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돌 계단을 밟고 내려갈 때마다 낡은 공기에서 퀘퀘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미세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리안은 코를 찡그리며 손에 든 휘광석을 앞으로 내밀었다. 지팡이 끝에 매달린 마석은 희미하게 주변을 비췄지만, 그 빛마저 어둠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하고 그림자를 길게 늘어트릴 뿐이었다.

“진짜 이거, 뚫고 들어와도 되는 거야?”

등 뒤에서 세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 차분하던 그녀의 목소리에도 불안감이 스며 있었다. 별의 눈 마법 학원의 지하 미궁은 수많은 금기와 비밀로 점철된 곳이었다. 특히 우리가 발을 들인 이 구역은 아예 지도에도 표기되어 있지 않은, ‘잊혀진 구역’이라는 이름으로만 전설처럼 전해지던 곳이었다.

“이미 뚫고 들어왔잖아. 이제 와서 물어보면 어떡해.”

리안은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라는 한숨을 쉬었지만, 더 이상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호기심이 그녀를 여기까지 이끈 것이 분명했다. 리안이 한 달 내내 매달렸던 고서 속에서 발견한 희미한 단서, 오래된 라틴어 문장으로 적힌 조악한 지도가 결국 우리를 여기까지 끌어들였다.

계단은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학원의 가장 깊은 지하에 위치한 ‘고대 기록 보관소’조차 이렇게 깊지는 않았다. 발밑의 돌은 매끄럽게 닳아 있었고, 축축한 이끼가 군데군데 껴 있어 이곳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아무의 발길도 닿지 않았는지 짐작게 했다.

쿵. 쿵.

심장이 불규칙하게 울렸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파고들었다. 마치 지하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마침내 계단이 끝났다. 발아래는 흙바닥이었다. 휘광석의 빛이 닿는 곳에는 좁고 긴 복도가 펼쳐져 있었다. 복도의 벽은 거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곳곳에 알 수 없는 기호들이 새겨져 있었다. 일반적인 마법 문자가 아니었다. 마치 원시적인 부족이 새긴 문양처럼, 해골이나 기괴한 짐승의 형상이 뒤틀려 있었다.

“이건… 대체 뭐야?” 세라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에 진심 어린 경악이 서려 있었다. 평소라면 이런 것에 흥미를 보였을 리안조차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기호들이 뿜어내는 기운은 불길하고 음산했다.

리안은 휘광석을 바짝 들고 벽에 새겨진 기호를 살펴보았다. 손가락으로 거친 돌 표면을 쓸어보니, 기호들이 단순히 새겨진 것이 아니라 마치 피로 덧칠된 것처럼 붉은 기운을 띠고 있었다. 착각인가 싶었지만, 오래된 피비린내가 희미하게 코끝을 간질였다.

“이건… 봉인 같아.” 리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떤 강력한 걸 가두기 위한… 결계.”

세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가두다니? 대체 뭘?”

대답 대신, 복도의 끝에 닿았다. 복도는 거대한 돌문 앞에서 끊겨 있었다. 육중한 암석으로 만들어진 문은 그 자체로 거대한 벽 같았다. 문에는 아까 복도에서 본 것과 같은 불길한 기호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고, 그 중심에는 검은 마석이 박혀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석 주변으로는 금빛 룬 문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는데, 이 문자들이야말로 학원 내에서도 극소수만이 다룰 수 있는 고대 봉인 마법의 정수였다.

“와… 이걸 뚫었다고?” 세라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나름대로 연구했지.” 리안은 어깨를 으쓱했지만, 사실 그 과정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천만한 시도였다. 이 봉인 마법은 살아있는 존재의 마력을 흡수하여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리안은 문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돌의 감촉이 소름 끼쳤다. 그는 천천히 마력을 집중했다. 봉인 마법의 흐름을 역추적하며, 자신의 마력을 흘려보내 한 줄기 균열을 만들어냈다. 검은 마석이 섬뜩하게 깜빡이더니, 문에 새겨진 룬 문자들에서 희미한 빛이 일었다.

