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힐링 애니메이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1장: 먼지 쌓인 별똥별

햇살은 언제나처럼 창가에 뽀얗게 쌓인 먼지마저 다정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별똥별 공방’. 이 작은 공간의 이름처럼, 내 하루는 반짝이는 유리 조각과 나무 부스러기, 그리고 옅은 페인트 냄새 속에서 느리게 흘러갔다. 아침 일찍 문을 열고 향 좋은 커피 한 잔을 내린 뒤, 작업대에 앉아 오늘 만들 반짝이는 오르골을 구상하는 시간이 제일 좋았다.

“미나 씨, 벌써 이렇게 예쁜 걸 만들고 있었네요?”

맑고 경쾌한 목소리가 공방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뒤를 돌아보니 소라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손에는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라테를 들고.

“응, 소라 왔어? 어서 와. 오늘 날씨 정말 좋지?”

나는 반갑게 그녀를 맞았다. 소라는 내 유일한 친구이자, 공방의 거의 유일한 단골손님이었다. 작은 별똥별 오르골 하나로 시작된 우리의 인연은 벌써 5년째 이어지고 있었다. 내가 공방 문을 열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만류했지만 소라만은 달랐다. “미나 씨 재능은 반짝이는 별 같아요! 분명 많은 사람이 좋아할 거예요!” 그녀의 응원 한마디가 나에게는 세상 전부였다.

소라는 내 앞에 라테를 내려놓으며 작업대 위 스케치를 들여다봤다.
“와, 이번에도 너무 예뻐요. 이 하늘색 유리 조각들 좀 보세요. 진짜 밤하늘 같아요.”
그녀의 눈빛은 항상 진심이었다. 적어도 그때까진 그렇게 믿었다.

“고마워. 밤하늘을 수놓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어.”
나는 수줍게 웃으며 답했다. 소라는 가끔 공방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복잡한 서류 작업이라든지, 새로운 재료를 찾아봐 주는 일 같은 것들. 덕분에 나는 오로지 오르골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항상 말했다. “미나 씨는 예술가잖아요. 그런 잡다한 일은 제가 다 할게요!”

그녀는 공방 한편에 놓인 작은 테이블에 앉아 내가 만든 오르골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만져보았다.
“아, 맞다. 미나 씨, 혹시 다음 주에 백화점에서 하는 플리마켓 나가볼 생각 없어요? 제가 알아봤는데, 자리도 좋고 반응도 꽤 괜찮을 것 같아서요.”

“백화점 플리마켓? 어… 나는 이런 작은 공방이 좋아서….”
나는 망설였다. 화려하고 번잡한 곳보다는 이곳, 작지만 아늑한 별똥별 공방이 나에게는 더 소중했다.

소라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래도 미나 씨 작품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 좋잖아요. 요즘 같은 시대엔 홍보도 중요하고요. 제가 다 알아보고 준비해 드릴 테니까, 미나 씨는 그냥 예쁜 오르골만 잔뜩 만들어 놓으면 돼요.”

그녀의 말에는 항상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 내가 망설이는 순간에도, 그녀는 이미 나의 성공을 그리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그럼… 소라 네가 그렇게까지 도와준다면야….”

“네! 당연하죠! 미나 씨는 제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제 꿈이니까요!”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껴안았다. 따뜻하고 진심이 담긴 포옹이었다.

그날도 소라는 한참을 공방에 머물며 플리마켓 부스 디자인부터 오르골 포장 아이디어까지, 열성적으로 이야기했다. 나는 그저 그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내 작업에 대한 그녀의 깊은 이해와 애정에 늘 감탄했다. 세상에 이렇게 나를 지지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내일 필요한 서류들 다시 한번 꼼꼼히 체크해봐야겠어요. 미나 씨는 오늘 일찍 들어가서 푹 쉬어요!”

소라는 문밖을 나서며 손을 흔들었다. 밤하늘엔 별똥별처럼 작은 별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나는 공방 불을 끄고 집으로 향하는 내내, 앞으로 펼쳐질 우리 공방의 밝은 미래를 꿈꿨다. 소라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

일주일 후. 백화점 플리마켓 전날, 소라에게서 연락이 왔다.
“미나 씨! 미안해요, 제가 갑자기 급한 집안일이 생겨서 내일 플리마켓에 못 갈 것 같아요….”

