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우주선 갤럭시아 호가 장엄한 은하수를 가로질렀다. 거대한 선체는 수십 개의 빛나는 창들을 품고 있었고, 그 창들 너머로 보이는 심우주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초고밀도 에너지 코어가 뿜어내는 푸른 빛이 함선 꼬리에서 길게 뻗어 나가며, 우주의 암흑에 찰나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갤럭시아 호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움직이는 도시이자, 우주를 유영하는 궁전이었다. 최고급 사교 클럽, 중력 정원, 홀로그램 극장, 그리고 미슐랭 스타를 받은 셰프들이 요리하는 레스토랑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설계되어, 승객들은 광활한 우주 속에서도 지상의 안락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곳의 승객들은 모두 각 분야에서 정점에 이른 인물들이었다. 억만장자 기업가, 행성 연합의 고위 외교관, 명망 높은 과학자들. 그들은 비즈니스나 외교, 혹은 단순한 휴식을 위해 갤럭시아 호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카일 펜드라곤’도 있었다. 그는 비록 높은 지위를 가진 이는 아니었으나, 그 이름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수군거렸다. ‘해결사’, ‘탐정’, 혹은 ‘천재’라는 수식어가 늘 그를 따라다녔다.

카일은 선상 도서관의 가장 구석진 자리에서 홀로그램 데이터패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미세한 에너지를 흘려보내 페이지를 넘기며, 그는 한 권의 고전 철학서를 읽는 중이었다. 우주의 고요가 그대로 스며든 듯, 그의 주변은 언제나 정적이었다.

그 정적이 깨진 것은 한 시간쯤 뒤였다. 도서관 입구에서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고, 갤럭시아 호의 보안 책임자인 빅터 소령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섰다. 그의 얼굴은 평소의 강직함 대신 혼란과 경악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펜드라곤 씨! 거기 계셨군요!”

빅터 소령은 카일을 발견하자마자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주변을 둘러싼 경비 병력들의 표정 또한 심각했다. 카일은 천천히 데이터패드를 덮었다.

“무슨 일입니까, 소령님? 갤럭시아 호의 정숙 규정을 깨뜨릴 정도로 급한 일인가 보군요.”

카일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짜증이 섞여 있었다. 빅터 소령은 망설일 틈도 없이 본론을 꺼냈다.

“사건입니다! 그것도, 최악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빅터는 거의 절규하듯 말했다. “레온 스카이나이트가… 죽었습니다.”

카일의 옅은 회색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레온 스카이나이트. 그는 우주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거대 기업 ‘스텔라리스 코퍼레이션’의 창업자이자 CEO였다. 갤럭시아 호에 탑승한 인물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거물이었다.

“어떻게 말입니까?”

“그게 문제입니다.” 빅터는 한숨을 내쉬었다. “객실 P-7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내부에서 잠긴 밀실에서 말입니다.”

카일은 미간을 찌푸렸다. 밀실 살인.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최첨단 보안 시스템으로 무장한 갤럭시아 호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안내하시죠.”

카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움직임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했다.

***

P-7 객실 복도는 이미 갤럭시아 호 보안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경계 태세를 갖춘 병사들이 삼엄하게 주변을 통제했고, 과학수사팀 요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복도 끝,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객실이 오늘의 비극이 시작된 곳이었다.

“이쪽입니다, 펜드라곤 씨.” 빅터 소령이 문을 가리켰다. “객실은 자가 봉쇄 시스템으로 작동합니다. 외부에서 강제 침입은 불가능하고, 내부에서 문을 잠그면 어떤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모든 통신 및 외부 연결 장치가 해킹 방지 시스템으로 완벽하게 보호받습니다.”

카일은 아무 말 없이 객실 안으로 들어섰다. 최상위 등급의 객실답게, 내부는 넓고 호화로웠다. 전면 통유리창 너머로는 황홀한 성운의 색채가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풍경은 지금, 아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객실 중앙, 푹신한 소파에 레온 스카이나이트가 앉은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그의 표정은 평온했고, 심지어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마저 걸려 있었다. 마치 깊은 잠에 빠져든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피부는 비정상적으로 창백했고, 눈동자는 생기를 잃은 채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몸에는 단 하나의 외상도 없었다.

