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웹툰] 벽해궁 비단검 살인사건 (1화)

**[1화. 밀실의 속삭임]**

**[장면 1]**
**배경:** 짙푸른 새벽안개가 걷히는 벽해궁(碧海宮).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기와지붕들이 안개 사이로 드러나며 신비롭고도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트린다.

**나레이션 (도훈):**
그날 아침, 벽해궁은 평소와 다른 기운에 휩싸여 있었다.
고요함 속에 숨겨진 불안.
찬란한 푸른 기왓장 아래, 차가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이었다.

**[장면 2]**
**배경:** 벽해궁 깊숙한 곳, 은월검(銀月劍) 사부의 서재 앞.
**인물:** 도훈(Dohun, 20대 초반, 벽해궁 수비대 일원. 진지하고 우직한 인상), 설하(Seolha, 20대 중반, 단정하지만 약간 흐트러진 차림, 표정 없는 얼굴, 눈빛만은 예리하다). 주변에 문주(Munju), 장태 총관(Jangtae, Chonggwan), 예린(Yerin) 등 몇몇 문파 사람들이 초조하게 서 있다.

**도훈:** (설하의 옆에 서서 속삭이듯) 설하 님. 정말 이 시골 궁까지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명성이 자자하시던데…

**설하:** (표정 변화 없이, 서재 문을 훑어보며) ‘밀실 살인’이라는 말에 마음이 동했을 뿐. 세상에 완벽한 밀실은 없지.

**도훈:** (눈을 휘둥그레 뜨며) 하지만 문주님께서 직접 확인하신 결과입니다. 문은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고, 창문은 쇠창살에 더해 모두 안쪽에서 봉인되어 있었답니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완벽한 밀실…

**장태 총관:** (거친 목소리로 끼어들며) 젊은 양반,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어서 안으로 들어가보시오! 벽해궁의 명예가 걸린 일이니!

**문주:** (차분하게) 장 총관. 설하 님께 무례하게 굴지 마시오. 설하 님은 이미 강호에 수많은 난제를 해결한 분. 이곳의 답답한 분위기를 이해해주시오.

**예린:** (창백한 얼굴로, 눈시울이 붉어진 채) 제 스승님의 원혼이 편히 잠드실 수 있도록, 부디 범인을 찾아주십시오…

**설하:** (예린을 힐끗 보더니 다시 문으로 시선을 돌린다) 문이 안에서 잠겼다면, 시신은 문을 열어줄 수 없었을 테고.

**장태 총관:** 당연한 소리를! 결국 문을 부수고 들어갔소!

**설하:** (고개를 끄덕인다) 시신은 발견 당시 어디에 있었지?

**문주:** 서재 책상에 엎어져 있었소. 심장에 단 한 번의 깨끗한 상처가 나 있었지. 주변에 흉기는 없었고.

**설하:**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흠… 그렇군. 그럼, 문을 열어주시겠습니까?

**[장면 3]**
**배경:** 은월검의 서재 내부. 묵직하고 고풍스러운 가구들, 벽 가득한 책들, 그리고 중앙의 거대한 책상.
**인물:** 책상에 엎드려 쓰러진 은월검의 시신. 피가 흥건히 배어 있지만, 주변은 비교적 정돈되어 있다.

**나레이션 (설하):**
피와 죽음의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나는 익숙한 듯 무심하게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 어떤 완벽한 밀실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
인간이 만든 것은, 반드시 틈이 있기 마련이다.

**도훈:** (경악한 표정으로 시신을 보며) 맙소사… 은월검 사부님께서…

**설하:** (말없이 방안을 꼼꼼히 살핀다. 시신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벽, 천장, 바닥, 창문, 문틀 하나하나를 천천히 응시한다. 그의 눈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날카롭다.)

**[장면 4]**
**배경:** 설하가 창문 쪽으로 다가가 쇠창살과 봉인된 흔적을 확인한다. 손가락으로 창문 틈새를 훑어본다.

**장태 총관:** (뒤따라 들어오며) 보시오! 이 창문은 안에서 굳게 봉인되어 있어! 사람 한 명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드나들 수 없지!

**설하:** (아무 대꾸 없이 창문 아래 놓인 작은 찻상을 손가락으로 쓸어본다. 먼지가 거의 없다. 은월검이 자주 앉아 차를 마시던 자리인 듯하다.)

**[장면 5]**
**배경:** 설하가 서재의 문으로 돌아온다. 문을 부쉈던 흔적이 보인다. 그는 부서진 문틈이나 경첩이 아닌, 문의 맨 아랫부분, 문턱과 문 사이의 미세한 틈에 시선을 고정한다.

**설하:** (말없이 허리를 굽혀 문턱 부근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틈새가 느껴진다.)

**도훈:** (설하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설하 님, 무엇을 찾으십니까? 문이 파손된 부분은… 이미 저희가 다 확인했습니다. 안에서 잠긴 흔적이 확실하고요.

**설하:** (작게 읊조린다) 안에서 잠겼다… 완벽한 밀실…

**설하:** (문턱과 문 사이를 유심히 살피더니, 문틀을 손으로 가볍게 두드려본다. 묵직한 소리가 난다.)

**[장면 6]**
**배경:** 시신이 있는 책상으로 시선을 옮긴 설하.
**인물:** 은월검은 책상에 엎드려 있고, 그의 손에는 붓이 쥐어져 있다. 옆에는 펼쳐진 두루마리 도면과 복잡한 기계 장치 부품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마치 뭔가에 몰두하다가 기습당한 듯한 모습이다.

