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둑한 새벽, 차서진은 낡은 신당 앞에서 담배를 깊게 빨았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는 훅, 하고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가 텁텁한 연기와 함께 뱉어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가로등 불빛만이 신당의 기울어진 기와지붕과 빛바랜 단청을 간신히 비추고 있었다. 이곳은 도시의 끝자락, 재개발 예정지였던 만큼 인적 드문 폐가들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섬 같은 곳이었다.

“이번엔 또 여기군.”

그의 옆에서 후배 형사 박민준이 낮게 중얼거렸다. 민준의 목소리에도 피로와 함께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며칠 전부터 미제 사건으로 분류될 뻔했던 연쇄 실종 사건의 세 번째 희생자가 이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사건 현장은 언제나 그랬듯 기묘했다. 몸에는 외상이 거의 없었지만, 마치 생기가 통째로 뽑혀 나간 듯한 끔찍한 창백함. 그리고 늘 그렇듯, 범인이 남긴 흔적은 먼지 한 톨도 없었다.

“범행 수법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어. 처음 두 건은 인적이 드문 외곽이었는데, 여긴 그래도 마을에서 멀지 않잖아.” 서진이 뼈아픈 현실을 짚었다. “게다가… 시신의 상태도.”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상합니다. 피 한 방울 안 흘렸는데, 시신은… 며칠 굶은 사람처럼 말라 비틀어졌어요. 마치 모든 활력이 빨려 나간 것처럼요.”

서진은 담배꽁초를 발로 비벼 껐다. 그의 시선은 신당 안쪽에 놓인 피해자의 흔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낡고 부서진 제단 위, 붉게 칠해졌던 흔적마저 세월에 바랜 곳. 그곳에 쓰러져 있던 희생자의 모습은 잊으려 해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단순히 ‘엽기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현상이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서진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얼굴이 떠올랐다.
윤하.

그녀와는 우연히 골동품 경매장에서 처음 만났다. 낡은 서책에 담긴 희귀한 식물의 삽화를 놓고 서로 다른 종류의 집착을 보이다가 결국 그녀의 고집에 서진이 한발 물러섰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녀는 늘 희귀한 것, 오래된 것, 그리고 평범한 시선으로는 알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것에 이끌리는 사람이었다. 서진은 그런 그녀의 신비로운 매력에 홀린 듯 빠져들었다.

하지만 윤하는 늘 어딘가 위태로웠다. 사람들 속에 섞여 있지만, 마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듯한 이질감. 그녀의 눈동자는 빛을 머금고 반짝일 때면, 마치 오래된 이야기 속의 정령처럼 형언할 수 없는 영롱함을 띠었다. 그녀의 손은 늘 차가웠고, 피부는 비단결처럼 매끄러웠지만, 가끔 햇빛 아래에서 피부가 유난히 투명하게 비치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녀는 또한 특정 소리에 극도로 민감했고, 밤에 특히 활기 넘쳤으며, 이상하게도 금속이나 기계 장치 근처에서는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서진은 그것들을 그저 ‘예술가의 예민함’이라 치부하며 애써 외면했지만, 이 기이한 사건들이 겹치면서 그녀의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되었다.

“선배, 이쪽에서 뭔가 발견했습니다.”

민준의 목소리에 서진은 생각의 끈을 놓았다. 민준이 손전등을 비춘 곳은 신당 뒤편,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잡초 무성한 언덕이었다. 그곳에 돌멩이 몇 개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는데, 마치 오래된 돌무덤의 잔해 같기도 했다. 그중 하나, 유독 매끄럽고 검은 돌멩이 틈에서 무언가가 빛나고 있었다.

서진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민준이 손전등을 비추자, 돌멩이 틈새에 박혀 있는 작은 물체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것은 마치 손톱 크기만 한 어두운 색의 비늘 조각 같았다. 검은색이었지만, 빛을 받으면 미묘하게 푸른빛이 감돌았다. 마치 깊은 밤바다의 색 같기도, 혹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의 조각 같기도 했다.

“이게 뭐지?” 서진이 중얼거렸다. 손으로 집어 들자, 예상과 달리 단단하고 차가웠다. 매끄러운 표면에는 아주 미세한, 눈에 잘 띄지 않는 문양 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다. 너무 작아서 맨눈으로는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 순간, 서진의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몇 달 전, 윤하와 함께 서점에서 발견한 고고학 서적이었다. 고대 유물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에서, 그녀는 유독 한 장의 그림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림 속에는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진 돌 조각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그림과 지금 제 손에 들린 비늘 조각의 문양이 어딘가 비슷했다.
그녀는 그림을 한참 응시하다가, 문득 서진을 향해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단순한 돌이 아니에요, 서진 씨.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자들에게, 혹은 길을 찾으려는 자들에게 이끌리는 표식 같은 거죠.”*

그때는 그저 시적인 표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비늘 조각을 손에 든 채, 끔찍한 시신이 발견된 이 신당 앞에서, 그 말이 섬뜩할 정도로 현실적인 의미로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자들… 희생자들이? 아니면…

서진의 심장이 차갑게 식어 들어갔다. 이 조각이, 이 문양이, 만약 윤하와 연결되어 있다면? 그녀가 이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있거나, 혹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면? 그럴 리가 없었다. 사랑하는 윤하가… 하지만 그의 이성 깊은 곳에서 울리는 경고음은 멈추지 않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는 주머니 속에서 작은 지퍼백을 꺼내 조심스럽게 비늘 조각을 담았다. 그리고 손에 남아있는 차가운 감각에 전율했다.

