사는 비틀거렸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오벨리스크에 닿아 있었다. 그리고 균열은 점점 더 커졌다. 붉고 푸른 빛이 강렬해지며 탐사선 내부를 뒤덮었다.

“이진우… 느껴져… 이 안에… 살아있는 무언가가…!”

그녀의 눈은 오벨리스크의 빛을 반사하며 기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황홀경에 빠진 사람처럼.

그때였다. 오벨리스크의 가장 큰 균열 사이에서, 검은 액체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피처럼 끈적하고 어두운 액체였다. 그것은 중력을 거스르듯 허공에 떠오르더니, 빠르게 하나의 형체를 갖춰갔다.

섬뜩하리만치 인간과 흡사한 형체. 그러나 완벽하게 검은, 실루엣뿐인 존재. 그것은 서서히 눈을 뜨는 듯했다. 빛 없는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붉은 점이 섬뜩하게 빛났다.

이진우 중위의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무기를 겨눴다.

“물러서, 은하 박사! 당장 떨어져!”

하지만 은하 박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하는 듯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공포와 경외가 뒤섞여 있었다. 그녀의 손이 오벨리스크를 놓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움켜쥐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검은 형체가 움직였다. 고요한 우주 속에서, 마치 바람이 스치듯.

그것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은하 박사를 향해 천천히 내밀었다.

우주선 천룡호의 함교. 강태준 함장의 눈앞 홀로그램 화면이 급격하게 흔들리며 깨지는 듯했다.

“황금가지, 응답하라! 류은하 박사! 이진우 중위! 무슨 일이야?!”

그의 목소리는 절박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지지직거리는 잡음뿐이었다. 오벨리스크 주변의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솟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천룡호의 모든 전력이 완전히 나갔다. 칠흑 같은 어둠이 함교를 덮쳤다.

“젠장…!”

강태준 함장의 거친 숨소리가 어둠 속을 갈랐다. 우주선은 고요한 죽음의 공간 속에서 표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는, 오직 검은 오벨리스크의 붉고 푸른 맥동만이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검은 심장이,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