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게임 (VRMMO)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1화: 심연의 속삭임

어둠이 우주선 ‘아틀라스’호를 삼키고 있었다. 칠흑 같은 심연, 인류의 발자국이 닿지 않았던 미지의 우주 끝자락. 함교의 불빛은 최소한으로 줄어들어 있었고, 오직 생명 유지 장치의 낮은 웅웅거림만이 존재를 알렸다. 이곳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경계,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선원’이라는 이름으로 이 광활한 어둠을 탐험하는 가상현실 속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이곳이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정적은 묵직한 현실로 다가왔다.

함장 이진우는 홀로 함교 중앙 좌석에 앉아 전방의 투명 스크린 너머로 펼쳐진 별무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피로했지만, 그 너머에는 결코 꺾이지 않는 탐험가의 의지가 서려 있었다. 3개월째, 그들은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우주의 광대함 앞에서 그들은 먼지보다도 미약한 존재였다.

“함장님, 혹시 졸고 계신 건 아니시죠? 아무리 평화로워도 그렇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진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항해사 김민아였다. 그녀는 에너지 드링크 캔을 흔들며 다가왔다.
“평화로워서 좋긴 한데, 이러다간 다음 정기 보급까지 연료가 모자라겠어요. 슬슬 회항 준비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아직은 아니다, 민아.” 이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뭔가… 뭔가 있을 것 같아. 이 너머에는.”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지만, 민아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 ‘뭔가’ 때문에 벌써 몇 주째 항로를 틀었는지 아세요? 연료 효율은 바닥을 치고, 대원들 사기는…”

바로 그때였다. 함교 전체를 뒤흔드는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삐이이이익-! 미확인 에너지 신호 감지!**

민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녀는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가 콘솔에 손을 얹었다.
“함장님! 방금 뭐였죠? 센서 오류인가요?”
이진우는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은 스크린으로 향했다.
“아니, 오류가 아니야. 저건…”

스크린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작은 점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희미한 별빛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점은 묘한 규칙성으로 진동하고 있었고, 그 주변의 시공간이 미세하게 뒤틀리는 것이 감지되었다.

“박준서 박사님 호출해. 지금 당장 함교로 오라고 해.” 이진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민아는 다급하게 통신 채널을 연결했다. “박준서 박사님, 함교로 와주십시오! 긴급 상황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탐사 대장 박준서 박사가 허둥지둥 함교로 뛰어들어왔다. 흐트러진 머리칼과 잠옷 차림이 그가 얼마나 급하게 왔는지를 보여주었다. 그의 뒤를 이어 최혜진 기관장도 들어섰다. 그녀는 평소에도 무뚝뚝했지만, 지금은 어쩐지 더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무슨 일입니까, 함장님? 방금 그 경고음은…!” 준서는 스크린을 보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그의 눈은 놀라움과 동시에 강렬한 호기심으로 빛났다.
“저건… 지금까지 감지된 적 없는 패턴입니다. 자연적인 현상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인공적인… 혹은, 초자연적인…!”

혜진은 팔짱을 끼고 스크린을 노려봤다. “에너지 수치가 너무 불안정해요. 가까이 가면 우리 함선 시스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혜진 기관장 말이 맞아. 하지만…” 준서는 이미 스크린에 코를 박을 기세였다. “이런 신호를 포착한 건 인류 역사상 처음입니다. 저건 분명, 우리가 찾아 헤매던 그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이진우는 침묵했다. 그의 눈은 스크린 너머의 미지, 그리고 그 너머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를 위험을 동시에 읽어내고 있었다.
“함장님, 아무래도 저희 시스템이 저 물체로부터 역류하는 미지의 에너지에 간섭받는 것 같습니다.” 민아가 다급하게 외쳤다. “제어 패널 일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찌이이익- 삐익-!**
함교의 불빛이 순간적으로 깜빡였다. 함선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젠장! 보조 전원 돌려! 혜진 기관장, 함선 방어막 올려!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이진우는 목소리를 높였다.
“안 돼요, 함장님! 제어권이… 통신이 먹통이 됐습니다!” 민아가 소리쳤다.

스크린 속의 푸른 점은 점점 커지고 선명해졌다. 그것은 더 이상 점이 아니었다. 칠흑 같은 우주 공간에 홀로 떠 있는, 거대한 푸른색 육면체. 그 표면에는 마치 심해의 심장처럼, 어둡고 기괴한 문양들이 복잡하게 새겨져 있었다. 살아있는 듯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문양들은 보는 이의 정신을 갉아먹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고대 문명의 유물이라기엔 너무나 이질적이고, 동시에 너무나 완벽한 모습이었다.

“접근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자동 제동 시스템이 말을 듣지 않아요!” 혜진이 경악하며 외쳤다. “아틀라스 호가 저 유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요!”

모두의 얼굴에 공포가 스쳤다. 우주선은 거대한 자석에 이끌리듯 푸른 육면체로 맹렬히 돌진하고 있었다.
유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함교를 가득 채웠다. 그 빛은 차갑고, 동시에 뜨거웠다. 마치 온 우주의 에너지가 한곳에 응축된 것처럼 느껴졌다.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가 모두의 심장을 옥죄었다.

“이게 뭐야…?” 준서는 넋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경외심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였다. 그의 눈은 유물의 표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곳의 문양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넘어, 마치 피부처럼 팽창하고 수축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내, 가장 중앙의 거대한 문양 사이에서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파지직!**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균열은 점점 벌어졌고, 그 안에서 암흑보다 더 깊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올 듯이 꿈틀거렸다.

“전 대원, 충격에 대비하라!” 이진우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유물에서 터져 나오는 거대한 굉음에 묻히고 말았다.
**콰아아앙-!** 우주선 ‘아틀라스’호는 마치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듯한 비명 소리를 내며 거대한 유물에 맹렬히 충돌했다. 함선 전체가 뒤틀리고 찢겨나가는 끔찍한 진동이 모두를 덮쳤다. 이내, 모든 것이 흰색 섬광에 휩싸였다. 비명조차 지를 새도 없이, 어둠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