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제12장: 야수들의 숲, 들불의 맹세**

습한 흙냄새와 희미한 연기, 그리고 땀 섞인 인간의 체취가 뒤섞인 동굴 안은 팽팽한 긴장으로 가득했다. 천장에 박아둔 횃불이 이따금 불꽃을 흔들며 거친 그림자를 드리웠고, 그 아래 모인 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둡고 지쳐 보였다.

“또 실패했소. 제국의 감시는 갈수록 삼엄해지고, 식량 보급로는 완전히 막혔어.”

수염이 성성한 무영이 한숨처럼 내뱉었다. 그의 투박한 손에는 낡은 지도가 들려 있었다. 지도의 한 귀퉁이에는 핏자국인지 흙탕물 자국인지 모를 얼룩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그 핏자국은 지난밤의 처참한 패배를 잊지 말라는 듯 섬뜩하게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럼 어쩌라는 겁니까? 이대로 굶어 죽으라는 말입니까? 아니면 싸우다 죽으라는 말이라도 하시는 겁니까?”

날카로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세라였다. 그녀는 머리를 짧게 잘라내고 허리에는 늘 날이 잘 선 단검을 차고 있었다. 굶주림과 분노로 눈이 이글거렸다. 제국의 병사들에게 가족을 잃은 지 꽤 되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그날의 불길을 품고 있었다.

“세라, 진정해라.”

무영이 나직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도 무력감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하준은 놓치지 않았다. 무영의 어깨에 드리운 그림자는 단순히 횃불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제국의 그림자였다.

강하준은 동굴 한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며칠 전 숲속에서 주워온 나뭇가지가 들려 있었다. 그는 그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복잡한 기호와 도형들. 이 시대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는 낙서에 불과하겠지만, 하준에게는 제국의 병력 배치도이자, 보급로 분석도였다. 그리고 그 위에는 미래의 역사가 새겨져 있었다.

‘이대로 가면, 열흘 안에 모두 굶어 죽거나, 제국군에 포위되어 전멸당할 거야.’

하준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기억하는 이 시간대의 역사는 그랬다. 제국력 512년, 평민들의 대규모 봉기가 일어났으나, 지독한 식량난과 정보 부족으로 인해 결국 허무하게 진압당하고 만다. 그리고 그 선봉에 섰던 무영과 세라는 끔찍한 고문 끝에 처형당했다. 하준은 그들의 고통스러운 마지막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준은 미래를 바꾸기 위해 이곳에 왔다. 과거로 돌아온 지 벌써 두 달. 그는 이들을 설득해야만 했다. 단순히 ‘미래를 안다’고 말해봤자 미치광이 취급만 받을 뿐이었다. 그는 ‘증명’해야 했다. 몇 번의 소규모 전투에서 그가 보여준 기묘한 예측력으로 겨우 그들의 의심을 잠재웠을 뿐, 아직 완전한 신뢰를 얻지 못한 상태였다. 지금은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했다.

“모두 들으시오! 제국은 다음 초승달이 뜨는 밤, 남쪽 감시탑 병력을 두 배로 늘릴 겁니다!”

하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동굴 안에 모인 이들의 시선을 일순간 집중시켰다. 웅성거리던 소리가 멎고, 모두의 눈이 하준에게로 향했다. 세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이봐, 꼬마. 또 무슨 헛소리야? 제국이 왜 갑자기 남쪽 감시탑 병력을 늘려? 그쪽은 원래 허술해서 우리가 드나들기 좋았던 곳인데!”

“허술해서 함정으로 만들 겁니다.” 하준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횃불보다 더 강렬한 빛을 띠고 있었다. “제가 아는 정보로는, 사흘 전 우리 쪽에 포섭되었던 밀정이 붙잡혔습니다. 그는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우리의 다음 작전 목표가 남쪽 보급로라는 것을 불었을 겁니다. 제국은 우리를 거기서 기다릴 겁니다. 기다렸다가, 모두를 한꺼번에 잡을 계획입니다.”

정적이 흘렀다. 무영은 하준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준은 몇 번의 작은 전투에서 기가 막힌 통찰력으로 제국군의 움직임을 예측해낸 적이 있었다. 그의 말이 늘 옳지는 않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때마다 그의 정보는 기적처럼 맞아떨어졌다.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큰 위험에 처한 거다.” 무영이 천천히 말했다. 그의 얼굴에 깊은 주름이 더 선명해졌다. “하지만 꼬마, 네가 그 정보를 어디서 알았는지 설명해야 할 것 아니냐?”

하준은 잠시 망설였다. ‘나는 미래에서 왔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저는… 오래된 기록을 봤습니다. 제국이 철저히 감춘, 과거 봉기 진압 작전의 기록을요. 그 기록 속에는… 다음 초승달 밤, 남쪽 감시탑에 함정을 파서 반란군을 유인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니까요.”

그는 ‘과거 봉기 진압 작전’이라는 거짓말을 꾸며냈다. 완벽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가 기억하는 미래의 역사는 곧 이 시점의 ‘미래’이자 ‘과거에 일어난 봉기’의 기록이었으니. 그는 한때 찬란했던 제국이 수백 년 후 어떻게 몰락하는지, 그리고 그 몰락의 과정에서 어떤 반란들이 스쳐 지나갔는지 상세히 알고 있었다.

세라는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었지만, 무영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그의 눈빛 속에는 체념과 함께 한 줄기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절박함이 엿보였다.