**설하:** (책상 위의 도면을 유심히 본다) 은월검께서는 생전에 정교한 기계 장치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들었네.

**문주:** (놀란 표정으로) 그렇소. 특히 복잡한 퍼즐이나 자물쇠 장치에 조예가 깊으셨지. 심지어 자신의 서재 문에도 평범한 자물쇠 대신 독자적인 잠금장치를 만드셨을 정도였소.

**설하:** (고개를 끄덕인다) 그 자물쇠는… 외부에서 조작할 수 있는가?

**장태 총관:** 천만에! 그 자물쇠는 오직 안에서만 잠그고 열 수 있도록 고안되었소. 은월검 사부님이 워낙 은둔 생활을 즐기셔서…

**설하:** (은월검의 손에 쥐어진 붓과 펼쳐진 도면, 그리고 흐트러지지 않은 책상의 다른 물건들을 쭉 훑어본다.)

**나레이션 (설하):**
시신은 어떤 격렬한 저항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자신이 무엇에 죽는지도 모른 채, 단번에 당한 듯.
그렇다면 범인은 내부인이거나, 혹은…

**[장면 7]**
**배경:** 설하가 다시 문턱 쪽으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아예 바닥에 쪼그려 앉아 문의 아랫부분을 손전등으로 비춘다.

**설하:** (손전등 빛이 문과 문턱 사이의 아주 미세한 틈새를 따라 움직인다. 빛이 닿는 순간, 그 틈 사이로 아주 희미하고 가느다란 흠집이 보였다 사라진다. 너무나도 미세해서 평소에는 절대로 눈치챌 수 없는 흔적이다.)

**도훈:** (옆에서 내려다보며) 설하 님? 뭔가 발견하셨습니까?

**설하:** (미소 없이, 낮은 목소리로) 완벽한 밀실이란 없다… 인간이 만든 것에는 반드시 빈틈이 있기 마련.

**나레이션 (설하):**
그리고 그 빈틈을 이용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었다.
보이지 않는 틈새, 보이지 않는 칼날.

**[장면 8]**
**배경:** 설하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의 눈빛이 차갑게 번득인다.
**인물:** 문주, 장 총관, 예린 등이 설하의 얼굴을 주시한다. 그들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해 초조해 보인다.

**설하:** (모두를 둘러보며) 밀실은 깨졌다. 아니, 애초에 밀실은 존재하지 않았군.

**장태 총관:** (버럭) 무슨 엉뚱한 소리요! 눈으로 보고도 밀실이 아니라고 할 참이오?!

**설하:** (장 총관을 무시하고, 예린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예린 낭자. 은월검께서는 평소 어떤 무예를 연마하셨지?

**예린:** (당황한 기색으로) 스승님께서는 ‘빙백신검(氷白神劍)’을 연마하셨습니다. 허나… 그것이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설하:** (말을 끊으며) 빙백신검은 검기(劍氣)를 얼음처럼 응축시켜 사용하는 무예. 허나… 낭자가 익힌 것은 무엇이지?

**예린:** (얼굴이 새하얘진다. 목소리가 떨린다) 저는… 저는 스승님께 ‘비단검술(緋緞劍術)’을 사사받았습니다… 강하고 날카로운 비단을 다루는 검술입니다…

**설하:**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비단검술. 아주 가늘고 섬세하며, 날카로운 것을 다루는 무예. 마치… 문틈으로도 오갈 수 있을 정도로 가느다란 칼날을.

**나레이션 (도훈):**
그의 말에,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제야 예린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장면 9]**
**배경:** 설하가 서재의 문을 가리킨다.

**설하:** (나직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은월검께서는 서재 안에서, 그 누구의 침입도 받지 않은 채 돌아가셨다. 범인은 결코 이 방 안에 들어서지 않았으니까.

**설하:** 범인은… 그저 문 밖에 서서, 이 미세한 틈으로 자신의 칼날을 밀어 넣었을 뿐.

**설하:** (손가락으로 문턱과 문 사이의 틈을 가리키며) 이 틈새로. 마치 한 올의 비단처럼 가늘고 날카로운 칼날을. 은월검께서는 늘 이 책상에 앉아 계셨고, 그 칼날은 정확히 심장을 꿰뚫었다.

**설하:** (예린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리고 살인이 끝난 후, 그 ‘비단검’은 조용히 다시 밖으로 회수되었겠지.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예린:**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지며, 뒷걸음질 친다. 그녀의 눈은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하다. 감히 반박할 수 없는 명확한 증거에 그녀의 굳건했던 가면은 무너져 내린다.)

**나레이션 (설하):**
결국, 완벽한 밀실이란 없다.
오직 완벽해 보이는 착각만이 있을 뿐.
그리고 그 착각을 만들어내는 것은…

**[장면 10]**
**배경:** 설하의 얼굴 클로즈업. 그의 눈은 여전히 차갑지만, 모든 것을 꿰뚫어 본 자의 고요한 확신이 깃들어 있다.

**나레이션 (설하):**
…인간의 욕망이다.

**예린:** (무릎을 꿇고 주저앉으며, 흐느낌과 함께 억울함인지 절망인지 모를 비명을 지르려 한다) 으으아아아아…!

**[장면 11]**
**배경:** 설하가 시신 쪽으로 다시 시선을 던진다.
**인물:** 죽은 은월검의 얼굴은 평온하다. 그는 아마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아끼던 제자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레이션 (도훈):**
그렇게 벽해궁을 뒤흔든 밀실 살인 사건은,
천재적인 탐정의 날카로운 눈빛과 추리 앞에
한낱 비단 칼날의 흔적을 남긴 채 진실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비단 칼날에 담긴 독은…
아직 풀리지 않은 채, 차가운 궁궐에 남아있었다.


**[1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