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피 묻은 천명대전, 그 첫 장**
**등장인물:**
* **련 (煉):** 젊은 검사.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지만, 그 속엔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숨어있다. 고독하고 잔혹한 과거를 지녔다.
* **백무진 (白無盡):** ‘광한검제(廣寒劍帝)’라 불리는 강자. 모든 것을 얼릴 듯한 냉기 어린 검술의 달인. 차분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 **관중:** 무림의 수많은 문파와 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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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배경: 고대 유적 위에 세워진 ‘비원의 투기장’. 거대한 돌기둥들은 부서진 채 하늘을 찌르고 있고, 바닥에는 알 수 없는 핏자국 같은 붉은 문양이 새겨져 있다. 먹구름이 짙게 깔린 하늘에서 번개가 간헐적으로 섬광을 터뜨린다. 투기장 중앙에는 흙먼지가 자욱한 원형 결투장이 있고, 그 주위를 수많은 무림인들이 에워싸고 있다. 공기는 무겁고 침묵이 흐르지만, 그 안에는 거대한 긴장감이 응축되어 있다.]**
**내레이션:**
세상은 끝에 다다랐다.
고대부터 이어져 온 마(魔)의 기운이 강호를 집어삼키려 들 때,
무림은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천하의 운명을 결정할 단 하나의 자리.
오직 강자만이 오를 수 있는 피의 제단.
천명대전(天命大戰)이, 지금, 그 첫 막을 올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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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비원의 투기장 중앙. 먼지가 자욱한 결투장 위로 련이 서 있다. 그의 검 ‘흑뢰(黑雷)’는 낡고 투박하지만, 그 끝에는 섬뜩한 기운이 감돈다. 그의 얼굴은 흙먼지로 뒤덮여 있지만, 눈빛만은 형형하게 빛난다. 상대는 이미 쓰러져 움직임이 없다.]**
**관중 1 (속삭이듯):** 또… 또 저 자가 이겼군.
**관중 2 (경악):** ‘흑뢰검(黑雷劍)’의 련… 대체 몇 명째 쓰러트린 건가? 괴물이다, 괴물.
**관중 3 (두려움):** 저 자의 검 끝에는 망자(亡者)의 한이 서려 있어…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살기가 느껴진다.
**[련은 아무 말 없이 쓰러진 상대를 내려다본다. 그의 시선은 일말의 동요도 없다. 마치 투기장의 일부인 것처럼,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련 (독백):**
하찮은 감상(感傷)은 사치다.
이곳은 오직 생존만이 허락된 전장.
단 한 번의 망설임이,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다.
**[그의 낡은 검 흑뢰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피를 갈구하는 듯한 사악한 기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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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그때, 투기장 북쪽 관중석에서 한 인물이 천천히 걸어 나온다. 새하얀 도포를 입고, 은빛으로 빛나는 검 ‘광한(廣寒)’을 찬 백무진이다. 그의 등장에 투기장은 더욱 싸늘한 침묵에 잠긴다. 그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지만, 그 눈빛은 한없이 깊고 차갑다.]**
**백무진:** (나지막하지만 투기장 전체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수고 많았다, 련.
그 검에 깃든 망자의 비명이 여기까지 들리는군.
네 놈의 재주는 분명 뛰어나다. 허나…
**[백무진의 시선이 련에게 닿자, 투기장 전체에 날카로운 한기(寒氣)가 퍼진다. 련의 몸 주변에 맴돌던 흑뢰의 기운이 순간 움츠러든다.]**
**백무진:** (미소를 지으며)
진정한 강함이란, 그리 추잡한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천하의 운명은, 오직 순수한 힘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법.
네 놈의 ‘흑뢰’는… 너무 더럽다.
**[련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의 손아귀가 흑뢰의 검자루를 더욱 강하게 움켜쥔다. 뼈마디가 하얗게 드러날 정도로.]**
**련:** (낮고 으르렁거리는 목소리)
…닥쳐라.
네 놈이 무엇을 안다고 지껄이는가.
**백무진:**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나는 안다. 세상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네 놈이 무엇에 사로잡혀 있는지.
자, 마지막 준결승이다.
네 검이 과연, 내 ‘광한’의 냉기를 견뎌낼 수 있을지…
**[백무진이 천천히 광한을 뽑아든다. 은빛 검신에서 푸른 냉기가 피어오르며 투기장 바닥에 서리가 맺히기 시작한다. 흙먼지조차 얼어붙는 듯한 기세다.]**
**효과음:** 촤아아악- (냉기가 퍼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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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련과 백무진이 결투장 중앙에 마주 선다. 둘 사이의 공간은 마치 두 개의 거대한 기운이 충돌하는 듯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련의 흑뢰에서는 칠흑 같은 기운이 솟아오르고, 백무진의 광한에서는 시린 냉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하늘의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번개가 쉴 새 없이 번뜩인다.]**
**내레이션:**
세상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고요 속,
두 개의 다른 운명이, 두 개의 다른 의지가,
단 하나의 자리, 천하의 명운을 걸고 맞섰다.
