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천장에서는 끊임없이 녹물과 알 수 없는 점액이 섞인 액체가 뚝, 뚝 떨어졌다. 시아는 한 손으로 낡은 렌즈가 달린 고글을 치켜세우고, 다른 손으로는 허리춤에 찬 낡은 센서 스캐너를 켰다. 웅. 옅은 진동과 함께 액정에는 붉은색 파형이 불안하게 춤을 췄다.

“젠장, 전력은 또 왜 이래.”

시아는 작게 욕을 내뱉었다. 이런 곳은 늘 마찬가지였다. 수십 년 전, 세상이 통째로 뒤집히고 대부분의 ‘문명’이 땅속으로 꺼진 뒤, 남은 건 무너진 빌딩의 뼈대와 침묵만이 지배하는 죽음의 도시였다. 그 죽음의 도시에서도 가장 깊은 곳, 이 고대 데이터 저장소는 최악의 장소 중 하나였다.

좁고 축축한 복도를 따라 걷는 시아의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강화합금 부츠가 진흙 섞인 잔해를 밟을 때마다 쩍쩍 소리를 냈다. 좌우로는 망가진 서버 랙들이 기괴한 괴물처럼 입을 벌리고 서 있었다. 한때 이 도시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었을 이곳은 이제 먼지와 부패한 금속 냄새, 그리고 죽음의 기운만 가득했다.

목표는 ‘블랙 코어’. 전설처럼 떠도는 고효율 에너지 모듈이었다. 의뢰인은 익명이었다. 메시지는 단 한 줄. “아르카디아 5구역, 데이터 저장소 최하층. 블랙 코어 회수. 대가는 네가 상상하는 이상.”

상상하는 이상이라니. 개나 소나 다 죽어가는 세상에서 그런 허황된 약속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대가에 붙은 엄청난 신용 수치와 보장금은 시아를 이곳까지 끌고 올 만큼 충분했다. 그녀에게는 그 돈이 절실했다. 잃어버린 동생의 흔적을 찾기 위해, 망가진 자신의 왼쪽 팔을 완전히 교체하기 위해. 혹은, 그냥 다음 주까지 살아남기 위해.

“크르르르…”

갑자기 복도 끝에서 둔탁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시아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망가진 서버 랙 뒤로 숨었다. 고글의 시야가 순식간에 나이트 비전 모드로 전환되며 어둠 속 움직임을 포착했다. 거대한 청소 로봇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청소 로봇은 아니었다. 그 몸체에는 붉은색 녹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팔에 달린 집게는 원래 청소용이 아니었을 듯한 날카로운 칼날로 변형되어 있었다. 오랜 시간 홀로 방치되며 시스템 오류로 폭주한 자동 방어 로봇, 일명 ‘잡종 개’.

시아는 허리춤에서 섬광탄을 꺼내 들었다. 이 녀석들은 빛에 민감했다. 하지만 동시에 섬광이 사라지면 더욱 난폭해졌다.

“젠장, 이런 잡것들까지 나올 줄이야.”

청소 로봇은 마치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느릿하지만 끈질기게 시아의 위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붉은 센서 눈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시아는 숨을 죽였다. 한 발, 또 한 발. 로봇의 기계음이 귓가에 맴돌았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시아는 섬광탄을 던지는 대신, 옆 서버 랙에 달린 낡은 전선 다발을 재빨리 뽑아냈다. 그리고는 전선 끝을 맞대어 합선을 일으켰다. 팟! 짧은 스파크와 함께 인근의 전력 라인이 과부하되는 소리가 들렸다.

크르르르… 콰직!

청소 로봇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붉은 센서 눈이 미친 듯이 깜빡이다가 이내 완전히 꺼졌다. 녀석의 거대한 몸체가 휘청거리더니 옆으로 쓰러지며 엄청난 굉음을 냈다. 오래된 전력 라인에 과부하를 걸어 일시적으로 시스템을 마비시킨 것이다. 완벽하게 작동하는 잡종 개는 아니었기에 통했던 술수였다.

“휴…”

시아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작은 위기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언제나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이 바닥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가 곧 죽음으로 이어졌다.

쓰러진 로봇을 지나쳐 계속 나아갔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복도는 점점 더 미궁처럼 변했다. 문들은 잠겨 있었고, 보안 시스템은 여전히 살아있는 듯이 간헐적으로 깜빡이는 불빛을 뿌리고 있었다.

