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뒤틀린 일상: 여덟 번째 밤

숨소리조차 소음이 될까 두려워지는 시간이었다. 자정,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창밖을 수놓고 있었지만, 지혁의 33평 아파트는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오직 거실 한구석 스탠드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빛만이 그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그는 굳게 닫힌 방문들을 등지고 소파에 웅크려 앉아 있었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고, 심장은 마치 격렬한 마라톤이라도 뛴 것처럼 제멋대로 날뛰었다.

일주일 전이었다. 언제나처럼 퇴근 후 맥주 한 캔을 따서 소파에 앉았다. 그때였다. 식탁 위, 어제저녁 먹고 치우지 못한 라면 그릇이 미끄러지듯 탁자 끝으로 움직였다. 처음엔 그저 자신의 피로가 만들어낸 환각이겠거니 했다. 아니면 지반이 흔들렸나? 짧은 진동이었을 거라고 애써 합리화했다.

하지만 그날 밤, 잠자리에 들었을 때였다. 분명 침대 옆 협탁에 올려둔 안경이 다음 날 아침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어젯밤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었고, 깨어나서 침실을 나간 적이 없었다. 손이 닿을 거리에 있던 물건을 굳이 잠결에 들고나가 식탁 위에 올려놓을 리가 없었다. 심장이 한 번 쿵 내려앉았다. 그때부터였다. 그의 평온했던 일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처음에는 사소한 것들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닫혀 있던 욕실 문이 반쯤 열려 있다거나, 분명히 잠그고 나갔던 현관문이 돌아와 보면 덜컥거리고 있다거나. 냉장고 문이 살짝 열려 있어 음식들이 미지근해져 있거나. 그는 모든 것을 건망증, 착각, 혹은 피로 탓으로 돌렸다. ‘내가 요즘 정신이 없나?’ 자문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끈적한 불안감이 늘어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틀 전, 그 불안감은 현실이 되었다. 그는 밤늦게까지 거실에서 작업을 했다. 밤 11시, 커피를 마시러 주방으로 향했을 때였다. 식탁 위에 놓여 있던 그의 태블릿 PC가 굉음을 내며 거실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서리는 보기 흉하게 찌그러졌고, 액정에는 거미줄 같은 금이 갔다. 그는 태블릿을 향해 달려갔다. 주저앉아 기기를 살피는데, 등 뒤에서 싸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뒤에 서서 등줄기를 훑는 듯한 소름 끼치는 감각이었다.

“누구야?”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집에는 분명 자신뿐이었다. 혼자 사는 아파트였다.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애써 몸을 돌려 뒤를 확인했다. 텅 빈 거실. 그 흔한 가구 하나 소리 없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 텅 빈 공간에서, 그는 어떤 ‘존재’를 느꼈다. 끈적하고, 차갑고, 악의적인.

그날 밤 그는 침대에 눕지 못했다. 거실 소파에서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아침, 태블릿은 말끔히 고쳐져 원래 자리인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액정의 금도, 찌그러진 모서리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게 무슨…”

지혁은 이제 더 이상 합리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성은 이미 붕괴되었다. 그는 아파트 구석구석을 살폈다. CCTV를 설치할까, 이사를 갈까, 아니면 전문적으로 이런 일을 해결해 주는 사람을 찾아야 할까? 수백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공포는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지금, 자정의 침묵 속에 그는 소파에 웅크려 앉아 있었다.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컵들이 탁,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 컵들을 하나씩 건드리는 것처럼. 그는 숨을 죽였다.

컵의 흔들림은 이내 멈추는가 싶더니, 주방 쪽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스레인지 불이 파랗게 타올랐다가 이내 꺼졌다. 지혁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는 주방 쪽을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가스레인지의 불꽃이 다시 한 번 타올랐다.

그때, 등 뒤에서 차가운 한기가 훅 끼쳤다. 지혁은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삼켰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몸을 돌리지 않았다. 차마 돌릴 수 없었다. 그의 뒤에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스륵…*

소파 뒤쪽에서 옷깃이 스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분명 그의 뒤에 서 있는 그 존재가 움직이는 소리였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눈을 감았다. 제발,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하지만 그의 기도는 허공에 흩어졌다. 거실 중앙에 놓인 거대한 유리 테이블 위, 그가 아끼는 장식용 도자기 인형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그리고는 천천히, 마치 누가 실에 매달아 조종하는 것처럼 허공을 가로질렀다. 지혁의 눈앞에서, 인형은 그대로 공중에서 멈췄다. 그의 눈과 똑같은 높이에서.

도자기 인형의 텅 빈 눈이 그를 응시하는 듯했다. 소름 끼치는 침묵 속에서, 인형의 머리가 서서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그를 비웃는 것처럼.

*탁.*

도자기 인형이 그대로 지혁의 발치에 떨어졌다. 산산조각이 나 바닥에 흩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아파트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거실의 모든 조명이 깜빡거리며 미친 듯이 명멸했다. 액자가 벽에서 떨어져 깨지고, 책꽂이의 책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식탁 위의 컵들이 모두 바닥으로 굴러떨어져 깨지는 소리, 주방에서 칼들이 달그락거리는 소리, 안방에서 서랍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욕실에서 수도꼭지가 제멋대로 틀어지는 소리가 뒤섞여 아비규환의 심포니를 연주했다.

지혁은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몸을 웅크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소리는 더욱 커지고, 아파트 전체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제발… 제발 멈춰…!”

그의 목소리는 파묻혔다. 그때였다. 혼돈 속에서, 벽면 전체를 뒤덮고 있던 대형 거울이 일그러졌다. 거울 속 그의 얼굴이 끔찍하게 왜곡되었다. 두려움에 질린 그의 눈동자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거울 속 그의 뒤편에서, 검고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림자는 빠르게 커졌다. 검은 연기처럼 뭉쳐지더니, 이내 거울 속 그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눈도, 코도, 입도 없는 맨들맨들한 검은 얼굴이 거울 속 지혁의 눈을 꿰뚫어 보았다.

그 검은 얼굴이 입을 벌리는 시늉을 했다.

*「…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혁은 명확히 보았다. 거울 속 그림자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혼자가… 아니야…」*

지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거울 속 그림자의 얼굴에서, 희미한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그리고 그 붉은빛은 점차 선명해지더니, 거울 속 세계 전체를 핏빛으로 물들였다. 거울 속 지혁의 모습도 붉은빛에 잠식되어 갔다.

거울 밖, 현실의 아파트에서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조명도 고요해지고, 물건들도 멈췄다.

오직 거울 속 세상만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지혁은 거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 끝이 차가운 유리 표면에 닿았다.

그리고 그 순간, 거울 속 검은 그림자가 붉은빛 속에서 그의 손을 향해 뻗어 왔다.

차가운 유리벽을 뚫고, 검은 형체가 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아악!”

지혁의 손목을 옥죄는 것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동시에 불에 덴 듯이 뜨거웠다. 고통과 함께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오한.

*「…이제… 우린… 하나야…」*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울렸다. 거울 속 붉은 세계가 회오리치듯 빠르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혁의 몸이, 그대로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강렬한 흡인력에 저항할 새도 없이, 그의 몸은 앞으로 끌려갔다.

마지막으로 거울 속에 비친 것은, 붉은 소용돌이 속에서 사라져 가는 그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텅 비어버린 거울에는, 이 아파트에 본래 존재했던 것처럼, 차갑고 검은 그림자만이 유유히 서 있었다.

그것은 지혁의 그림자였다. 하지만 더 이상 지혁의 그림자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