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기계공
낡은 작업등이 탁한 공기를 간신히 뚫고 흐릿한 빛을 뿜어냈다. 삐걱거리는 환풍기 너머로는 크로노스 시티 하층가의 끊이지 않는 소음이 먼지처럼 쌓여 있었다. 증기 엔진의 규칙적인 굉음, 어디선가 터져 나오는 싸구려 라디오의 잡음, 그리고 녹슨 배관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 소리까지. 카인은 그 모든 소음에 익숙했다. 아니,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소음들이야말로 그가 지난 3년 동안 살아온 증거였으니까.
카인의 손은 기름때와 흉터로 뒤덮여 있었다. 원래는 한때 도시 최고의 명장으로 칭송받던 섬세하고 재빠른 손이었지만, 이제는 거칠고, 한쪽 손등에는 거대한 나사못 자국이 선명했다. 그의 눈은 작업등 아래서 번뜩이는 톱니바퀴 조각을 응시하고 있었다. 손에 든 작은 핀셋이 정교하게 움직여 먼지보다 작은 부품을 제자리에 끼워 넣었다. 철컹, 찰칵. 미세한 기계음이 고요한 작업실을 채웠다.
완성된 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기계 매미였다. 황동과 강철로 엮인 날개는 진짜 매미처럼 반투명했고, 등에는 시계태엽 장치와 미니어처 증기 엔진이 달려 있었다. 카인은 한숨을 쉬며 그 매미를 작업대 위에 내려놓았다.
“젠장, 아직도 한참 멀었군.”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지난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탓이었다. 매일 밤, 꿈속에서 그날의 광경이 되풀이되었다. 엘리야의 비열한 웃음, 깨진 실험실 유리 파편, 그리고 온몸을 휘감던 배신감의 차가운 감촉. 그의 심장은 그때마다 녹슨 톱니바퀴처럼 삐걱거렸다.
카인은 구석에 놓인 낡은 라디오 스피커를 켰다. 지지직거리는 잡음 속에서 앵커의 기름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크로노스 시티의 자랑, 엘리야 베르그만의 새로운 발명품, ‘천상의 하프’의 공개 행사가 내일 저녁 대공회당에서 성대하게 열릴 예정입니다. 그의 탁월한 통찰력과 기계공학적 재능이 만들어낸 이 걸작은…
카인의 손에 들려 있던 렌치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찔거렸다. 엘리야. 그 이름 석 자가 그의 피를 끓게 했다. ‘천상의 하프’라니. 그건 분명 카인 자신이 3년 전 구상했던, 증기압과 음파 진동을 이용해 하늘을 가르는 비행선의 핵심 기술이었다. 엘리야는 그걸 훔쳐내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으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를 파멸시킨 바로 그 기술을 이용해서.
카인은 라디오를 꺼트리고 작업대에 엎드렸다. 차가운 강철의 감촉이 그의 이마에 닿았다.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업자였던 엘리야. 둘은 크로노스 시티의 빈민가에서 함께 자랐다. 낡은 고물상에서 주워온 톱니바퀴와 놋쇠 조각들로 꿈을 만들던 시절. 함께 설계도를 그리고, 밤샘 연구를 거듭하며 언젠가 이 도시를 움직일 위대한 기계를 만들자고 맹세했다. 하지만 그 맹세는 결국 엘리야의 탐욕 아래 처참하게 짓밟혔다.
그의 이름을 딴 ‘카인의 탑’이라 불리던 연구실은 불타버렸고, 그는 모든 명예와 재산을 잃은 채 지하수로를 헤매는 신세가 되었다. 온몸에 난 화상 자국과 부러진 팔을 간신히 이어 붙인 기계 의수가 그날의 상흔이었다.
하지만 카인은 죽지 않았다. 그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매일 밤,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 속에서 복수를 갈고닦았다.
“내일 저녁… 대공회당이라.”
카인의 입술이 비틀렸다. 차가운 미소가 그의 얼굴에 번졌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어둠이 짙게 깔린 다음 날 밤, 크로노스 시티의 대공회당은 휘황찬란한 가스등 불빛 아래 축제 분위기였다. 도시의 모든 명사들이 최고급 비단옷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저마다 진귀한 기계 장식품을 몸에 걸고, 샴페인 잔을 기울이며 웃음꽃을 피웠다.