어둠을 머금은 불꽃과, 모든 것을 얼리는 얼음의 대결.
**[먼저 움직인 것은 백무진이었다. 그의 발걸음은 한없이 우아하고 가벼웠으나, 그가 지나는 길마다 바닥의 흙먼지가 얼어붙으며 하얗게 변했다.]**
**백무진:** (나지막이)
‘설화만검(雪花萬劍)’…
**[백무진의 광한이 허공을 가르자, 수천 개의 얼음 조각이 마치 눈보라처럼 련에게 쇄도한다. 각각의 조각은 날카로운 검날처럼 빛났다.]**
**효과음:** 쉬이이익- 쏴아아아- (얼음 조각들이 날아오는 소리)
**[련은 검을 뽑지 않았다. 대신, 그의 두 눈에서 검은 광채가 터져 나온다. 그의 몸 주위에 흑뢰의 기운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얼음 조각들을 산산조각 낸다.]**
**련:** (이를 악물고)
하찮은 잔재주!
**효과음:** 콰아앙-! (기운이 충돌하는 소리)
**[련이 마침내 흑뢰를 뽑아든다. 번개처럼 빠르게 백무진의 품으로 파고든다. 그의 움직임은 예측 불가능하며, 살기가 뼈 속까지 파고드는 듯하다. 마치 살아있는 악귀처럼.]**
**련:** (절규하듯)
죽어라!
**[흑뢰가 번뜩이며 백무진의 목을 향해 내리꽂힌다. 칠흑 같은 검기가 허공을 가르자, 마치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효과음:** 스스스슥- (검기가 찢어지는 소리)
**[하지만 백무진은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검을 들어 련의 흑뢰를 막아낸다. 은빛 광한과 칠흑 같은 흑뢰가 부딪히자,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시린 냉기와 검은 살기가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효과음:** 쨍강! 콰르릉-! (검이 부딪히는 소리, 에너지 폭발)
**백무진:** (여유롭게)
성급하군.
네 놈의 분노는 검을 무디게 할 뿐이다.
나와 같은 냉정함이 없이는… 결코 이 천하를 구할 수 없다.
**[백무진이 련을 밀어낸다. 련의 몸이 투기장 바닥에 수 미터 미끄러진다. 련은 자세를 잡고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백무진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그의 몸을 옥죄는 듯하다.]**
**련:** (숨을 헐떡이며)
네 놈의 오만함이… 언젠가 네 목을 죄는 족쇄가 될 것이다!
—
**장면 5**
**[백무진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 웃음소리가 투기장에 메아리친다.]**
**백무진:**
나는 천하의 족쇄를 풀러 온 자.
어리석은 무림의 관습과 낡은 도리를 부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울 자다.
네 놈의 어둠 따위는… 감히 나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
**[백무진의 뒤편으로 거대한 얼음 결정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투기장 전체가 얼어붙을 것 같은 기세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온화한 미소가 아닌, 절대자의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련:** (이를 갈며, 흑뢰를 고쳐 잡는다)
질서? 네 놈의 피로 물들 질서인가!
나의 어둠이… 네 놈의 빛을 삼켜줄 것이다.
이것이 나의 업(業)이다!
**[련의 전신에서 검은 오라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그의 주변 바닥이 균열을 일으키며 솟아오른다. 련의 눈동자는 피처럼 붉게 물들고, 그의 검 흑뢰는 마치 악마의 심장처럼 고동치는 듯하다. 투기장 전체를 진동시킬 정도의 끔찍한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효과음:** 우우우웅- 콰르르릉- (검은 오라가 솟아오르는 소리, 투기장이 흔들리는 소리)
**내레이션:**
그의 심장 속 깊이 잠들어 있던
가장 어둡고, 가장 잔혹한 힘이
마침내, 봉인을 뚫고 깨어나고 있었다.
세상의 운명이 걸린 이 피의 투기장에서,
그는 과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절망의 어둠 속에서, 홀로 타오르는 광염(狂焰)은…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재앙이 될 것인가.
**[련과 백무진, 두 개의 극단적인 기운이 폭풍처럼 격돌하기 직전의 순간. 그들의 모습 위로 하늘의 번개가 거대한 섬광을 터뜨리며 화면을 가득 채운다.]**
**- 1화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