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복도 끝, 비상 탈출 포트 뒤편의 낡은 격벽. 먼지 낀 비상등 하나가 깜빡이며 희미한 빛을 토해냈다. 금속의 삭막한 냄새와 알 수 없는 화학약품의 잔향이 묘하게 뒤섞인 이곳은, 거대한 우주선 ‘아크스텔라 호’의 가장 깊고 잊힌 부분이었다. 질서와 규율로 완벽히 통제되는 이 함선에서, 이곳만큼은 시간마저 멈춘 듯했다.

엘라라는 숨죽인 채 주위를 살폈다. 심장이 거칠게 쿵쾅거렸다. 이 복도에 발을 들이는 것 자체가 중죄였다. 그녀의 심장만이 아니라, 온몸의 세포들이 불안에 경고음을 보내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곳에 와야만 했다. 그를 만나야만 했다.

그림자 속에서 불현듯 존재감이 나타났다. 육중한 실루엣,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마치 보석 같은 피부. 칼. 그의 이름이 엘라라의 정신 속에 부드럽게 울렸다. 굳이 소리 내어 말할 필요 없는, 그들 종족 고유의 소통 방식이었다. 사이너스 종족. 그들은 단단하고 아름다운 결정체 피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피부의 색은 그들의 감정 상태를 그대로 반영했다. 그리고 그들은 결코 타 종족과의 접촉을 허락하지 않았다.

“칼… 위험해.” 엘라라는 겨우 목소리를 냈다. 그녀의 숨결이 차가운 복도 공기에 희미하게 흩어졌다.

[위험을 알면서도 너를 보러 왔다, 엘라라.] 칼의 목소리는 그녀의 정신 속에서 평온했으나, 그의 팔뚝을 덮은 짙은 청색의 결정 피부는 미세하게 흔들리며 붉은 기운을 띠는 듯했다. 불안, 혹은 갈망의 색.

“젠장, 함선 감찰단이… 순찰을 강화했대.” 엘라라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싸늘한 금속 벽을 짚었다. “만약 우리가 여기서 발각되면….”

[알아.] 칼의 피부색은 더욱 짙어져 거의 검붉은 색에 가까워졌다. [숙청. 그들의 방식대로.]

아크스텔라 호는 다양한 종족이 모여 우주를 탐사하는 연합 함선이었다. 하지만 그 연합은 엄격한 계층과 질서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사이너스 종족은 가장 고립적이고, 자신들의 순혈주의를 광적으로 고집했다. 그들에게 타 종족과의 육체적 접촉은 곧 오염이자 반역이었다. 사이너스 종족의 고위 전사인 칼과, 우주선 항해사 엘라라의 관계는 용서받을 수 없는 금기를 넘어선 것이었다.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야 해?” 엘라라의 눈에 눈물이 어렸다. 그녀는 불안했다. 매일 밤 훔치듯 나누는 이 순간들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동시에, 그의 정신 속 목소리와 피부의 색깔 변화에서 느껴지는 깊은 애정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칼은 조용히 엘라라에게 다가섰다. 그의 육중한 몸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는 엘라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차가운 결정 피부 너머로 느껴지는 온기. 이 온기가 우리를 불태울 수도 있겠지, 엘라라는 생각했다.

[어디든.] 칼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의 손길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떨림이 엘라라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의 피부는 이제 붉은색과 보라색이 뒤섞여 마치 석양처럼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 순간, 저 멀리서 규칙적인 금속 발소리가 들려왔다. 엘라라의 몸이 굳었다. 감찰단이었다. 함선의 최고 규율 집행자들. 그들은 그림자 속에서 모든 금기를 감시하고 있었다.

“젠장….” 엘라라는 벽에 바짝 몸을 붙였다.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칼의 피부는 이제 거의 투명할 정도로 창백해졌다. 공포의 색. 그는 엘라라를 자신의 육중한 몸 뒤로 숨겼다. 그의 단단한 결정 피부가 방패처럼 느껴졌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엘라라는 숨을 멈췄다. 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순간, 복도 모퉁이에서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감찰단원의 실루엣이 스쳐 지나갔다. 정찰 로봇이었다. 규칙적으로 순찰하는 무인 감찰 드론. 그것은 마치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 사람의 은신처를 스쳐 지나 멀어져갔다.

엘라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칼의 피부색이 다시 원래의 청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돼, 엘라라.] 칼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그 안에는 결연함과 함께 깊은 절망이 섞여 있었다. [우리는….]

“무슨 뜻이야?” 엘라라의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곳을 떠나야 해.] 칼의 눈동자가 빛났다. 짙은 청색 결정의 심연에서, 미지의 불꽃이 타오르는 듯했다. [이 함선 밖으로. 우리가 안전할 수 있는 곳으로. 방법을 찾아야만 해.]

엘라라는 칼의 눈을 응시했다. 함선 밖으로? 이 거대한 아크스텔라 호를 떠나 미지의 우주로? 그것은 단순한 탈출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들의 사랑을 위해 우주 전체를 상대로 싸우겠다는 맹세나 다름없었다. 그녀의 심장이 다시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불안이 아닌, 새로운 희망과 무모한 용기로.

그들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마주쳤다.
금지된 사랑의 불꽃이, 이제 미지의 은하계 속으로 번져나가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