크르륵… 쾅!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동안 닫혀 있던 문이 굉음을 내며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돌이 갈리는 소리가 지하 전체를 뒤흔드는 듯했다. 먼지가 폭풍처럼 쏟아져 나왔고, 그 안에서 형언할 수 없는 악취가 풍겨 나왔다. 썩은 피, 오래된 시체,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끈적한 물질의 냄새가 뒤섞인 듯했다.

“젠장…!” 리안은 팔로 코를 막았다. 세라 역시 구역질을 참는 듯 입을 틀어막았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안쪽의 광경이 휘광석의 빛 아래 드러났다.

그곳은 거대한 원형 공간이었다. 천장은 돔 형태로 높게 솟아 있었지만, 칠흑 같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바닥은 울퉁불퉁한 검은 돌로 이루어져 있었고, 벽에는 다시금 불길한 기호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 높은 제단 위에, 섬뜩한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거대한 검은 수정이었다. 지름이 족히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수정은 희미하게, 그러나 집요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어둡고 끈적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주기적으로 깜빡였다. 그 빛은 주변의 어둠을 집어삼키는 듯했고, 그 주변의 공기마저 뒤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게… 대체… 뭐야?” 세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리안은 천천히 제단으로 다가갔다. 수정 주변에는 여러 개의 석관이 원형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석관들은 일반적인 무덤이 아니라, 어떤 생명체를 가두기 위한 듯 철제 쇠사슬이 얽혀 있었다. 모두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뚜껑에는 아까 문에서 본 것과 같은 봉인 룬이 새겨져 있었다.

거대한 검은 수정에 다가가자, 리안의 눈에 익숙한 것이 들어왔다. 수정 옆, 제단 위에 놓인 낡은 양피지 두루마리였다.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지만, 그가 학원 도서관에서 죽어라 찾던 고문서의 형태와 흡사했다.

조심스럽게 양피지를 집어 들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백 년 된 먼지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양피지를 펼치자, 고대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리안은 식은땀을 흘리며 더듬더듬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

“…별의 정수… 생명의 근원… 어둠을… 먹여… 초월을… 꾀하다…”

점점 더 불길한 내용들이 이어졌다.

“…결과물은… 괴물이… 되었다… 제어 불능… 학원의… 존립을… 위협하는… 존재…”

손이 떨렸다. 두루마리의 내용은 이 학원의 설립 목적, 그 기저에 깔린 끔찍한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들은 마법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별의 정수라 불리는 신비한 에너지를 연구하고, 심지어는 생명의 근원을 조작하여… 무언가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통제 불능의 존재가 되어 지하 깊숙이 봉인되었다.

그때, 거대한 검은 수정이 격렬하게 빛을 발했다.

콰아아앙!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수정에서 검은 번개가 뿜어져 나왔다. 주변의 석관들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봉인 룬에서 섬뜩한 붉은 빛이 일었다. 제단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고, 리안의 눈앞에 흐릿한 환영이 스쳐 지나갔다.

수많은 비명 소리, 피가 튀는 잔혹한 광경, 그리고… 거대한 촉수 같은 그림자가 공간을 가득 메우는 끔찍한 형상.

“리안! 도망쳐!” 세라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리안은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우리가 들어왔던 거대한 돌문이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닫혀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봉인되어 비어 있던 줄 알았던 석관 중 하나에서…

크르르르르…

낮고 굵은, 짐승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석관 뚜껑을 엮고 있던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더니, 마침내 끊어지는 소리를 냈다.

리안의 눈은 그 소리가 나온 석관에 고정되었다. 뚜껑이 천천히, 그리고 섬뜩하게 들썩였다. 그 틈새로 칠흑 같은 어둠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 같았다.

우리는 가장 끔찍한 금기를 건드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금기는,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