카인은 회당에서 한참 떨어진 구시가지의 낡은 건물 옥상에 숨어 있었다. 그의 몸은 검은색의 작업복으로 위장되어 있었고, 눈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망원경 겸 고글이 씌워져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닥쳐, 매연 섞인 공기가 카인의 얼굴을 스쳤다.
“저 자식… 여전히 잘난 척은 변함이 없군.”
망원경 너머로 대공회당 중앙 무대에 선 엘리야의 모습이 보였다. 은회색 연미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군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거대한 천막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 안에 ‘천상의 하프’가 숨겨져 있을 터였다.
카인은 망원경을 잠시 내리고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방금 전 작업실에서 만들었던 기계 매미의 완제품이었다. 이전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정교하고 작았다. 그의 손가락이 매미의 배 부분을 건드리자, 미세한 증기 배출음과 함께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간다, 이 개자식아.”
카인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 그는 기계 매미를 어깨까지 들어 올리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다. 작은 매미는 ‘피잉’ 하는 소리와 함께 밤하늘로 솟아올랐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대공회당을 향해 날아갔다. 그 매미의 등에는 아주 작은 폭발물과 함께 특수한 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다. 엘리야가 설계한 비행선, 아니, 카인이 설계했던 그 비행선의 핵심 제어 장치를 교란시킬 장치였다.
엘리야가 마침내 천막을 걷어낼 시간이었다. 군중의 함성이 높아졌다. “와아아!”
거대한 천막이 걷히자, 무대 위에는 황동과 은빛 강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비행선 모형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우아하게 굽은 선체, 수많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엔진 부분, 그리고 선체 곳곳에 박힌 수정 조명까지. 예술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엘리야는 의기양양하게 미소 지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보십시오! 이것이 바로 크로노스 시티의 미래를 열어줄 ‘천상의 하프’입니다! 이 비행선은 도시를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 수단이 될 것이며, 인류의 꿈을 하늘로 이끌 것입니다!”
군중은 열광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카인의 기계 매미가 비행선 모형의 심장부, 즉 핵심 제어 장치가 있는 곳을 향해 돌진했다. 초소형 증기 엔진이 한계까지 가동되며 마지막 힘을 냈다.
타겟에 정확히 도달한 매미는 작은 폭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교란 장치가 맹렬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곧, 비행선 모형의 엔진 부분에서 ‘삑-삑-‘ 거리는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엘리야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애써 미소를 지었다.
“하하… 아무래도 시연 전에 약간의 기술적 점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곧 다시…”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비행선 모형의 동력 코어 부분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콰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연기와 불꽃이 치솟았다. 화려한 외피가 녹아내리고, 내부의 복잡한 톱니바퀴들이 미친 듯이 역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 비행선의 핵심 동력원인 거대한 증기 저장고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 버렸다.
“쉬이이익- 펑!”
순식간에 무대 위는 뜨거운 증기와 금속 파편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스등이 깜빡이며 꺼져갔고, 회당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엘리야는 놀란 눈으로 터져 버린 자신의 – 아니, 카인의 – 발명품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연기가 걷히자, 비행선 모형은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다. 하지만 그 잔해 속에서, 한 가지 특이한 것이 눈에 띄었다. 파괴된 엔진 코어 한가운데, 작고 낡은 놋쇠 톱니바퀴 하나가 박혀 있었다. 그것은 평범한 톱니바퀴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한쪽 면에 작은 망치와 렌치가 교차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카인과 엘리야가 처음으로 함께 만들었던, 그들의 꿈을 상징하는 문장이었다. 그 톱니바퀴는 카인이 그의 연구실을 떠나기 전, 엘리야의 작업대에 몰래 놓고 온 것이었다. 그들만의 은밀한 표식.
엘리야의 눈이 그 톱니바퀴에 꽂혔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고, 공포에 질린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마이크를 떨어뜨렸다.
“카인… 카인이라고? 설마… 살아있었단 말인가…?”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멀리 떨어진 옥상에서, 카인은 망원경을 통해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입술에 다시금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엘리야. 네가 내게서 빼앗아 간 모든 것들을, 나는 네게서 수십 배로 돌려받을 테니.”
차가운 밤바람이 그의 작업복 자락을 휘날렸다. 카인은 고글을 고쳐 쓰고,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복수의 첫 톱니바퀴가 드디어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의 강철 심장이 뜨겁게 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