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힐링 애니메이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달 그림자 제과점」의 낡은 나무 문이 삐걱이며 닫히는 소리가 밤의 정적을 갈랐다. 이준은 오븐에서 갓 구운 호밀빵을 꺼내 식힘망에 올리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빵 굽는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지만, 어쩐지 그의 마음 한편은 서늘했다. 오늘도 그녀는 올까.

가게 안은 밤늦도록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이 뒤섞여 아늑했지만, 이준의 눈에는 그 모든 익숙한 풍경 위로 미묘한 불안감이 맴도는 듯했다. 창밖은 이미 짙은 어둠에 잠겨 별 하나 보이지 않았다. 가끔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만이 고요를 깨뜨릴 뿐이었다.

그때였다. 창문 너머로 희미한 그림자가 스쳤다. 이준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착각일까? 하지만 곧 그의 가게 문이 아주 미세하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 소리 같기도, 숨소리 같기도 한 작은 소리.

그리고 그녀가 들어섰다.

리나.

그녀는 언제나처럼 소리 없이, 마치 공기처럼 스며들듯 나타났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에는 밤이슬이 맺혀 반짝였고, 새하얀 뺨은 차가운 밤공기 때문인지 살짝 붉었다. 옅은 달빛조차 없는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숲 속 깊은 곳의 샘물처럼 투명하게 빛났다.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만큼 위험했다.

“늦었네, 리나.”
이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부드러웠다. 오븐에서 막 꺼낸 달콤한 밤 파이를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빵이었다.

리나는 아무 말 없이 테이블에 앉았다. 이준은 그녀의 앞에 따뜻한 캐모마일 차를 놓아주었다. 차에서 피어나는 김이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잠시 가렸다.

“오늘 밤은 유난히 차가웠어요.”
리나의 목소리는 숲 속 바람 소리 같았다. 가늘고 섬세했지만, 묘한 힘이 있었다. 그녀의 눈은 갓 구운 밤 파이를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 시선은 파이 너머 어딘가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이준은 맞은편에 앉아 그녀를 마주 보았다. 서로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앉아 같은 온기를 나누는 이 순간이 그에게는 기적 같았다. 동시에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 조각 같았다.

“숲은 괜찮았어?”
이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물음에 리나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 투명한 샘물 같은 눈동자 안에 뭔가 거대한 슬픔이 일렁이는 것을 이준은 놓치지 않았다.

리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작은 조각을 떼어 입에 넣었다. 달콤한 밤 파이의 향이 입안에 퍼지자 그녀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점점 더 추워지고 있어요.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서는 얼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말은 마치 시 같았다. 이준은 그녀가 말하는 ‘숲’이 단순히 나무와 풀이 우거진 곳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녀의 세상은, 그가 발붙이고 선 이 땅과는 다른, 다른 규칙과 존재들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얼음꽃이라니… 아직 가을인데.”
이준이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리나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이준의 눈과 마주쳤다. 그녀의 눈동자 속 샘물이 일렁이며, 아주 잠깐, 미묘한 녹색 빛이 감돌았다. 이준은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리나는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가늘고 긴 손가락. 그녀의 손등에 희미하게 나뭇잎 모양의 문양이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마치 피부 아래에서 연한 초록빛 핏줄이 돋아나는 듯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준.”
리나의 목소리가 숲 속 바람처럼 흔들렸다.

이준의 심장이 다시 한번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 ‘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의 만남이 지속될 수 있는 한계, 그녀가 이 세상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 혹은… 그들의 관계가 더 이상 비밀이 아닐 순간.

“무슨 일인데?” 이준은 애써 침착하게 물었다.

리나는 고개를 숙였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파도처럼 흘러내려 얼굴을 가렸다.

“숲의 가장자리… ‘경계’가 옅어지고 있어요. 이쪽 세상의 사람들이 그 존재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경계. 숲과 인간 세상 사이의 보이지 않는 장벽. 그 경계가 옅어진다는 것은 곧 숲의 존재가 인간 세상에 노출될 위기에 처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숲의 수호자 중 하나인 리나가 있었다. 인간 세상의 ‘달 그림자 제과점’에 드나드는 리나.

“그럼… 네가 위험해지는 거야?”
이준의 목소리에 불안감이 묻어났다.

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뿐만이 아니에요. 숲 전체가 흔들리고 있어요. 그리고… 숲의 장로들이…”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이준은 짐작할 수 있었다. ‘장로들’은 분명 리나의 ‘일탈’을 주시하고 있을 터였다.

이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리나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으려다 멈칫했다. 감히 그의 손으로 닿을 수 없는 신성한 존재인 것 같아서.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연약해 보이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싶었다.

“괜찮아, 리나. 내가…”

그때였다.

쨍그랑!

가게 밖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 조각이 바닥에 부딪히는 듯한 섬뜩한 소리. 이준과 리나는 동시에 몸을 굳혔다.

이준은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분명히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밖에는 아무도 없어야 했다.

하지만 가게 안으로 스며드는 차가운 공기. 마치 누군가 문을 강제로 열었다가 닫은 것처럼, 갑작스러운 한기가 발끝부터 타고 올라왔다. 빵 굽는 따뜻한 온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리나는 더 이상 밤 파이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활짝 열린 채, 문 너머의 어둠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 투명한 눈동자가 이번에는 옅은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깊은 바다를 보는 듯한 색이었다.

“그들이… 저를 찾아온 것 같아요.”
리나의 목소리는 마치 얼음 결정이 부서지는 것처럼 차갑고 단호했다.

이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가게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그림자는 없었다. 하지만…

가게 문고리에, 녹색 이끼가 엉겨 붙은 나뭇가지 하나가 걸려 있었다. 나뭇가지 끝에는 뾰족한 가시가 돋아 있었다.

숲의 경고.

아니, 숲의 그림자.

리나의 손이 이준의 손을 덮었다.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묘한 온기가 전해졌다.

“준…”
그녀의 눈빛은 불안과 동시에 결의에 차 있었다.

밖에서 바람 소리가 아닌, 무언가 긁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나무뿌리가 땅을 파고드는 것 같은, 섬뜩하고 불쾌한 소리였다.

그 소리는 점점 더 가게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준은 리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이 달 그림자 제과점은 더 이상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그들의 ‘금지된’ 사랑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그리고 그 시험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가게 문 밖에서, 더욱 격렬한 긁힘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