“기록…이라.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네 예측은 늘 상식을 벗어나면서도 기묘하게 맞아떨어지곤 했지.” 무영은 턱수염을 쓸어 올렸다. “그럼, 꼬마. 네 말대로 제국이 남쪽 감시탑에 병력을 증강할 거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이냐?”

하준은 흙바닥에 그려놓았던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희는 제국이 상상도 못 할 곳을 노려야 합니다.”

동굴 안에 모인 이들의 시선이 하준의 손끝을 따라갔다. 흙바닥에는 복잡한 산맥 지형이 그려져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작은 점 하나가 찍혀 있었다. 제국 수도 ‘알리온’을 감싸는 거대한 산맥, 그중에서도 가장 험난하고 길이 없다고 알려진 ‘검은 독수리 봉우리’였다. 전설에 따르면 그곳에는 날카로운 바위 틈새에 둥지를 튼 검은 독수리 떼 외에는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다고 했다.

“검은 독수리 봉우리라고? 미쳤군! 거기는 짐승들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곳이야! 제국군도 그쪽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세라가 소리쳤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갈 겁니다.” 하준의 눈이 빛났다. 그의 시선은 마치 그 험준한 산맥 너머의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제국이 신경 쓰지 않는 곳은 곧 그들의 맹점입니다. 이 봉우리의 북동쪽 경사면에는 수백 년 전 버려진 광산이 있습니다. 제국은 그 광산이 무너져 폐쇄된 줄로만 알고 있죠. 하지만 제가 찾아낸 옛 지도에 따르면, 그 광산은 깊은 지하수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하수로는… 알리온 수도의 하수도와 이어져 있습니다.”

동굴 안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단순한 놀라움을 넘어선 경외감마저 감돌았다. 무영의 눈빛이 흔들렸다. 지하수로를 통해 수도 내부로 침투한다는 것. 그것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너무나 위험하고, 너무나도 허황된 꿈처럼 들렸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목마른 이에게 비할 바 없는 달콤한 물처럼.

“그럼… 수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냐?” 한 병사가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네.”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리온 지하 깊숙이 잠입해서, 그들이 가장 방심할 때 움직이는 겁니다. 이번에 우리가 노릴 것은 식량이 아닙니다.”

“그럼 뭔데?” 세라가 날카롭게 물었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하준은 천천히 동굴에 모인 모두를 둘러봤다. 그들의 눈에는 의심, 희망, 그리고 절박함이 뒤섞여 있었다.

“정보입니다.” 하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제국 수도에는 각 지방의 재정 보고서, 병력 배치도, 그리고 각 귀족의 비리 장부가 보관된 비밀 금고가 있습니다. 그것을 탈취해야 합니다. 그 정보는 제국을 뿌리부터 뒤흔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겁니다. 그리고… 그걸 얻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숲속에서 숨어 지내는 들쥐가 아닌, 제국을 무너뜨릴 불꽃이 될 겁니다.”

무영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하준의 제안은 미친 짓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천천히 말라죽을 뿐이었다. 모 아니면 도. 그의 눈빛이 결의로 물들기 시작했다. 늙었지만, 그의 심장은 여전히 뜨거웠다.

“검은 독수리 봉우리… 수백 년 전 폐광이라….” 무영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꼬마, 만약 네 말이 틀린다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

“죽는 것은 같을 겁니다. 하지만 의미가 달라지겠죠.” 하준은 무영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시선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굶어 죽거나 싸우다 죽는 것이 아니라, 제국에 비수를 꽂고 죽는 겁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바꾸는 불씨가 되는 겁니다.”

세라가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자신의 단검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눈빛에 다시 불길이 타올랐다. 그녀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다.

“좋아! 난 간다! 어차피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라면, 저 빌어먹을 제국 놈들 심장에 칼날이라도 박아주고 죽겠어!”

세라의 외침에 동굴 안에 모인 병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여전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새로운 희망과 함께 복수심이 타올랐다. 무영은 그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비장한 미소가 번졌다.

“좋다! 이 미친 계획에 올라타겠다. 꼬마, 네가 말한 폐광과 지하수로를 찾아낼 수 있겠나?”

“네.” 하준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길은 험난할 겁니다. 제대로 된 장비도, 숙련된 지하 탐색가도 없습니다. 저희는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 며칠 밤낮을 새워 수도로 향하는 경로를 개척해야 할 겁니다. 아마도 돌아오지 못할 각오를 해야 할 겁니다.”

무영은 동굴에 모인 반군들을 둘러봤다. 지치고 굶주렸지만, 그들의 눈빛은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들불처럼 이글거렸다. 두려움 속에서도 감히 상상조차 못 했던 거대한 계획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모두 들으시오! 이제부터 강하준이 우리의 선봉장이 될 것이다! 우리는 검은 독수리 봉우리를 넘어, 제국의 심장부에 칼날을 꽂을 것이다! 놈들의 비리를 폭로하고, 감춰진 진실을 세상에 드러낼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식량을 얻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 제국의 탐욕에 맞서는 정의의 들불이 될 것이다!”

무영의 목소리가 동굴을 가득 채웠다. 병사들은 환호했고, 그들의 외침은 동굴 밖 숲속으로 울려 퍼졌다. 하준은 그들의 얼굴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래, 시작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바꿀 거야. 너희는 절대로 허무하게 죽지 않아. 이 들불은 제국을 불태울 거다.’

그의 심장이 강하게 뛰었다. 미래를 바꾸기 위한 그의 첫걸음이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횃불의 불꽃이 거친 숨소리처럼 흔들리며, 어둠 속에서 들불의 서막을 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