*

같은 시각, 도시 외곽의 한적한 아파트에 자리한 윤하의 작업실.
창밖은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지만, 윤하는 잠들지 못했다. 작업대 위에 펼쳐진 낡은 양피지 위로 섬세한 붓질을 이어가던 그녀의 손이 문득 멈췄다. 붓 끝에서 떨어진 먹물이 양피지에 번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숨을 들이켰다.
몸 안을 흐르는 무언가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마치 깊은 심해의 지층이 흔들리듯,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오래전부터 느껴왔던, 동족의 ‘흐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였다. 최근 들어 이런 감각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마치 투명한 막이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

그녀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검푸른 홍채 가장자리에 미세한 금빛 반점이 떠올랐다. ‘이아’족에게 위험이 닥쳤을 때 나타나는 징후였다.
특히 이번에는 강렬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먹이를 찾아 나서는 것처럼, 숨 막히는 압력이 도시의 어딘가에서 솟아나 그녀의 감각을 짓눌렀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윤하의 목소리는 미약한 떨림을 담고 있었다. 그녀는 작업대 한구석에 놓인 낡은 목각 인형을 어루만졌다. 인형의 눈동자는 검은 흑단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눈이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했다.
그녀는 이 불안감의 근원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최근 도시에서 발생한 기이한 연쇄 실종 사건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강력 범죄처럼 보였지만, 그녀의 동족 사이에선 오래된 전설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공포가 퍼지고 있었다. ‘흐름’을 흡수하는 존재.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지만, 인간이 아닌… ‘공허의 사냥꾼’.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섰다. 도시의 불빛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 빛의 바다 어딘가에, 서진이 있었다. 서진은 이 사건을 쫓고 있었다. 형사로서, 정의를 쫓는 그의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하지만 그 열정이, 그녀가 필사적으로 숨겨온 진실을 파헤치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와 함께한 밤을 떠올렸다. 그의 품에 안겨 있을 때면, 이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격리된 듯한 안정감을 느꼈다. 그가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과연 그는 이 모든 것을 이해해줄 수 있을까. 아니, 이해할 수 있다 해도, 그들의 관계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터였다. 금지된 것을 사랑하는 자의 운명은 비극뿐이었으니까.

*따르릉!*

갑작스러운 전화벨 소리가 정적을 깼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새벽에 전화할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하자,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차서진’.

윤하는 심호흡을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처럼, 미소를 가장하며 전화를 받아야 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조금이라도 의심의 흔적을 발견한다면, 그날로 그녀의 세계는 무너질 터였다.

“서진 씨? 이 시간에 웬일이에요.”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귓가에는 심해의 포효 같은 불길한 예감이 울려 퍼졌다. 마치 그가, 그녀가 숨긴 진실의 문고리를 막 잡은 것처럼.

수화기 너머 서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윤하 씨, 미안해요. 너무 늦은 시간이라… 그런데 지금 좀 물어볼 게 있어서.”
그의 목소리는 망설임으로 가득했지만, 질문의 내용은 분명했다.
“예전에 우리 같이 봤던 책에서… 어떤 비늘 조각 그림 기억해요? 검은색인데 푸른빛이 도는…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했었죠?”

윤하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 그대로 미끄러져 떨어질 뻔했다.
그가 이미, 너무 가까이 와 있었다. 어쩌면, 이미 손에 쥐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 비늘 조각은… ‘어둠의 심장’을 상징하는, 이아족의 수호석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새겨진 문양은, 존재를 찾아 헤매는 ‘공허의 사냥꾼’을 부르는 유일한 표식이었다.
절대 인간에게 노출되어서는 안 될, 가장 위험한 금기였다.

차가운 침묵 속에서, 윤하는 목이 메었다.
*서진 씨, 제발… 더는 오지 마세요.*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어진 말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비늘 조각… 이요?” 윤하는 겨우 목소리를 짜냈다. “글쎄요… 어떤 비늘 조각을 말씀하시는 거죠?”

창밖의 어둠이, 그녀를 집어삼킬 듯 깊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서진은, 그녀가 내뱉은 거짓말의 얇은 막을, 너무도 쉽게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눈에선, 그녀의 불안이 고스란히 읽힐 터였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선택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를 막아야 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혹은… 그 모든 것을 잃게 될지라도.

두 세계의 경계가, 이제 막 무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