나는 순간 당황했다. “어? 그럼… 부스 준비랑 다 내가 혼자 해야 해?”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아는 알바생이 있는데, 그 친구가 급한 대로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오늘 저녁에 필요한 것들 다 정리해서 보내드릴게요. 미나 씨는 가서 예쁜 오르골만 팔고 오면 돼요!”

소라의 목소리에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조심하고, 나중에 이야기하자.”

다음 날 아침, 나는 잔뜩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백화점으로 향했다. 플리마켓이 열리는 층에 도착했을 때, 나는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내가 배정받은 부스는 저쪽 끝이었는데, 층 중앙에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익숙한 간판이 걸려 있었다.

‘별똥별 공방’.

내 눈을 의심했다. 똑같은 서체, 똑같은 별똥별 로고.
그것만이 아니었다. 부스에 진열된 오르골들은 내가 밤새워 만들었던 오르골들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아니, 흡사한 정도가 아니라, 이건… 내 디자인 그대로였다. 다만, 훨씬 더 화려하고, 훨씬 더 많은 종류로, 훨씬 더 규모가 크게 진열되어 있었다. 마치 내 공방이 거대하게 확장된 듯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건, 부스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소라.

내 심장이 발밑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가 하얘지고,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가는 듯했다.
나는 천천히, 마치 꿈속을 걷는 사람처럼 그 부스로 다가갔다.

“소라…?”

내 목소리는 겨우 쥐어짜낸 작은 속삭임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내가 아는 그 환한 미소가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얼음장 같은 차가움과 함께, 미세한 조롱이 깃들어 있었다.

“어머, 미나 씨? 여기까지 오셨네요?”
그녀의 목소리도 내가 아는 그 따뜻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낯설고, 낯설고, 낯설었다.

“이… 이건… 무슨…?”
나는 손가락으로 부스를 가리켰다.

소라는 피식 웃었다.
“아, 이거요? 새로운 ‘별똥별 공방’이에요. 제가 직접 등록하고, 제가 직접 브랜딩한. 어때요? 미나 씨의 것보다 훨씬 괜찮지 않나요?”

내 머릿속에 혼란스러운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알아봐 주고’ ‘도와주겠다’며 가져갔던 수많은 서류들. 공방의 사업자등록증 사본, 디자인 등록을 위한 도안들, 심지어 내 통장 사본까지… 그녀는 늘 ‘미나 씨는 작품만 만들면 돼요’라고 속삭였다.

“소라… 네가…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이건… 이건 내 거야…!”
내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플리마켓을 찾은 사람들이 우리를 힐끗거리기 시작했다.

소라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미안하지만, 지금 이 ‘별똥별 공방’은 제 거예요. 미나 씨는 그저… 제 아이디어에 영감을 준 사람 정도? 아, 그리고 미나 씨 공방이 쓰고 있는 그 로고… 제가 상표권 등록을 먼저 마쳤으니, 이제부터 사용하시면 안 될 거예요. 곧 내용증명이 도착할 테니, 그때 확인해 보시면 되겠네요.”

‘내용증명.’ 그 단어가 마치 칼날처럼 내 심장을 꿰뚫었다.
나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소라의 뒤편으로는 그녀가 고용한 직원들, 그리고 북적이는 손님들이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나를 덮쳐왔다.

내 세상은 산산조각 났다. 내가 꿈꾸던 모든 것이, 내가 믿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재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따뜻했던 햇살도, 반짝이던 별똥별도, 모두 거짓이었다.

그날 이후, 나의 ‘별똥별 공방’은 문을 닫았다. 소라는 내 모든 것을 훔쳐갔다. 나의 꿈, 나의 노력, 나의 친구… 그리고 나의 이름까지도.

어두운 공방에 홀로 앉아 깨진 유리 조각들을 쓸어 담았다. 흩어진 별빛 조각들이 내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갔다. 나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눈물은 이미 말라붙었다. 대신, 차갑고 단단한 무언가가 내 안에서 피어났다.

복수.

내 모든 것을 앗아간 자에게, 내 모든 것을 돌려줄 때까지.
나는 다시 별똥별을 쏘아 올릴 것이다.
이번엔 뜨겁게 타오르는 불덩어리가 되어, 모든 것을 태워버릴.
이것이 나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자의, 처절하고도 새로운 시작.
먼지 쌓인 별똥별이 다시 빛을 발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