“사망 시각은 대략 갤럭시아 표준시로 0200시 경으로 추정됩니다. 의료진이 응급 처치를 시도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외부의 물리적인 폭력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독극물 검사 결과도 음성이고요.” 빅터 소령이 덧붙였다.

카일은 레온 스카이나이트의 시신 주위를 천천히 돌았다. 그의 눈은 시신을 훑는 것을 넘어, 객실 전체를 스캔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방금 마시다 만 듯한 와인 잔이 놓여 있었고, 옆에는 오래된 종이책 한 권이 펼쳐져 있었다. 최첨단 우주선에서 종이책이라니. 레온 스카이나이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객실 내부의 모든 시스템은요?” 카일이 물었다.

“모두 정상입니다.” 과학수사팀 팀장이 대답했다. “공기 정화 시스템, 온도 조절, 인공 중력 장치, 보안 카메라까지. 모두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은 물론, 내부에서 수상한 활동을 포착한 기록도 없습니다.”

“외부 침입이 불가능하고, 내부에는 오직 죽은 사람 한 명뿐이었다는 말이지요.” 카일이 읊조렸다. 그의 시선은 객실 벽에 박힌 공기 통풍구에 잠시 머물렀다. “환기구는 확인했습니까?”

“물론입니다. 저희 팀이 직접 들어가서 확인했습니다. 모든 환기 통로는 폭 10cm 미만이며, 고밀도 필터로 완벽히 막혀 있습니다. 성인이 통과할 수도, 어떤 물건을 던져 넣을 수도 없습니다.”

“유일하게 통하는 길은 이 문밖에 없습니다.” 빅터 소령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문은 내부에서 잠겨 있었고, 외부에서 강제 개방할 수 없었습니다. 오직 스카이나이트 씨의 생체 인식으로만 열 수 있었죠. 저희가 개방했을 때는 이미….”

카일은 시신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날카로운 눈이 레온 스카이나이트의 얼굴에 박혔다. 평온한 미소. 죽음 앞에서 보일 수 있는 표정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사망 원인은요?”

“현재로서는 불명입니다.” 빅터 소령은 고개를 저었다. “의료 드로이드가 정밀 검사를 진행했지만, 신체 내부에 어떤 손상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그냥 숨이 멎은 것처럼.”

카일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의 눈동자는 빛나는 성운이 보이는 통유리창으로 향했다가, 다시 시신으로, 그리고 객실의 구석구석을 훑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실타래를 더듬어가는 것처럼.

“소령님.” 카일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네, 펜드라곤 씨.”

“이 사건은 밀실 살인이 아닙니다.”

모두의 시선이 카일에게 집중됐다. 빅터 소령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보시다시피….”

카일은 레온 스카이나이트의 시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방은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밀실입니다. 하지만 이 밀실은… 살인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만들어진 밀실이 아닙니다.”

빅터 소령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카일을 바라봤다. 카일은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미소 지었다. 그의 눈에는 이미 퍼즐의 첫 조각이 맞춰진 듯한 빛이 어렸다.

“아니요. 이 밀실은 처음부터 ‘밀실’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레온 스카이나이트는 살해당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카일은 말을 끊었다. 그의 시선은 다시 한번 시신이 앉아 있는 소파와 그 옆의 펼쳐진 종이책에 머물렀다.

“자살했습니다.”

객실 안의 모든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침묵만이 그들의 동요를 대신했다. 빅터 소령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카일을 바라보았다. 자살이라니. 이 완벽한 밀실에서, 흔적도 없이. 도대체 무슨 수로?

카일은 주변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시신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그의 미소. 평온했지만, 그 안에 감춰진 다른 감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기묘한 사건의 핵심을 꿰뚫는 단서가 될 터였다.

그는 밀실의 진짜 트릭이 무엇인지, 그리고 레온 스카이나이트가 왜 스스로 죽음을 택했는지, 이미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모든 것이 명확해지려면, 한 가지 더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소령님, 레온 스카이나이트 씨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이 누군지 확인해 주십시오.” 카일의 목소리가 복도 끝까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 객실의 통유리창에 사용된 특수 재료의 성분 분석 결과를 가져다주십시오.”

그의 눈은 깊은 우주처럼, 모든 것을 꿰뚫어 볼 듯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우주 속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거대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