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김현우는 익숙한 천장을 올려다봤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 언제부터였을까. 이 고요한 밤의 아파트가 그의 안식처가 아닌, 끈적이는 거미줄처럼 그를 조여오는 감옥이 된 것은.

‘젠장, 또 시작이군.’

오른쪽 벽에 걸린 시계가 새벽 3시 3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거실 스탠드 조명이 깜빡였다. 현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의 심장이 불안하게 쿵, 쿵, 쿵 울렸다. 그저 낡은 전등의 수명이 다한 것일 수도 있고, 변압기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우는 알았다. 지난 몇 주간 그를 괴롭혔던 기이한 현상들의 서막이라는 것을.

침대에서 내려와 어두운 거실로 발을 내디뎠다. 바닥은 여전히 차가웠고, 공기 중에는 왠지 모를 쿰쿰한 곰팡이 냄새가 섞여 있었다. 어제 분명히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었는데.

“흐읍…”

들숨과 함께 가슴을 짓누르는 불안감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의 눈은 익숙한 거실을 훑었다. 소파, 커피 테이블, 벽걸이 TV…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듯 보였다. 그때였다.

딸깍.

현관문 잠금장치가 열리는 소리.

“젠장!”

현우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돌렸다. 그는 분명히 잠그고 잤다. 항상 이중 잠금까지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의 손이 본능적으로 탁자 위 스마트폰으로 향했지만, 손끝에 닿은 것은 차가운 빈 공간이었다. 잠시 잊었다. 스마트폰은 충전기에 꽂아두고 잠들었음을.

“누구야…?”

목소리는 간신히 쥐어짜낸 속삭임에 가까웠다. 거실의 어둠 속에서 그의 시선은 현관문에 고정되었다.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미세한 빛조차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현관 저 너머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시선은 선명했다. 마치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무언가 이쪽을 노골적으로 응시하고 있는 듯한 기분.

찰칵.

잠금장치가 다시 잠기는 소리. 이번에는 이중 잠금까지 완벽하게.

현우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놈이…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냉장고 문을 열어두어 음식을 다 상하게 만들더니, 어제는 화장실 거울에 알아볼 수 없는 그림을 그려놓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은, 마치 그의 모든 움직임을 읽고 반응하듯, 정확히 그가 두려워할 만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거기 누구 없어? 나오라고!”

그는 용기를 내어 외쳤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다. 아무 대답도 없었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현관문 너머에서 마치 거대한 짐승이 숨을 들이쉬는 듯한, 낮고 거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환청일까? 아니, 환청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생생했다.

쿵.

현관문이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는 소리. 마치 거대한 주먹으로 문을 후려친 듯, 육중한 나무가 찢어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였다. 현우는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미쳤어… 미쳤어…”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 벽에 등이 닿자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이건 단순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아니었다. 이건… 공격이었다. 직접적인, 폭력적인 위협.

현관문이 다시 평평해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지만 문고리 부분에 깊게 패인 주먹 자국은 생생하게 그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의 낡은 아파트 현관문이 그렇게 쉽게 찌그러질 리 없었다. 이 문은… 이 벽은… 아파트 자체가 이상했다.

문득, 그의 시선이 거실 한쪽에 놓인 오래된 전신 거울로 향했다. 그 거울은 현우가 이사 올 때부터 벽에 고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찝찝했지만, 워낙 큰 거울이라 버리기도 애매해서 그냥 두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거울 속에서 자신이 아닌, 무언가 다른 형상이 비치고 있었다.

“아… 안 돼…”

거울 속의 방은 현우의 방이 아니었다. 그의 아파트와는 전혀 다른, 기괴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벽은 검붉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천장에서는 마치 동물의 내장처럼 보이는 것들이 축 늘어져 있었다. 바닥은 거미줄과 알 수 없는 점액질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그 방 한가운데, 거대한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림자는 마치 촉수처럼 거울 속 공간을 휘감고 있었다.

그 그림자가 천천히, 현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찢어진 입 같은 균열 사이로 희미하게 빛나는 두 개의 붉은 점이 그의 눈과 마주쳤다. 차갑고, 잔인하고, 지독히도 갈망하는 시선.

그것이 움직였다. 거울 속에서, 마치 유리막을 뚫고 나오려는 듯, 그림자의 형체가 거울 표면을 왜곡시키며 돌출하기 시작했다. 거울의 표면이 액체처럼 출렁였다.

“크아아악!”

현우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손바닥이 차가운 바닥에 닿았다. 그는 필사적으로 기어가 스마트폰 충전기가 꽂혀있는 침실로 향했다. 놈이 나오기 전에, 무언가 해야만 했다. 신고를 하든, 도망을 치든.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그는 얼어붙었다.

충전기… 스마트폰… 모든 것이 사라지고 없었다. 침대는 찢겨 있었고, 서랍장은 완전히 뒤집혀 내용물이 쏟아져 있었다. 이불은 갈기갈기 찢겨 마치 무언가와 격렬하게 싸운 흔적처럼 보였다.

그리고 침대 정중앙, 마치 누군가가 발버둥 쳤던 것처럼 깊게 패인 자국 위에, 검붉은 액체로 휘갈겨 쓴 글씨가 보였다.

[네 아파트가 아니다.]

그 순간, 현우의 뒤에서 침실 문이 쿵 하고 닫혔다. 쾅! 하는 굉음이 아파트 전체를 뒤흔들었다. 벽과 천장에서 미세한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 곧, 그 진동은 점차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아파트 자체가 거대한 심장처럼 박동하는 것 같았다.

천장의 석고보드 사이에서 검은 액체가 뚝,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벽에는 기이한 균열들이 생겨나더니, 그 틈새로 검붉은 촉수들이 꿈틀거리며 튀어나왔다. 바닥은 액체처럼 녹아내리며 발을 딛는 순간 빨려 들어갈 듯한 구덩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곳은 더 이상 그의 아파트가 아니었다. 이곳은… 이곳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그가 매일 밤 잠들었던 익숙한 공간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옥의 입구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닫힌 침실 문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목구멍처럼 보이는, 어둡고 축축한 동굴 입구가 열려 있었다. 그 안에서 눅진한 바람이 불어왔고, 저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현우는 발을 헛디뎠다. 몸이 기울어졌다. 발아래의 바닥이 출렁이며 그를 삼키려는 듯 움푹 파고들었다. 그는 공포에 질려 눈을 감았다.

“살려… 줘…”

그의 귓가에 차가운 속삭임이 들렸다.

[환영한다, 새로운 탐험가여.]

그리고 그는 거대한 심연 속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의 아파트였던 공간이, 그를 집어삼키는 심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