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잿빛 먼지가 가득한 폐허의 심장부. 지후는 낡은 건물 잔해 사이에서 몸을 낮추고 숨을 골랐다. 망원 스코프로 훑어본 국립 중앙 자료원의 외벽은 검게 그을려 있었고, 텅 빈 눈동자처럼 부서진 창문들은 먹구름 낀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때 지식의 보고였던 곳은 이제 거대한 무덤처럼 침묵만이 감돌았다.

“확실해, 수아?” 지후가 무전기에 대고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먼지 먹은 공기 속으로 사라질 듯 희미했다.
“어. 마지막 좌표가 여기를 가리켜. 2구역의 생존자들은 여기서 뭔가 찾았다고 했어. 정보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들이 필요로 했던 다른 걸 수도 있고.” 수아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침착했지만, 미묘한 긴장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지후의 등 뒤, 무너진 버스 잔해 옆에 숨어 있었다.
“위험 부담이 너무 커. 이 구역은 ‘심연’이 가장 활발한 곳이야.” 지후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왔지. 다른 놈들이 못 들어가는 곳이니까.” 수아는 짧게 답하고는 가방에서 스캐너를 꺼내들었다. “외부 반응은 없어. 진입로를 찾자.”

그들은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침투했다. 썩은 종이 냄새, 곰팡이 냄새,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덮는 듯한 묘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지후는 개조된 소총을 든 채 앞장섰고, 수아는 손전등으로 주변을 비추며 바닥을 살폈다. 붕괴된 통로를 지나 거대한 열람실에 들어서자, 수십 미터 높이의 천장은 대부분 무너져 내려 있었고, 널브러진 책들과 뒤틀린 철골들이 기이한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이거 봐, 지후.” 수아가 발밑을 가리켰다.
두껍게 쌓인 먼지 위에 선명한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며칠 되지 않은 듯한, 그들의 전투화와는 다른 형태의 흔적이었다.
지후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우리 말고 다른 놈들이 먼저 왔었군. 그것도… 꽤 최근에.”
“아니, 어쩌면 아직 안에 있을지도 몰라.” 수아는 손전등 불빛을 좌우로 흔들었다. 넓은 열람실은 책장들이 쓰러지고, 책들이 널브러져 폐허 그 자체였다.
그때, 수아의 손전등이 한쪽 구석을 비췄다. 흙먼지로 뒤덮인 커다란 원목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상자. 그것은 주변의 모든 것과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도 깨끗한 모습이었다. 낡았지만 잘 관리된 것처럼 보였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그곳에 놓아둔 것처럼.

지후는 천천히 상자에 다가갔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분명 함정일 수도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비어 있었다.
“함정인가?” 수아가 경계하며 물었다.
지후는 상자의 안쪽 면을 살펴보았다. 바닥에 희미하게 눌린 자국이 보였다. 뭔가가 들어 있었던 흔적. 그리고 상자 뚜껑 안쪽에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알아볼 수 없는 기호와 함께, 마치 조각하듯 섬세하게 파여 있었다. 낡은 상자에 비해 글씨는 놀랍도록 선명했다.

그때, 멀리서 ‘철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였다.
지후와 수아는 동시에 몸을 낮췄다.
“무슨 소리야?” 수아가 속삭였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멀지 않아.” 지후는 총구를 소리가 난 방향으로 겨눴다. 2층에서 들린 소리였다.

그들은 소리 없이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은 대부분 부서져 있었고, 삐걱거리는 마루를 밟을 때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듯했다. 복도에는 책장들이 무너져 내려 길을 막고 있었다. 거미줄과 먼지가 자욱했고, 간간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정적을 깼다.

2층의 열람실은 1층보다 더 심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천장의 일부가 무너져 내렸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이 먼지 속에서 춤을 추었다.
수아가 벽에 붙어 한쪽을 살폈다. “아무도 없어… 하지만 뭔가 이상해.”
그녀의 손전등이 바닥을 비췄다. 찢겨진 책들 사이로 무언가가 반짝였다. 녹슨 철제 도구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붉은 자국. 피였다. 끈적하고 어두운 색깔. 오래되지 않은 흔적이었다.

지후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이건… 최근이야. 게다가… ‘심연’의 피는 아니군.”
‘심연’이라 불리는 변이 생명체들은 검은색 액체를 흘렸다. 이 피는 인간의 것이 분명했다.
그때, 천장에서 ‘쿠구궁!’ 하는 굉음과 함께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져 내렸다. 둘은 동시에 벽 쪽으로 몸을 피했다.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그리고 그 먼지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두 개의 눈동자가 지후를 응시했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뼈와 살이 뒤틀린, 기괴한 형체의 그림자였다. 등에는 거대한 낫 같은 팔이 돋아나 있었고, 놈의 숨소리는 짐승의 으르렁거림에 가까웠다.

‘쉬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괴생명체가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지후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어 발사했다. ‘탕! 탕!’ 총성이 폐허를 뒤흔들었다. 괴물의 몸에서 검은 피가 튀었다. 하지만 놈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빠르게 지후에게 달려들었다.
수아가 ‘지후!’ 하고 외치며 다른 방향에서 소음기 권총을 난사했다. ‘팟! 팟! 팟!’
괴물은 마치 거미처럼 사방의 벽을 타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듯, 섬뜩한 움직임이었다.
지후는 간신히 놈의 낫 같은 발톱을 피하며 총알을 퍼부었다. 놈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그는 수아의 손을 잡고 무너진 책장 뒤로 몸을 숨겼다.

“젠장, 이런 건 예상 못 했는데.” 지후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놈은… 놈은 우리를 알고 있는 것 같았어.” 수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괴물의 날카로운 발톱이 책장을 찢으며 들어왔다. ‘서걱!’
그때, 지후의 눈에 책장 뒤편, 무너진 벽 사이로 드러난 틈이 보였다. 그 틈 속은 어두웠지만, 뭔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푸른빛이었다.
그는 망설일 틈도 없이 수아를 끌고 틈 속으로 뛰어들었다.

좁고 어두운 통로였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낡은 선반들과 고문서 더미뿐이었다. 빛나는 것은 통로 끝, 바닥에 놓인 낡은 금속 상자였다. 상자는 작았지만, 그 푸른빛은 모든 어둠을 삼키는 듯 강렬했다. 그리고 상자 옆에 쓰러져 있는, 해골처럼 바싹 마른 인간의 시신.
시신은 낡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굳게 쥐어진 낡은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지후가 조심스럽게 종이를 펼치자, 거기에는 알아볼 수 없는 기호들과 함께 단 하나의 단어가 피로 쓰여 있었다.

‘배신.’

그리고 그 순간, 뒤에서 통로 입구를 막았던 책장이 ‘콰앙!’ 하는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먼지가 모든 것을 뒤덮었다. 그들은 갇혔다.
괴물의 울부짖음이 먼지 속에서, 마치 그들의 바로 코앞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지후는 종이를 든 채 굳었다. 배신? 누가, 무엇을?
그리고 시신 옆, 빛나던 금속 상자에서 ‘찌릿!’ 하는 불빛과 함께, 알 수 없는 전파음이 ‘삐이이-‘ 하고 울리기 시작했다. 상자 안쪽에는 낡은 액정 화면이 빛나고 있었고, 그 화면에는 알 수 없는 그래프와 함께 누군가의 얼굴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 마치 오래된 홀로그램처럼.

“이게… 대체 뭐야?” 수아의 목소리가 전파음에 묻혔다. 그들의 등 뒤에서는 괴물의 발톱이 통로의 잔해를 긁는 소리가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탈출구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