시아는 고글의 스캐너를 최대로 올렸다. 목표 지점의 희미한 신호가 전방에서 깜빡였다. 벽에 부착된 낡은 제어판에 손을 대자, 그녀의 인공 팔뚝에 내장된 만능 해킹 툴이 자동으로 활성화되었다. 수많은 데이터 코드들이 그녀의 시야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이런… 락이 너무 많잖아.”

한숨을 쉬며 해킹을 진행하던 중, 시스템 내부에서 예상치 못한 데이터 조각을 발견했다. ‘프로젝트: 오리진’. 시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 시설이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고대의 기록에 따르면, 이 도시는 거대 기업 ‘아르카디아 코퍼레이션’의 본거지였다. 그들이 세상의 종말 직전에 추진했던 마지막 프로젝트 중 하나인가?

더 깊이 파고들려던 찰나, 경고음이 울렸다. 보안 시스템이 그녀의 해킹 시도를 감지한 것이다. 삑! 삑! 삑! 붉은색 비상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젠장, 들켰잖아!”

서둘러 해킹을 마무리하고 제어판을 내리쳤다. 강제로 문이 열리며 안쪽 복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동시에 뒤편에서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다. 이제는 도망칠 시간이었다.

숨 가쁘게 달려 도착한 곳은 원형의 거대한 격납고였다. 중앙에는 거대한 플랫폼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위에는 투명한 강화 유리 케이스 안에 보석처럼 빛나는 검은색 큐브가 떠 있었다. 블랙 코어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고, 더 아름다웠다.

시아는 망설이지 않고 플랫폼으로 향했다. 발소리가 텅 빈 공간에 울려 퍼졌다. 주변은 놀랍도록 고요했다. 아무런 방어 시스템도, 잡종 개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쉬운 것 아닌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강화 유리 케이스 앞에 섰다. 케이스는 고대 암호로 잠겨 있었다. 시아는 해킹 툴을 다시 꺼내 들었다. ‘프로젝트: 오리진’에서 발견했던 코드 조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혹시 이 암호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재빨리 코드를 입력해 보았다.

“딩!”

놀랍게도, 케이스가 조용히 열렸다. 푸른빛이 새어 나오며 블랙 코어의 자태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시아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블랙 코어를 집어 들었다. 예상보다 차갑고, 동시에 엄청난 에너지가 손바닥으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이걸로… 모든 것이 해결될까?

블랙 코어를 품에 넣자마자, 격납고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사방의 벽에서 강철 패널들이 굉음과 함께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십 대의 전투 드론들이 쏟아져 나왔다. 붉은 센서 눈을 번뜩이며 시아를 향해 일제히 총구를 겨눴다. 잡종 개와는 차원이 다른, 완벽하게 작동하는 살상 병기들이었다.

“젠장, 함정이었어!”

시아는 재빨리 몸을 굴려 드론들의 일제사격을 피했다. 파바바박!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 총탄이 빗발쳤다. 드론들은 무자비했다. 이미 블랙 코어를 회수한 이상, 자신들의 존재를 숨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크아악!”

가까이 다가온 드론 하나가 거대한 드릴을 내밀며 돌진했다. 시아는 간발의 차이로 피했지만, 드릴이 그녀의 어깨를 스치며 방어구에 깊은 흠집을 냈다. 피가 울컥 솟아났다.

“빌어먹을!”

그녀는 고통에 신음하며 다시 몸을 숨길 곳을 찾았다. 하지만 격납고는 텅 비어 있었다. 오직 자신과 드론들만이 존재했다. 사방에서 좁혀오는 포위망. 머릿속으로 탈출 경로를 계산했지만, 어떤 경로도 생존 확률이 0에 수렴했다.

그때, 그녀의 고글 센서가 격납고 바닥 한쪽에 희미하게 반응했다. 보이지 않는 작은 틈새. 그리고 그 아래로, 심상치 않은 전력 신호가 감지되었다.

“이게… 뭐야?”

드론들이 다시 총구를 겨누며 다가왔다. 탈출할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그 틈새에 고정되었다. 그곳에서, 아주 희미하게, 마치 심장이 뛰는 듯한 규칙적인 진동이 느껴졌다. 블랙 코어보다 더 깊은, 이 시설의 진정한 심장이 숨 쉬고 있는 곳.

시아는 이를 악물었다. 살기 위해선, 도박을 해야 했다. 그녀는 블랙 코어를 꽉 움켜쥐고, 드론들의 총탄 세례 속으로 몸을 던졌다. 틈새를 향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어쩌면, 이 모든 것의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 37화 끝 –